[트럼프 취임 D-1] '트럼프 월드' 무질서가 닥친다
"미국, 글로벌 파괴세력 가능성"
러시아와 밀월 행보 도드라져
중국·유럽과는 한 발짝 떨어져
CNN방송은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돼온 지구촌의 질서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통치하는 미국은 가장 파괴적인 글로벌 세력들(the most disruptive global forces) 중 하나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는 이제까지 미국의 적으로 간주돼 온 러시아를 새로운 우방으로 대하고, 오랜 맹방이었던 독일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무용지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는 아주 잘한 일"이라면서 유럽인들의 불안과 분노를 유발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또 지구촌의 양대 수퍼파워 중 하나인 중국과의 갈등도 심화시키고 있다. 그는 37년 동안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가 하면 무역과 환율갈등,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전 방위적으로 중국과의 충돌을 빚고 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멕시코와 캐나다와도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들여오는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징벌적 관세를 검토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국경장벽을 세운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캐나다 역시 트럼프가 NAFTA 재협상 방침을 밝힌 이후 미국과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CNN방송은 "미국은 항상 안정과 지속성을 추구해 왔다. 또한 자유세계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해 온 나라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가장 파괴적인 글로벌 세력들 중 하나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정치·외교 분야의 혼란은 물론 경제적인 불안감까지 겹치는 일대 혼동 속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 질서에 적응하기 위해 급급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세계 자유무역 협상 무대에서 자본주의 맹주인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이상한 형국이다.
▶친 러시아, 'X파일' 연관성 주목
최근 몇 년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대선 개입 해킹' 혐의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미국에서 추방하고, 러시아 군사정보국(GRU)과 러시아연방보안국(FSB)과 관련된 2개 시설을 폐쇄했다. 또한 GRU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도 제재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앞서 2014년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이었던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미국과 EU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서방 자산동결과 여행제한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 러시아적 성향을 보여 온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을 누구보다도 반기는 사람은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미국에서 대선이 끝났는데도 트럼프 당선의 합법성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수집했다는 이른바 '트럼프 X 파일'과 관련해 "허위 자료를 조작해낸 사람들은 아무런 도덕적 한계도 모르며, 성매매 여성보다도 못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X 파일'이란 러시아 정보기관이 수집한 트럼프의 금융정보와 사생활 기록을 말한다. 이 파일에는 2013년 트럼프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의 성매매 행위 등 트럼프에게 치명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ATO·EU 중요성 인정 안 해
NATO와 EU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NATO와 EU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EU는 미국과의 무역거래에서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는 EU가 깨지든 그대도 함께 있든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NATO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15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NATO를 무용지물(obsolete) 이라고 말한 뒤 이틀 더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NATO는 테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트럼프의 말이 옳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하나의 중국' 무시
세상은 미국과 중국을 주요2개국(G2)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그동안 지구촌의 양대 수퍼파워 중 하나인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펴 왔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역사적인 악수를 나눴다. 1979년 미국은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대만과의 외교적 관계를 끊었다. 이후 37년 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일 그는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다. 미국대통령 혹은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지도자와 통화를 한 것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잡아먹고 있으며, 중국산 제품의 시장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시진핑 주석은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보호무역주의를 좇는 것은 어두운 방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 아니(No)라고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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