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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과 공존하기

곽건용 목사/나성향린교회

'템플 그랜딘'은 2010년 에미상 7개 부문에서 상을 받은 TV 영화로서 자폐인 템플 그랜딘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템플이 자폐 진단을 받은 때는 자폐를 정신분열로 막연히 생각했고 교육방법을 몰라 자폐아를 시설에 수용했던 1950년대였다.

당시에 자폐아 엄마를 '냉장고 엄마'라고 불렀던 이유는 자폐가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지 않아 생긴 병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템플의 엄마는 냉장고 엄마가 아니었다. 그는 딸에게 최적의 교육환경을 마련하려고 애썼고 덕분에 템플은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에서 자기를 이해해주는 교사에게 교육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동물들과 같이 생활하는 자연학교에 다녔고 거기서 받은 교육 덕분에 나중에 획기적인 발명을 했다.



대학원 때 그녀는 도살장에서 실습하다 도축당하는 동물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동물의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는 시설을 발명했다.

그녀는 훗날 인터뷰에서 자신은 육식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도 존엄한 삶을 살 권리와 고통 없이 죽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요한복음 9장은 나면서부터 시각장애인인 사람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전한다.

당시 사람들은 불행의 원인이 죄라고 믿었기 때문에 불행하게 태어난 사람은 누구의 죄 탓으로 그렇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부모의 죄 탓인가 본인의 죄 탓인가? 예수는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사람에게서 하나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요한 9:3)라고 말씀했다.

나는 이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이 당신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가 불행을 해결해준다고는 믿지 않는다.

말씀의 뜻이 뭔지 정확하게 몰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먼저 불행을 겪거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불행과 불편의 원인을 따지지 말고 그저 나와 '다른 사람'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불행과 불편을 죄의 결과로 단정하지 말고 그들을 차별하지 말자는 얘기다. 천재지변을 회교도나 동성애자를 벌하기 위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지 말자는 뜻이다.

예수는 장애인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차별하는 세상의 시선이 불편하셨던 것 같다. 차별에 대해 불편을 느끼는 일이 인권운동의 시작이다.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때 차별은 고쳐질 수 있다. 흑인에 대한 차별에 불편을 느꼈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그 차별을 고친 것처럼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그것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져야 고쳐질 수 있다. 템플은 도살당하는 동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에 공감해서 그들이 편히 죽을 수 있는 시설을 발명해냈다. 자폐아로 사회의 온갖 차별을 받고 자랐던 템플이 그 일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면 이것도 일종의 차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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