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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미국까지 묻어 온 '땟자국'…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뭐든지 오래 되면 때가 끼고 찌들기 마련이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라서 불교나 기독교에도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처음 가르침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군더더기 때들이 묻기도 했고 씻겨 나가기도 했다.

세상의 때를 씻어 주고 앙금을 가라앉혀 맑혀 주려면 그 진흙탕과 구정물에 발을 담가야 한다. 그게 종교 본래의 임무이다. 그러다 보면 종교 자체에도 어느 새 세속의 때와 앙금이 옮아와 눌어붙게 마련이다. 그걸 두려워해선 아무 일도 못한다. 자신에게 묻는 때는 부단히 정화해 나가면서 동시에 세상을 더러움과 고통에서 건져 내야 한다.

그렇다면 1600년이나 흙투성이 사바 세상에서 치다꺼리를 해 온 한국 불교에는 어떤 때가 묻어 있을까?

여러 가지 때가 끼어 있지만 당장 찜질방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푹 삶은 뒤에 박박 밀어 버리고 싶은 나쁜 때가 하나 있다. 불교적인 옷을 멋대로 갖다 입거나 불교에 달라붙어 먹고 사는 점바치들이란 때다.



이들은 버젓이 무슨 보살입네 무슨 큰스님입네 하며 황당한 사칭을 한다. 큰 생색이나 내는 양 바쁜 짬을 내어 LA까지 잠깐 다니러 왔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찾아와 앞날을 상담하라고 광고까지 내고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닐 것이다. 결단코 말하지만 이런 것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우리 불교계는 점잖아선지 귀찮아선지 이런 일들에 대해 소 닭 보듯 상관을 않고 내버려 두는 듯하다. 아니면 너무나 자비심이 강해서 그것도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오죽했으면 부처님까지 팔아 교포들 눈물 콧물 묻은 푼돈을 챙기겠냐고 눈감아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러다보니 사람들이 아직도 불교라면 무슨 점이나 치고 액막이 굿이나 해 주는 무당 비슷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 대한 오해와 나쁜 선입관에 크게 일조하는데 포교에도 이만저만한 장애가 아니다. 부처님을 욕 되게 하는 것도 분수가 있지 이런 건 정말 못하게 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수천 년 생존술을 터득한 기생충들처럼 끈질기고도 교묘하게 우리의 나부끼는 마음을 낚아채고 흔들리기 쉬운 우리 삶의 약한 고리를 용케도 파고든다. 연말연시에는 더 기승을 부린다.

알다시피 조선 시대 500년간은 척불의 시대였다. 제대로 된 공부나 수행 법보시는커녕 살아남기조차 힘겨웠다. 산중으로 숨어들어가 사회에서 소외 된 밑바닥 부녀자층에 기대어 살아남았다. 그러다 보니 무명에 가린 민중의 종교적 욕구에 무턱대고 결벽증만을 보일 순 없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외에도 온갖 방편이 동원 되었다. 점을 봐 달라면 점을 택일을 해 달라면 택일을 해 줬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미국에까지 묻어 온 이 땟자국들은 마지못해 지어왔던 그 일시적인 방편들의 업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승가에 속한 자로서 이러한 업을 짓는 이들은 없다. 혹시 있다면 불교의 이름을 훔쳐 파는 외도에 다름 아니다. 외도라서 이러한 업을 짓는 것이 아니라 옷차림이나 호칭이야 어떻든 이러한 업을 짓는 이를 일컬어 외도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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