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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마음공부'는 비우고 시야 넓히는 것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다른 종교들도 좀 그렇지만 특히 불교는 바깥 탓 남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제 마음부터 들여다보고 그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이른바 마음공부다. 강요된 믿음이 아니라 깊은 사색이 먼저다. 이렇게 차근히 내 마음 속을 챙겨 본 다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고요하게 바깥세상을 살펴본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며 제 마음 속으로 찾아 들어가자면 그 마음 자체에 비집고 들어갈 틈바구니가 있어야 한다. 누가 주입시켜 준 무슨 이념이나 교리 주장 같은 것으로 방들이 꽉 차 있거나 남을 배척하는 단단한 편견으로 출입구를 봉해 놓고 있으면 자신부터 한 발자국도 제 집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다. 하물며 아무리 귀한 손님이 있다 한들 어찌 이런 집으로 불러 모실 수가 있겠는가.

종교를 잘못 믿으면 이리 된다. 이른바 꼭 막힌 원리주의자요 근본주의의 답답함과 위험성이다. 무식하고 용감한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한 이러한 벽창호들보다는 차라리 대충 믿는 척을 하는 나일론 신자들이 한결 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숨통이 좀 트이는 괜찮은 이웃이 될 테니까.

그러니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의 큰 목적의 하나는 마음을 비워 시야를 넓히고 영어로 말해 좀 플렉시블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일에나 흐물흐물해지자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낮은 쪽으로 흘러가려는 물과 같이 굳은 것은 녹이고 흐려진 것은 가라앉히고 막힌 것은 돌아나가 빈 곳은 채우며 부처님이 일러 주신 진리의 골을 따라 유장하게 흘러가자는 것이다.



마음이 일단 이렇게 유장하게 흐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다. 마음뿐 만 아니라 몸도 행동도 그에 따라 함께 흘러가야 한다는 점이다. 마음공부라니까 오로지 제 혼자만의 세계에 파묻혀 옴짝달싹 않는 이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불자들에게 행동력과 실천력이 모자란다는 것은 이제 숨길 수 없는 커다란 약점이 되었다.

덮어 놓고 바깥 탓 남의 탓만 하지 말고 일단 모든 것을 먼저 자기의 내부로 돌려 철저한 관조와 반성부터 하란 말씀이지 주구장천 앉아만 있다면 그 마음 닦아서 언제 무엇에다 쓰겠는가. 마음공분들 제대로 되겠는가. 자칫 제 마음 제가 속이는 최면이나 시간 죽이기 오락이 될 지도 모른다.

물이라고 다 좋은 물은 아니다. 고여서 썩는 물도 있고 꽁꽁 얼어버린 물도 있다. 우리가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그냥 좋은 줄로만 알고 머물러 있다면 고인 물이 되어 썩어 버리고 만다. 차가운 외풍이 두려워 기를 펴지 못하고 안으로만 파고들면 이윽고 꽁꽁 얼어붙어 빙판이 되고 만다. 움직이지 않고 실천하지 않은 죄 떨쳐 일어서서 행동하지 않은 업의 결과다.

불자의 강물은 흘러야 한다. 마음의 강물과 함께 실천과 행동의 강물이다. 무엇이 행동이냐? 바로 육바라밀의 실천이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에다 선정바라밀 지혜바라밀을 몸소 실행하는 것이다.

불자들은 우선 마음부터 갈고 닦아야 한다. 갈고 닦아서 나의 안을 맑고 밝게 바꾸어야 한다. 그런 다음 손잡고 움직여 대승의 강물로 도도히 흘러야 한다. 고통으로 얼룩지고 자비에 목마른 사바의 들판에 물을 대며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부처님의 땅으로 바꾸어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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