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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영적으로 균형잡힌 신앙인들 필요

신홍식 신부/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소임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신자들을 만나게 된다. 아침 미사에 나와서 하루 종일 성당에서 사는 분도 있다. 성당 행사 때마다 나와서 봉사를 하는 분도 있다.

여러 단체에서 항상 만나는 분도 있다. 흔히 말하는 성당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신자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성당에서 형제님이 참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단체의 장을 맡으면서 열심히 봉사하고 신앙생활을 했지만 부인은 볼 수가 없었다. 남편의 열심에 부인이 너무 질려서 나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들렸다.

또 어떤 자매는 하루 종일 성당에서 사는 것 같았다. 집안일은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했다. 너무 성당 일에 매달리면 정작 가족들은 성당을 멀리하게 된다. 무엇이 먼저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성당 일을 좀 줄이라고 말하면 눈이 동그래지면서 "신부님 신부님 맞아요?"하고 묻는다. 아마도 '어떻게 신부님이 성당에 자주 나오지 말라고 말하느냐?'는 뜻일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당이 또 신앙생활이 현실에서의 도피처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성당에 나오고 성당 안에서 기도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위안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피하려고 신앙생활에 몰두한다면 그 위안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서 얻게 되는 위안과 평화는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용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신앙생활도 균형이 잡혀야 한다.

그래서 신앙은 구름에 뜬 이야기가 아니다. 신앙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이다. 아니 나의 이야기이다. 신앙이 현실과 동떨어진 먼 나라의 이야기라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신앙이 지금 나의 삶에 힘이 되지 않는다면 여기에서 우리가 힘을 얻지 못한다면 신앙은 힘든 현실을 잊고자 하는 망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신앙생활은 신앙과 생활의 합성어이다. 신앙이 따로 있고 생활이 따로 있어서는 신앙생활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생활이 신앙화될 때 신앙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나의 삶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나의 행동 언행 인생관이 신앙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할 때 우리는 성숙할 수 있다. 먼저 과거에 대해 포기해야 한다. 지난 시절에 대한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움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새롭게 되기 위해서는 과거를 버려야 한다. 지나온 시간들을 버려야 한다. 거기에 묶여서는 앞으로 갈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이렇게 묻는다.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1916이하)

그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보다는 가진 재산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 현실에 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늘나라의 보물을 차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복음말씀은 비단 재물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포기의 고통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버릴 때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많은 갈등의 고통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감추어지고 가려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작업은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누구나 피해가고 싶은 작업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통해서만 영적으로 인격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대는 영적으로 신앙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한 신앙인들이 필요하다. 열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신앙인들이 많이 있어야 이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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