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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지진, 쓰나미, 원자로 폭발

최현홍/시인

진도 9의 지진도 모자라 20미터 파도의 쓰나미를 보내 아름다운 센다이 바닷가 마을을 초토화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원자력 발전소를 폭발하게 한다. 하나님, 비극을 어디까지 보여주려 하십니까. 일본의 비극이 아니라 지구의 재앙이다. 우주 속에 생명이 살고 있는 유일한 천체도 재앙이나 비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지구가 천국일 것이다. 일본이 40년 조선을 식민지화 했어도 오늘의 분단도 일본의 식민지 유산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아도 이 재앙을 끝없이 보이는 동영상으로 보고나서 다 잊어버릴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일본이 원자탄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던 제자의 얼굴도 지워버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자고 먹는 사람들, 폐허를 파헤치며 죽은 자를 찾아 나선 사람들. 어느 전쟁이 그렇게 참혹할 수 있단 말이냐.

한국의 한류 연예인들이 거기서 번 돈을 모두 돌려보낸다. 독도를 자기 섬이라고 주장하는 나라에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거둔 1000만원을 보낸다. 대학생들이 이재민을 위해 거리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비극, 재앙 전에 있었던 두 나라 과거는 이제 쓰나미처럼 사라졌다. 오직 살아남은 자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있을 뿐이다. 어느 순간 다시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쳐들어올지 모르는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들은 죄 짓고 살지 말자. 그리고 인간이웃의 사랑을 전하며 살아가자. 살았다 할 것도 없는 삶을 살면서 남을 미워하지 말고 남을 해치지 말자.

파도, 15미터 높이의 파도가 몰려오니 빨리 피신하라던 동사무소 아리따운 처녀가 마이크를 쥐고 파도에 쓸려나갔다. 폭발하고 있는 원자로를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50인의 기술자를 보았다. 비극 앞에서 조용히 눈감고 있는 사람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사는 삶을 가르쳐온 사람들을 보았다. 천왕도 조용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기적을 보았다. 나는 희망을 보았다. 내가 다닌 그 나라 관광지에는 지옥계곡이 너무 많았다. 이제 그 말뜻을 알겠다. 얼마나 많은 재앙을 겪었기에 그들은 지옥이란 말을 여기저기 붙였던가.

백제유민이 세운 나라, 나라에서 시작해 교토를 거처 도쿄로 수도를 옮겨간 나라.
그래서 절이 많은 나라, 성황당이 많은 나라. 이제 조금 그 나라를 알겠다. 계백의 후예가 사무라이가 되어 원자로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 비장함 뒤에서 나도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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