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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기술과 예술

김세환 목사/LA연합감리교회

저녁 스포츠 뉴스 시간에 15살 난 어린 소녀가 피겨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동계 아시안 경기랍니다. 연기가 끝나고 덕 아웃에서 자신의 코치와 함께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숨을 몰아 쉬며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데 참 앳된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웠습니다.

카메라에 잡힌 작은 눈망울이 긴장과 기대감으로 들 떠있습니다. 잠시 후 점수가 발표되자 펄펄 뛰며 코치를 껴안고 기뻐합니다. 최고 점수입니다. "1등을 했나 보군!" 생각했는데 갑자기 또 다른 점수를 발표합니다.

무슨 운동이 점수를 두 번이나 발표하나 의아해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점수가 발표되자 이 어린 소녀 아이가 크게 낙심하며 고개를 떨굽니다. 그 모습을 보자 그 아이가 내 딸이라고 되는 양 갑자기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세상에 무슨 점수 발표를 두 번이나 해! 나쁜 놈들!"

경기 방식을 모르니 당연히 "무식이 단독 드리블을 해서 덩크 슛하는 소리"를 한 것입니다.

처음에 발표한 점수는 '기술점수'였고 나중에 발표한 점수는 '예술점수'였습니다. 이 두 점수를 합쳐서 승부를 내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소녀는 기술 점수 만으로는 금메달인데 예술 점수가 많이 떨어져서 결국 동메달에 머물고 만 것입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하나님이 나의 목회를 저렇게 둘로 나누어 평가하시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말하는 기술 비위를 맞추는 기술 그리고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기술은 많이 발전했는데 정작 목회자의 생명 같은 능력인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신앙의 예술성'은 밑바닥으로 떨어져서 기준에도 못 미친다면 얼마나 허탈하고 절망적일까? 기술이 겉모습이라면 예술성은 내용물입니다.

눈에 보이는 훌륭한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몸에 배어 있는 예술성입니다. 결국 화려한 테크닉은 그 속에 담겨 있는 예술성을 잘 표현하려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성은 그 사람의 뇌리 속에 깊이 베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합니다. 갑자기 급조되거나 돌출되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한 연습과 사랑 그리고 소위 '끼'라고 하는 것이 합쳐져서 만들어집니다. 행위자의 '혼과 넋'이 담겨 있는 것이 예술입니다. 예전에 '서편제'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양딸(Stepdaughter) '송화'를 명창으로 만드려고 광기 어린 노력을 기울이던 미친 소리꾼 '유봉'은 급기야는 송화에게 약을 먹여 그녀를 실명시킵니다. 세상과 단절된 송화의 철저한 고독감은'한'이 되어 '절묘한 소리'로 승화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철이 들고나서 그것이 예술을 생명처럼 여기는 '예능인'들의 '살신성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 생각의 틀을 넓히고 많은 사람을 사귀어서 좋은 인맥을 형성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연예인 뺨치는 말재주와 행동 테크닉을 갖추었어도 가장 중요한 하나님과의 깊은 교감이 빠진다면 결코 아름다운 신앙인도 그리고 목회자도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모양만 그럴듯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리스도의 혼'이 살아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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