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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참된 '자랑거리'를 만들자

한상만 신부/성 크리스토퍼 성당

월드컵으로 여름을 시작하면서 뜨거운 열정을 느꼈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희망하며 관전하다가 친구들끼리 저녁 내기를 하는 재미가 또한 쏠쏠했습니다. 6월 11일부터 시작하고 7월 12일 스페인이 결승전에서 승리하게 될 때까지 참 그랬습니다. 스페인의 승리를 점쳐준 문어가 스페인 시민권을 얻었다던가 뭐 그런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신자들의 가족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교포 자녀들이 대개는 어려서는 잘 모르다가 고학년이 되고 대학에 가고 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묻게 되고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찾아 갖게 되는데 이런 월드컵 같은 것이 그런 경우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얼굴에 분장을 하고"대~한민국"을 외치는 동포의 무리 중에 섞여있는 자기를 발견하면서'자기'가 된다고 합니다. 색깔 때문에 언어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피해의식도 저 응원에 참여하고 나면 별 것 아닌 것이 되고 '한국인'인 것이 어느새 자랑거리가 되고 기가 살아난답니다.

그렇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랑거리가 있어야 하는가 봅니다. 어떤 사람은 양반 가문과 혈통을 자랑하고 명문 학벌을 자랑하고 가지고 있는 재물을 자랑하고 직업을 자랑하고 아이비 리그( Ivy League)에 입학한 자식이 자랑이고 한국이 월드컵에서 16강에 들어서 자랑이고 현대 삼성 같은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서 그렇고.



그런데 생각할 것이 있지 싶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초반에 어이없이 실점을 당하고나서 장탄식과 더불어 비판이 시작되더군요. 감독이 왜 누구를 빼고 누구를 출전시켰느냐 이것이 한계다 아직 멀었다. 그러다가 자긍심은 조바심으로 바뀌고 새벽에 일어나 관전하느라 잠이 모자란 탓인지 패배로 인한 자괴감 때문인지 하루가 우울해지고 뭐 그렇게 재미없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묻게 됩니다."깨져버리기 쉬운 이런 것 말고 우리 인생을 변함없이 튼튼하게 버텨줄 자랑거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렇다면"그것은 어떤 것일까?"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지만 세상의 것들은 다 고만하게 한계가 있습니다. 건강도 명예도 부도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릴 것들이니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책 중의 책인 성경에서 답을 찾다가 사도 바오로를 길잡이로 삼아 보았습니다. 갈라티아서 6장 14-15절에서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 창조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만 자랑하겠다는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여기 사용된 '자랑하다'는 동사는 그의 인생전체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사도적 열정 그의 활동과 심지어 죽음까지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드높은 긍지가"허풍떨기"와 달라 보이는 것은 그가 예수님에게서 배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루카 복음의 예수께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십니다."보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을 주었다. 이제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장 18절)

우리가 받은 능력을 자랑하지 말고 업적을 자랑하지 말고 우리가 하느님께 속한"하느님의 것"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자랑거리로 삼으라는 가르침입니다. 과연 변치 않을 참된 자랑거리는 이것뿐이고 이를 자랑거리로 삼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습니다. 이것이 지난 한 달간 마음 설레다가 얻은 영혼의 양식이라서 여러분과 나누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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