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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확 속에서] '빵 굽는 CEO'

방동섭 목사/미주성산교회

수년 전 서울의 모 케이블 TV 방송에서 서초구민들을 대상으로 "서초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를 조사했는데 1위로 꼽힌 것이 의외로 '김영모 제과점'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심지어 만일 강남지역에 쇼핑몰을 짓는다면 가장 먼저 들어서야 하는 점포가 '김영모 제과점'이라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누구나 이 제과점의 고객이 되면 '단골 고객'이 아니라 '충성 고객'이 된다고 한다.

이 제과점의 사장 김영모 씨의 학력은 고등학교 1학년 중퇴가 전부이다. 그는 지방 한 소도시의 제과점 보조로 일을 시작하여 35년간 빵을 만들었다. 그가 빵집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복잡하지 않다. 갓난아기 때 부모가 이혼하여 고아 아닌 고아가 된 그는 배고프고 외로웠던 시절 그의 유일한 기쁨이 초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빵집의 유리 진열장 속에 있는 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빵을 원 없이 먹고 싶어 결국 17살이 되던 해 빵집 보조로 취직을 하였다. 취직한 후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빵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하루 1-2시간 잠을 자면서 빵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빵이 그의 인생의 스승이 되었고 멘토가 된 것이다.

그의 자서전 '빵 굽는 CEO'라는 책에 보면 1982년 서른나이에 서초동에 위치한 6평짜리 김영모 제과점을 열었고 맛 하나로 입소문을 내면서 강남의 주민들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의 빵이 인기를 끌자 '역삼 럭키점' '도곡 타워 팰리스점'을 분점을 내었는데 분당 수지 일산 등 신도시에서도 고객들이 찾아오고 심지어 지방에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현재 3개 지점 4개 매장에 13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그의 제과점 직원회의는 모일 때마다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단 한 명의 감원도 임금 조정도 없이 가장 어려운 경제 상황이었던 IMF 시기를 돌파하고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김영모 씨의 경영 철학은 "돈 버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돈만 쫓으면 돈이 오히려 도망가고 인생은 누추해 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흔한 부동산 투자 한 번 해본 적이 없고 로또 복권 한 장 사본 적도 없다. 땀을 흘리지 않고 얻는 소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탄으로 빵을 굽던 어려운 시절에도 소보로 빵에 얹을 소보로의 양 180그램 중 2 그램만 부족해도 전량 폐기처분했다. 밀가루 한 포대가 아쉽던 시절에도 최고가 아닌 빵을 소비자에게 맛보게 하는 것은 빵 굽는 사람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오히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많은 사람이 뭔가 큰일을 해보겠다고 꿈을 꾸지만 그것이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잘 모른다. 김영모 씨의 삶은 비록 빵을 굽는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할 때 어떤 결과를 볼 수 있는지 우리에게 잔잔한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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