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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착해도 어리석으면 화 자초해 괴로워져

Q: 제게는 농장이 하나 있습니다. 친척 되는 사람이 3년 전에 농장을 돈 200만 원에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습니다. 5년 계약인데 있을 데가 없으니 농장 옆에 하우스를 짓고 살겠다고 하길래 보기가 딱해 농장에 딸린 집에서 거저 살라 했습니다. 그런데 제 딸이 방이 필요해져 집을 비워 달라 하니 못 비워주겠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그곳에 핵심 도시가 들어온다고 하니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같이 살지도 않는 아들 주소까지 옮겨놓았습니다. 퇴거시키기 위해 변호사 비용을 알아보니 500만 원이나 들고 전입 말소도 한 달이나 있어야 한다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A: 좋은 마음을 내도 어리석으면 괴로움이 따릅니다. 괴로움은 착한가 악한가에 따라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고 어리석으면 괴로움이 일어나고 지혜로우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착한 마음을 냈지만 어리석었기 때문에 화를 자초했다는 말입니다.

일가친척 간에 돈을 빌려줄 때 이자 없이 빌려주거나 이자를 아주 작게 빌려주면 돈을 못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채무자가 돈을 갚을 때 이자 높은 것부터 먼저 갚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자가 높은 것부터 갚고 이자가 없는 돈은 제일 나중에 갚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자가 없는 돈은 못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은 이치입니다. 사람 마음이 다 이렇습니다.

그러면 내가 빈 집이 있어 남에게 빌려줄 때 월세를 많이 받고 빌려주면 돌려받기 쉽겠어요 아니면 월세 한 푼도 안 받고 빌려주면 돌려받기 쉽겠어요? 월세를 안 받고 빌려줬기 때문에 돌려받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은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다 이 말입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월세를 안 내고 집을 빌렸으니 가능하면 오래 사는 게 유리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특히 돈이 없는 사람일수록 어쩔 수 없다 이 말이에요. 이런 이치를 잘 알아서 굳이 퇴거를 시키고 싶으면 변호사 비용 500만 원을 들여서라도 퇴거시키세요.

하지만 지금 내가 농장이 필요한 게 아니고 딸이 살 집만 필요한 거니 그 사람을 그냥 놔두고 500만 원을 주고 딴 데 방을 얻는 게 나을지 아니면 500만 원 들여서 내보내고 딸이 집에 들어가는 게 낫겠는지 판단하고 일을 진행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되지 가슴앓이를 할 일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니 내가 가슴앓이 하지요. 그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할수록 내 가슴만 답답해집니다. 그러면 내가 손해입니다. 지금 변호사 비용을 아까워하는 것도 내 욕심입니다. 그 사람도 2년만 더 버티면 소유권자가 아니라도 거주권을 가지고 이전 보상을 받을 수 있잖아요. 그걸 노리고 거기 들어와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 사람도 지금 물러설 수가 없는 입장입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돈이 생기기 때문에. 그러니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면 나만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사람이 이익을 위해서 저렇게 노력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해야 됩니다. 그렇듯이 나도 내 이익을 위해서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거는 괜찮아요.

아 저렇게라도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구나 이렇게 마음을 내서 그래 너 벌어먹고 살아라 이렇게 빌려 주든지 아니면 이런 상황은 나중에는 내가 땅을 팔 때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으니 지금 더 이상 거주를 못 하게 신속한 조치를 취하든지 그러면 됩니다. 지금처럼 돈은 돈대로 들고 인정은 인정대로 잃고 나는 나대로 잠 못 자면 세 가지 손실을 보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법적인 조치를 취하든 안 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가져야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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