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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조미료와 기도생활

김두진 신부/예수 고난회

군에 있을 때 저도 그랬습니다만 제 바로 밑의 졸병은 조미료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 당시 군대 밥은 맛 나는 식사도 아니었고 왕성한 식욕을 가진 장정들에겐 늘 모자라는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맛없는 국이라도 조미료만 조금 넣으면 그 변해지는 맛이란 상상을 초월하기에 조미료는 아주 중요한 재산이자 보물 1호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하고 치사하기도 했지만 나만 아는 비밀 공간에 조미료를 숨겨두고 식사 때에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뿌려 먹던 그 맛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졸병이었던 그 친구는 두메산골 출신이라 군에 오기 전까지 조미료가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모양입니다. "김 상병님 이 가루는 요술쟁이래요. 싱거운 것에 넣으면 간이 맞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짠 것에 요것을 넣으면 싱겁게 되는 것은 이해가 안 돼요. 이거 정말로 요술가루에요." 소탈한 성격의 마음이 후한 친구였는지라 이 친구하고는 삭막한 군대 생활 안에서 조미료 뿐 아니라 많은 것들을 나누며 살았던 생각이 오늘따라 각별합니다.

음식에 갖은 양념을 해 맛을 내자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듭니다. 거기에 비해 조미료를 넣어 음식 맛을 내는 것은 아주 쉽고 간편한 방법입니다. 오늘 성경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추억이 회상되어지는 것은 혹시나 나의 생활이 간편하고 쉬운 것만 고집하는 조미료 같은 생활이고 인스턴트식품 같이 편한 것만 기도하는 신앙이 아닐까 하는 반성 때문인가 봅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미국에서 늦깎이로 신학을 공부할 때와 처음 이곳 미국에서 피정자들에게 처음으로 영어 강론을 할 때 무척이나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기억 됩니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서 하는 공부도 끝났고 영어로 강론하는 본당이나 수녀원에서 가끔씩 칭찬도 받으니 절박한 마음 대신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게으름이 자리 잡아 조미료 같은 신앙을 사는 것은 아닌지 슬며시 걱정되어집니다. 기도는 절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쉽고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 조미료가 있다 고해서 아무 생각 없이 거기에 입맛을 맞추다보면 우리의 생활이 정성스러움 보다는 편함으로 흘러 절박한 마음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부유한 마음과 여유로운 마음에서 간절한 기도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절박함 안에 살면서도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지지 않는다고 오늘로 내일로 미루며 사는 신앙의 한심함을 제 안에서 봅니다만 이런 한심한 신앙생활과 편한 것만 고집하는 탓에 조미료나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치하려는 것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구하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위의 말씀대로라면 구하면 받겠지만 이것 보다 먼저 내가 남에게 바라는 대로 해 줄 수 있을 때 올바른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기도란 그저 빌기만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믿기만 해서도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오늘 성경말씀은 제게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비는 것과 믿는 것 보다 기도 하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 또 바랄 것을 바라는 깨어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가르치십니다. 또한 기도를 통해서 사랑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 성경을 읽으면서 점심을 먹으면서 감사한 마음과 뿌듯한 마음과는 달리 모처럼 쉬는 날인데 갑자기 썰렁해진 날씨에 투정을 부리며 어떡하면 잘 놀고 쉴 수 있을까 하는 이 나태한 마음이 들켜버린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마치 조미료를 아무 생각 없이 쳐 먹고 인스턴트 음식을 애용하는 게으름 같아 그분께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조미료! 무좀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을 만큼 독한 조미료가 건강에 절대로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편 하려고만 하는 마음과 내가 바라는 것만 바라는 기도는 절대 우리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무엇이든 빨리 이루어지고 간편하게 들여지는 기도와 신앙이 절대 우리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어머니 손맛을 탄 청국장 생각에 군침 흘리며 또 오래된 추억을 회상하며 배운 하루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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