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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그리스도인 (2)

전달수 안토니오/성 마리아 성당 주임신부

그런데 얼마 후 나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그 기숙사의 지하실에는 부엌이 하나 있었는데 미리 신청만 하면 거기서 자기 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부엌을 민족 식당이라고 부르곤 했다.

우리 한국 신부들은 대개 한 달에 한 번 꼴로 그 부엌을 이용하여 우리 음식을 즐겨 해먹었는데 요리하기 전에 각자 분담을 하여 찬거리를 사 와서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재주가 좋은 신부들은 된장이나 고추장을 구해와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오랫만에 맛보는 된장국은 정말 별미였다. 한 번은 이 된장국을 맛있게 해 먹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후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나이지리아 신부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방을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다짜고짜로 "너희 한국 신부들 오늘 저녁 해 먹었지?"라고 물어왔다. 나는 "그래. 오래간만에 우리 음식 한 번 잘 먹었다"라고 자랑을 했더니 그 신부님 말이 "그런데 너희 한국 사람들은 똥을 먹고 사나?"라고 잔뜩 화가 난 듯하면서도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면서 한 마디 내뱉었다. "너희들이 지하 식당에서 먹고 즐기는 동안 우리는 산보하면서 그 고약한 음식 냄새를 얼마나 맡아야 했는지 아느냐? 하두 냄새가 고약해서 멀리 피해버렸다"라고 했다.

나는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가 맛있게 해 먹은 그 된장찌개 냄새를 그들은 고약한 똥 냄새로 맡았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했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우리에게 맛있는 된장이 그들에게는 악취를 풍기는 음식이었다니.



나는 그 날 이후로 아프리카 신부들 몸에서 나는 그 역겨운 냄새를 더 이상 싫어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했다. 내 몸에서도 그들이 싫어하는 된장 냄새나 김치 냄새가 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는 음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끼리 살 때는 몸을 자주 씻지 않거나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몸에서 냄새가 나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여러 민족이 같이 살 때는 각자가 살면서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 냄새가 몸에 배어 그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서양 음식만 오래 먹다가 김치나 된장국을 먹고 오는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벌써 2~3미터 전방에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문화 속에 오래 살다보면 누구든지 그 문화의 주요 음식 냄새를 풍기기 마련인 모양이다.

우리나라 음식에 '장아찌'라는 것이 있다. 무우를 알맞게 썰어 된장 속에 오래 넣어두면 장아찌가 되는데 그러면 무우 냄새도 아니고 된장 냄새도 아닌 바로 장아찌 냄새가 나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사도 성 바오로께서 하신 냄새에 관한 좋은 내용이 있다. "우리는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1고린 215)라고 하셨다. 다시 말해 진실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냄새가 나는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해 주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그 냄새는 김치나 된장을 먹음으로 생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새 치즈를 먹는 서양인들의 냄새 또는 흑인들에게서 풍기는 그 민족 고유의 냄새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말과 행동 아름다운 향기로 사람들을 상쾌하게 해 주는 냄새나 향기가 아니겠는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 사기 횡령 청소년 추행 R1 비자 등에 예수 믿는 사람들이 개입되어 있다. 그런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부끄럽다. 예수님은 좋지만 예수쟁이들은 싫다고 한 인도의 성자 간디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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