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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1]한인, 높은 소득 불구 정치력 약해

한인 평균소득, 백인보다 높아
이중문화 익숙 1.5세 소득 최고

한인들의 미국 이민이 114주년을 맞았다.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인들. 다른 민족이 부러워하는 눈부신 성과도 많지만, 이면에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어두운 면도 적지 않다. 본지는 한국 정부와 국제이주기구가 설립한 이민 연구기관이 미국 센서스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와 워싱턴한인사회 지도자 및 주미대사관의 조언을 종합, 한인사회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미국 총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170만 6822명으로, 미국 인구의 0.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은 미국에서 1%도 안되는 소수민족이지만, 소득 수준은 미국인 전체보다 높고, 인종별로는 이민 역사가 가장 긴 백인보다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들의 연소득 평균은 임금근로자의 경우 세전 5만 9089달러다. 미국인 전체 소득 평균(연 4만9170달러)보다 크게 높고, 백인(연평균 5만 4699달러)보다도 많다. 한인 임금근로자 가운데서는 1.5세의 소득이 가장 높았다. 1.5세는 매년 평균 7만7290달러, 2~3세는 6만 2011달러, 1세는 4만9940달러를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 자영업자들의 소득 또한 미국인 전체 평균보다 높고, 백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자영업자들의 연 평균 소득은 세전 4만4675달러다. 미국인 전체(연 평균 3만4147달러)나 백인(연 평균 3만7170달러)보다 크게 높다. 한인 자영업자도 1.5세의 소득이 가장 높았다. 1.5세는 연 평균 6만8822달러, 1세 4만1135달러, 2~3세는 3만7470달러를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를 분석한 이창원 연구원은 “한인 이민자들의 높은 교육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1.5세의 소득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연방노동부 경제학자를 지낸 백순 워싱턴버지니아대 교수는 “열심히, 근면성실하게 일한 한인들의 성과”라며 “비교적 일자리 선택 폭이 넓고 여유있게 일하는 미국인들과 달리,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식을 갖고 악착같이 일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순 교수는 한인들이 더욱 발전하려면 스몰비즈니스를 넘어서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우리와 같은 소수민족이지만 미국과 세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유대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며 “월스트리트 등 금융 분야에는 유대인들이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문 파이낸셜 분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한인 1.5세들이 고소득 직종에 진출하는 이유는 한국어와 아시아권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세계경제의 축은 유럽에서 미국,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가고 있다”며 “미국에 본사를 두고 세계에 지사를 확장하는 다국적 기업들도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 관심이 많다. 이런 추세가 아시아권 문화에 익숙한 1.5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인들의 ‘모범적 소수집단’ 이미지는 장점만 아니라 단점으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원 연구원은 “순종적이고 일을 잘하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미국 주류사회 진입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며 “창조적이거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지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상을 줘 정치나 경영 지도자의 위치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기 워싱턴총영사는 한인 정치력이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경제적인 면에 비하면 약하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워싱턴 한인들은 풀뿌리 컨퍼런스 등 정치력 신장을 위해 열심히 뛰어왔다”며 “투표율을 더욱 높이고, 정치인을 배출하고, 지역사회 기여와 봉사활동을 강화해 계속 정치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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