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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종교의 강에서 몸을 씻을 때

'마음' 씻어 깨끗해야 하늘 열리고 천국 봐

# 풍경 1 : 도마복음(예수의 가르침을 담았다는 영지주의 문헌으로 그리스도교 정경에는 포함되지 않음)의 한 대목입니다. 누군가 예수에게 물었죠. "주님 천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늘에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바다에 있는 것입니까?" 이 말을 들은 예수가 답했습니다. "천국이 하늘에 있는 것이라면 공중을 나는 저 새가 먼저 닿을 것이고 천국이 바다에 있는 것이라면 물속을 헤엄치는 저 물고기가 먼저 닿을 것이다. 천국은 하늘에도 있지 않고 바다에도 있지 않다. 천국은 차라리 너희 안에 있고 너희 바깥에 있다."

무슨 뜻일까요? 천국이 너희 안에 있다니. 우리의 마음은 늘 지지고 볶고 허덕대는데 말이죠. 대체 어디에 천국이 있다는 걸까요?

# 풍경 2 : 인도 사람들에겐 소원이 있죠. 죽기 전에 갠지스강에 가서 목욕을 하는 겁니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은 갠지스의 강물이 죄를 씻어준다고 믿기 때문이죠. 옛날에도 그랬습니다. 불교의 한 여성 출가자가 갠지스강에 갔습니다. 거기서 몸을 씻고 있는 힌두교의 바라문을 봤죠. 승려가 물었습니다. "왜 강물에 몸을 씻는 겁니까?" 바라문이 답했죠. "나의 죄를 씻기 위해서요. 이 신성한 강물이 인간의 죄를 씻어주니까요. 그렇게 죄를 씻어서 해탈을 이루고자 함이오."

그 말을 들은 승려가 말했습니다. "저 강물이 진정으로 죄를 씻어준다면 갠지스강의 물고기는 모두 해탈을 이루었겠소." 이 말을 들은 바라문은 뭐라고 답했을까요. 승려를 바라보는 그의 멍한 표정이 눈에 선하군요.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 건 종교적 형식이죠. 여기에는 '죄를 씻는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럼 갠지스강에 몸을 담근다고 정말 죄가 씻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죄는 '몸 씻기'가 아니라 '마음 씻기'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갠지스강이냐 센강이냐 낙동강이냐는 중요치 않죠. 몸을 씻는가 마음을 씻는가가 포인트죠.

그리스도교의 세례도 종교적 형식이죠. 거기에도 '죄를 씻는다 죄사함'이라는 상징이 담겨 있죠. 예수도 세례 요한에게서 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물에서 나왔을 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마태복음 3장16절)고 성경에는 기록돼 있습니다.

'현문우답'은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는 대목에 주목합니다. 왜냐고요? 하늘이 열릴 때 우리는 비로소 천국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럼 물음이 날아옵니다. "어떡해야 하늘이 열리고 어떡해야 신을 만나고 어떡해야 천국을 보는가?"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좌절하고 말죠.

그런데 예수는 이미 여기에 답을 했습니다. 2000년 전 갈릴리 호숫가의 언덕에서 예수는 귀를 쫑긋 세운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복음 5장8절)

그렇군요. 마음이 깨끗할 때 하늘이 열리는군요. 그래서 도마복음은 "천국은 네 안에 있다"고 말합니다. 안팎이 둘이 아니죠. 천국이 내 안에 있을 때 천국은 내 밖에도 있죠. 그래서 나의 고집 나의 착각으로 범벅 된 '나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그게 천국을 가리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는 '갠지스강'에만 집착합니다. "갠지스강에서 몇 번이나 목욕을 했나?" "출석하는 교회에 몇 번이나 봉사를 했나?" "법당에서 몇 번이나 시주를 했나?"를 따지며 수치와 횟수에 매달립니다. 이젠 물음을 바꿔야 합니다. 종교의 강에서 나는 몸을 씻고 있나 마음을 씻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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