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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자바 옷 사려고 버스로 20시간 달려왔어요"

LA 의류시장의 '멕시코 보따리상'

“자바 물건 사러 20시간 달려 왔어요.”

지난 20일 오전 멕시코 번호판을 단 대형 관광버스 한 대가 LA다운타운의 한인 의류상가(LA 페이스마트)로 들어왔다. 하루 전 멕시코 국경도시 노갈레스를 출발해 10번 도로를 타고 가주 코치엘라를 거쳐 장장 800마일 이상을 달려 온 뒤였다. 버스 문이 열리자 부시시한 표정의 남녀 20명이 하품을 하거나 눈꼽을 떼면서 내렸다. 다소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 여성은 피가 아래쪽으로 쏠려 저리는 지 손으로 연신 양다리를 번갈아 두드렸다. 하지만 일단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든 게 익숙하다는 듯 하나 둘 서둘러 버스 뒷편으로 사라졌다. 10여 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이번엔 미니밴이 한 대 더 들어왔다. 밴에서도 8명의 남녀가 버스에서 내린 무리와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내렸다.

멕시칸 보따리 장사들이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비슷한 시각에 LA페이스마트에 도착, 한나절 이상 자바시장을 돌아 다니며 옷을 산다. ‘보따리상’이라고 얕잡아 볼 것은 아니었다. 페이스 상조회의 피터 우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들은 평균 5000~6000달러의 현찰을 쥐고 온다고 했다. 자바시장 입장에서는 어림잡아 15만~20만달러 정도의 매출효과가 있는 셈이다.

한인업소 매출 '짭짤'
평균 5000 달러 현금 소유
15만~20만달러 매출 효과


지루한 기다림

멕시코 상인을 태운 버스가 페이스마트에 도착한다는 시각은 오전 7시~7시 반 사이. 혹시라도 늦을까 싶어 새벽부터 서둘렀다. 발렌시아에서 5시40분 출발해 6시 반께 현장에 당도했다. 출근 시간 전이라 다행히 5번 도로는 막힘이 없었다. 멕시코 상인들은 7시 반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다. 기자가 볼멘 듯 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피터 우 국장은 "무슨 컴퓨터도 아니고…. 도착하는 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차이는 늘 생긴다"며 슬쩍 핀잔을 줬다.

하지만 오전 8시를 넘겨 8시 반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자 지루함은 더해만 갔다. 얼추 2시간을 의자에 앉아 할 일 없이 기다리니 온 몸이 근질근질하고 죽을 맛이었다. 피터 우 국장에게 잘 못 알려준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라도 할 요량으로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버스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와 마침내~.'

물어 볼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 도착한 버스로 다가가 피곤에 지친 얼굴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입을 열기가 미안했다. "20시간 걸려 왔다"는 버스기사 오마르의 말에 2시간의 기다림은 차라리 순간이었다.

세수하고 화장하고 물건사고

버스에서 내린 바이어들은 곧바로 샤워실이나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 양치를 하고 여자들은 화장도 고쳤다. 일부 여성 바이어들은 버스 백미러를 보고 화장을 하기도 했다. 허기가 진 사람들은 페이스마트에서 제공하는 쿠폰을 들고 상가 카페로 가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성미가 급한 사람들은 간단히 세수만 하고 일찌감치 문을 연 페이스마트 매장으로 향했다.

또 다른 일부는 미니밴에 올라 다른 상가로 떠나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머리까지 감고 나타난 테레사 산체스라는 여성은 "드레스나 프롬복을 봐야 한다"며 서둘렀다. 테레사는 "페이스마트에 있는 폴리USA나 사보이 탑시즌 등의 물건이 인기가 좋다. 품질도 좋고 값이 저렴해 자바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라고 말했다.

테레사와 함께 온 테레는 사보이에 들러 특별 주문을 했다. 사보이의 엘리 김 사장은 "어떤 장식을 요구하는 스페셜 오더를 받았다. 2~3주 후에 찾아 가게 된다.

스페셜 오더가 잘 맞으면 그 이후엔 좀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레사는 "미니밴을 타고 다른 상가로 떠난 바이어들은 주로 샌피드로홀세일마트나 12가 크로커 길 등 한인 도매상들이 밀집한 곳에서 주로 여성복 위주로 쇼핑을 한다"고 알려줬다.

1600마일 강행군 왜?
200달러씩 내고 40시간 왕복
돌아 가면 2~3배 이윤 창출


몸은 파김치라도 보람 있어요!

쇼핑을 마친 멕시코 상인들은 오후 6시께 자바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패킹한 후 귀향할 준비를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20시간의 강행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에겐 귀향길이 결코 힘들지 않다. 상인들을 모집해 길잡이를 하는 마리나 일라리아 에스피노자 관광회사 사장에 따르면 이들 상인들은 멕시코로 돌아 가 2~3배 이상의 이윤을 얻는다고 했다. 왕복 1인당 200달러를 내고 왕복 이동시간만 40시간이나 되는 긴 여행으로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결코 마다할 수 없는 출장길인 셈이다.

김문호기자 moon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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