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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계절에 따른 안거의 수행 전통과 유래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인도는 본래 매우 더운 나라다. 더울 뿐만 아니라 철따라 바람이 뚜렷이 바뀌어 부는 몬순의 나라다. 여름에는 남쪽에서 축축한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와 온 천지에 장마비를 뿌리고 겨울에는 북쪽 대륙에서 메마른 바람이 불어온다. 한국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철바람이 부는 지대라서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가끔 남지나해 등지에서 생겨 나온 폭풍의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인도의 여름 폭풍이나 몇 날 며칠씩 쏟아 붓는 장대비에 비하면 대부분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나무 밑에서 사흘 이상은 머무르지 말라고 하셨던 부처님께서도 오죽했으면 비가 많이 오는 이 몇 달 동안만은 제자들에게 나다니지를 말고 한 곳에 모여앉아 수행에만 전념하라고 하셨을까. 불가에서 말하는 들어앉기, 곧, 안거는 이렇게 비롯된 것이고 절이라는 것도 본래는 수행자들이 비 많은 여름철에 들어앉아 있기 좋도록 하자고 지어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여름 안거의 수행 전통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가 한반도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북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지는 겨울에 몹시 추운 것도 문제였다. 스님들이 요즘처럼 차를 타고 다닐 수도 없었고. 그래서 여름 안거와 더불어 겨울 안거도 생겼는데 한국에서는 보통 하안거 석 달, 동안거 석 달 하는 식으로 굳어졌다.

불교가 동아시아에 전해진 후 역사가 흐르면서 여러 종파 가운데 특히 선종이 활짝 꽃피어서 주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님들의 안거도 대개 고요한 산 속에 자리한 절에서 집중적으로 참선을 하는 것이 주가 되었다. 선불교가 번창하면서 많은 대중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선원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해서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갖추게 되었고 조실이니 입승이니 하며 갖가지 소임이 생겨나는 등 선방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안거를 시작하고 끝내는 날짜도 엄수해야 했는데 이렇게 물 따라 구름 따라 떠돌다가 전국각지의 선방을 찾아드는 선객을 운수납자라고 한다. 이들은 안거가 시작 되는 첫머리에 자신을 묶어 두는 결제로부터 끝마치고 푸는 해제 때까지 전심전력, 화두 하나를 붙잡고 매달린다. 그리고 이렇게 안거를 몇 번이나 제대로 마쳤느냐가 한국의 선승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이력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근기 얕은 사나이로 태어나 언감생심이긴 하지만 운수납자 노릇 한 번 못해 보고 나이만 먹은 게 내심 전혀 서운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기야 이 대신 잇몸이라고 요즘은 머리를 안 깎고도 겨자씨만큼은 선방 맛을 볼 수도 있는 좋은 시절을 만난 것으로 허망한 욕심을 달랠 수밖에. 템플 스테이 이야기다.

본래는 불교 대중화를 위해 재가불자들에게도 절의 수행에 일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게 해가 지나면서 일반인에 맞게 다양화하여 문화 상품화한 게 템플 스테이다. 말 그대로 절에 며칠간 묵으면서 참선뿐만 아니라 발우공양, 예불, 울력 등 프로그램에 따라 절 생활을 해 보는 것으로 예상 밖의 히트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남녀노소가 그 무언가를 찾아 모여들고 무언가를 얻어서 돌아간다.

주로 청소년을 위한 것이지만 근래에 미주에서도 몇몇 한국 사찰과 단체가 템플 스테이를 태동시킨 바 있다. 안거나 정진에 며칠 씩 참여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꼭 외국 사람들 다 하는 것 보고 나서 그 때 가서야 좋다고 따라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서, 지친 몸과 마음도 추스를 겸 편한 옷 입고 며칠간 절살이를 한 번 해 봄은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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