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속살 헤쳐보니 숨은 비경이 즐비
산중호수 올레길 마치 신선이 물위 걷는 듯
절벽 붙은 반쪽 암자서 차 마시며 경치 음미
첨단기술의 시간 반대쪽에서 자연의 시간은 천천히 음미하기에 편하다.
구미에선 금오산부터 가야한다. 등반가들은 금오산을 백두대간의 한줄기로 보지만 구미사람들은 다르다. 구미에서 솟아 구미에서 끝나는 독립적인 산이라고 생각한다. 금오라는 이름도 '황금빛 삼족오'에서 비롯됐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1970년에 한국의 1호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오산은 울창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로 등반객을 맞는다. 시내에서 10분 밖에 걸리지 않아 지척이다. 황영한 구미시홍보계장은 "500m 정도 이어지는 아름다운 단풍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가로수길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산길은 채미정에서 시작된다. 야은 길재의 충절을 기린 정자다. 채미(採薇)란 다른 왕조를 섬기지 않으려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고 살았다는 백이숙제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한 30분 정도 올라갔을까. 쏴아하고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해발 400m 지점에 있는 대혜폭포다. 27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소리는 금오산을 울릴 정도로 크다해서 '명금폭포'로도 불린다.
물줄기가 다소 약한 듯했다. 주말에는 물줄기가 더 세단다. 탐방객이 많은 연휴에는 바로 위 대혜담에 저장해둔 물을 흘려내려보낸다.
폭포를 지나면 겨우 한사람 지날 만한 길이 나온다. 쇠난간 하나에 의지해 깎아지른 벼랑을 돌아가야 한다. 도선굴로 가는 길이다. 바닥이 닳아서 미끄럽다. 동굴은 도선선사가 득도했다는 자연굴이다. '기도발'이 좋다고 소문 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도선굴을 나오면 급경사다. 나무 데크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숨이 찼다. 그래서 '할딱고개'라고 한다. 땀을 빼고 올라서면 고생 끝에 낙이 있다. 눈앞에 탁 트인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근처에 있는 오형돌탑은 애틋한 사연을 안고 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손자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10년간 할아버지가 쌓아올린 탑이다. 손자는 10살에 죽었다.
금오산의 백미는 현월봉 정상 바로 아래 터를 잡은 약사암 풍경이다. 깎아지른 절벽 틈에 암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아래쪽에 종루와 연결되는 구름다리는 아찔하다. 저 멀리 보이는 구미 시가지도 아련하다.
▶호수 위에 뜬 올레길
금오산 자락의 산중호수인 '금오지'를 한바퀴 도는 산책길이다. 2.7km 거리중 일부가 나무 데크로 되어 있어 물 위를 걷는 것 같다.
찾아간 날은 마침 금오지에 안개가 내려앉았다. 산과 호수와 길은 안개속에서 어울렸다. 2010년 만들어진 올레길은 구미의 명소가 됐다. 구미시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00명이 찾는다. 산책로를 따라 수변식물원, 생태습지원도 조성되어 있어 자연생태환경 체험로 역할도 하고 있다.
길 이름은 시민 공모로 정했다. 올레는 사실 '올래'다. '구미로 올래'라는 뜻이다.
▶절벽에 붙은 반쪽절
구미에는 '반쪽절'이라는 별명을 가진 암자가 있다. 도개면에 있는 문수사의 사자암이다. 문수사의 대웅전 산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타나는 수직 절벽에 절반만 지은 절이다.
법당의 절반이 동굴이어서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훈훈하다. 사자암의 법당 아래 2층에는 누구나 들어가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이 꾸며져 있다.
이 다실은 전면이 통유리여서 그 아래로 청량산 일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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