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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주님은 나의 생수통"

새라 정/이음교회 집사

나는 요즘 어머니들만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 모임에서 '주님은 나의 OO이다'라는 명제를 놓고 빈 칸을 채워 넣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먼저 어떤 어머니가 학창 시절 자신의 슬픔과 기쁨.분노와 좌절을 고스란히 받아주었던 그 자리와 거기에서 늘 눈물범벅이 된 채로 만났던 주님을 기억하면서 '주님은 나의 버스 뒷좌석'이라는 고백을 하였다.

남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안고 있는 어떤 어머니는 '주님은 나의 생명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고달픈 이민 생활에 지쳤다는 또 다른 어머니는 '버팀목'이라는 단어를 채워 넣었다.

이른 아침에 나가 늦은 밤에야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종일토록 어린 아들과 씨름한다는 젊은 엄마는 '주님은 나의 활력소'라는 고백을 하였고 오랜 타국 생활 덕분인지 누군가가 '주님은 나의 된장'이라고 고백할 때는 모두 공감의 웃음보를 터트리기도 햇다.



나는 '주님은 나의 생수통'이라는 고백을 했다. 수년 전 북인도로 단기 선교 여행을 갔을 때 혹독한 무더위에서 나를 살려준 생수통이 생각나서였다.

너무나 습한 더위 때문에 오히려 온 몸을 덮는 옷을 입어야 했는데 그래도 팔은 새까맣게 그을렸었다. 그 당시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네들이 주는 식수에는 백발백중 탈이 났던 탓에 귀하게 구하게 된 1리터짜리 생수통을 들고 다녔다. 나는 그 생수통이 나를 살린다는 생각에 무겁다는 생각도 잊은 채 온 산지산천을 그 통을 끼고 다녔던 것이다.

이런 고백들이 주님을 너무 폄하하는 표현이라 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개인이 쏟아내는 주님을 경험한 귀한 스토리들 하나 하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이러한 고백이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나는 생생한 성경 이야기가 아닌가. 어머니들의 이런 고백들이 야곱이 말한 '베델의 하나님'과 다름없는 현대판 고백이라 한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베델에서 하나님을 만난 야곱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베델의 하나님을 기억했으며 그곳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새로운 시작을 하였다. 어쩌면 오늘 이들의 고백 또한 그러한 역할을 할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주님에 관한 온갖 고상하고 거룩한 표현보다도 투박한 어머니들의 이런 고백들이 내게 더 감동을 주는 것이다.

사실 성경은 초라한 우리네 이야기를 보태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야기가 넘쳐나는 책이다. 그렇지만 성경은 대하면 대할수록 이상하게도 끊임없이 새로운 성경 이야기를 우리에게 요청한다. 그것이 성공 사례인지 실패 사례인지는 중요치 않다.

성경은 주님과 함께 한 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 들은 색다른 주인공들의 새로운 성경 이야기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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