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의 향기] 동상에서 일어난 기적
전달수 안토니오/성 마리아성당 주임신부
조선 말기 대원군의 권불십년이 끝났을 때 프랑스 선교사 부이용 신부가 여주에서 본당신부로 있었는데 감곡은 시골 마을이라 그분이 관리하던 공소였다. 공소는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교회를 말한다. 그 곳을 다니면서 지형을 보니 산 중턱의 그 땅이 너무 좋게 보이고 빛이 나는 것 같아 그 땅에 성전을 지으려는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그 곳을 지나 다녔고 기적의 패를 던지곤 했는데 그 곳에 있던 집은 명성황후의 삼촌이 거하던 109칸 짜리 저택이라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그 분 삼촌이 한양으로 끌려갈 때 그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헐값에 매입하여 성당으로 수리하여 첫 미사를 지낸 후 꾸준히 노력하여 전교가 잘 되고 있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일본인들이 그 곳에 신사를 지으려 한 것이다. 유명하다는 목수를 불러와서는 신당을 멋있게 지어 놓고 날을 받아 헌당식을 거행하려던 전날 밤 청천하늘에 번개가 쳐 그 신당을 무너뜨려 버렸다. 너무도 놀란 일본 관리들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번보다 더 멋있게 신당을 지은 후 날을 받아 헌당식을 거행하려던 그 전날 밤에도 구름 한 점 없는 청천하늘에 번개가 내리쳐 신당을 부수어 버렸다.
놀란 일본 관리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혼미한 상태에 있을 때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항복을 하자 일본인들은 개다짝 신고 일본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부이용 신부는 바로 그 장소에 성모당을 지으려고 공사를 시작했다. 교회의 대축일에 봉헌식을 한다는 공지를 하자 이상한 소문이 돌기시작했다. 사람들은 혹시나 했다. 지난 번에 두 번이나 청천하늘에 날벼락이 일어났으니 혹시나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수님 어머니의 동상을 모시는 거룩한 장소에 부정이 탈 수 있겠는가? 봉헌식을 성대히 거행하고 나자 성모당에서 크고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기적 앞에는 약한 인간들이 꼼짝할 수 없지 않은가?.
6.25 전쟁 당시 인민군들은 그 성당을 빼앗아 장교들 숙소로 삼고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들 꿈자리가 어지러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니 위에 성모상이 하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총을 쏘아 없애 버리려고 하였으나 끄덕도 하지 않았다. 따발총을 쏘아도 총알이 모두 옆으로 피해가 버린 것이다.
군인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망치로 그 상을 없애려 하자 석고로 만든 동상에서 피눈물이 막 쏟아져 도저히 동상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모두들 혼비백산하여 부대를 성당에서 철수시키고 말았다. 인민군들이 후퇴할 때 사람들이 북으로 끌려갔는데 감곡의 청년들은 모두 성당으로 숨어들어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었다. 인민군들이 성당 밖에서 위협해도 청년들은 성당에서 안전하게 숨어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분들이 모두 90대가 되어 그 당시의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으니 얼마나 흐뭇한가?
감곡 성당! 그 곳에 모셔둔 성모상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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