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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 감성 코드

권태산 목사/라크라센타 하나님의 꿈의 교회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2일 열린 애플의 제품발표회에 스티브 잡스는 여느 때 처럼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차림으로 등장했다.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보도한 '6주 시한부설' 때문에 그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1시간 11분을 소화했다.

"애플의 DNA는 기술만이 아니다. 우리의 DNA는 기술과 인문학의 결혼이다." 이날 잡스가 내세운 애플 철학이다.

'아이패드 2'의 발표회는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보여주면서 끝을 맺었다.



지난 9개월간 아이패드 1500만 대를 팔아 95억 달러의 이익을 남긴 것은 '기술과 감성'의 합작 덕분이라는 잡스의 결론이다.

요즘 우리는 '감동'이라는 단어를 부쩍 자주 듣는다. '우리는 음식을 팔지 않습니다. 감동을 주는 식당입니다'라고 선전하는 식당이 있을 정도다.

현대 마케팅의 가장 기본은 '감성코드'이다. 감동을 받지 않으면 물건을 사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어도 감동을 받으면 지갑이 열린다.

심지어 코미디 프로에도 눈물 흘리는 장면이 꼭 들어가는 것을 보면 현대는 감동에 심히 목말라 있다.

인간은 밥을 충분히 먹어야 하는 것처럼 감동을 충분히 받아야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에 안 걸린다.

우리의 삶은 가장 원초적 감성의 근원인 자연과 멀어졌고 흙을 밟은 지 오래되었다. 그러다 보니 감성은 메마르고 어디서 감동을 준다면 기를 쓰고 찾아간다.

그러고 보면 여러 교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성경을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해 보다 감동되는 것이 더 중요한 우리는 다른 민족보다 감성적으로 더 예민한 민족이다.

이해가 안되어도 감동만 되면 일단 지르고 보기 때문에 '엣지 있는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눈물과 연민의 '한(恨) 민족'이 된 것은 아닐까.

시대의 요구가 이렇다 보니 요즘 설교들은 주로 감성 코드를 중심으로 엮어진다. 설교에 감동이 필요하지만 감동이 메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과다한 양념이 원래 음식의 맛을 해치듯 과다한 감성코드는 '은혜의 감정'은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본질을 흐리게 된다.

은혜는 많이 받는데 삶이 바뀌지 않는 원인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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