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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스트로스칸 추락을 보며

채수호/자유기고가·뉴저지 거주

출발 직전 JFK발 파리행 항공기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내려온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과기금(IMF) 총재의 모습을 보면서 바로 엊그제까지 정상에 서 있던 한 인간의 어지러운 추락에 현기증을 느낀다.

32세의 흑인 호텔 룸메이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IMF의 수장이자 프랑스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자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 IMF 직원의 말 한마디는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했으며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뜻도 모르면서 그저 무섭기만 하던 것이 ‘아이엠에프’ 이름 석자였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발정한 침팬지’로 전락하여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지만 세계적인 인재를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렇게 영원히 매장시켜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예부터 영웅호색이라 하여 잘나고 유능한 남자는 여자를 밝힌다고 했다. 중국의 진시황, 로마의 네로 황제 등 동서양의 폭군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인 영국의 넬슨 제독과 유부녀 해밀턴 부인간의 염문도 유명한 일화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전 세계 아이 둔 부모들을 민망하게 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엘리옷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 아널드 슈워츠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정치인들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등 내노라 하는 인물들이 여자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호색행위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 전 국무총리, 모 전 그룹 회장, 모모 전 대통령 등 인사들의 여성관련 스캔들은 끊이지 않았다. 비교적 여자문제에 관대한 한국사회의 분위기 덕에 큰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을 뿐 이들의 엽색 행각은 외국 지도자들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욱이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은 여러 명의 여자들을 납치하여 첩으로 삼았다 하지 않는가.

영향력 있는 남자들은 왜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까지 다른 여자를 탐하는가. 또 왜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 주변으로 몰려 드는가. 동물 세계에서 힘센 수놈은 자신의 씨를 많이 퍼뜨리기 위해서 되도록 많은 암컷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

암컷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죽자 사자 싸우는 수컷들의 모습은 동물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암컷 역시 우수한 씨를 받기 위해 경쟁 상대를 물리친 힘센 수컷에게 기꺼이 몸을 맡긴다.

동물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도 결국은 이러한 자연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동물과 달리 인간은 절제할 수 있는 이성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본능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점잖은 신사와 발정한 수컷과의 거리는 어찌보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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