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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독일 축구서 배우는 '파괴와 창조'

'변화' 쉽지 않지만 '머무름' 거둬내야

# 풍경 1 :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아르헨티나 경기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독일 축구는 그 동안 '수비 축구 방패 축구'였습니다. 그래서 지루하고 심심하고 잠그는 축구였죠. 한두 골 차로 승리와 실속을 챙길 뿐 축구팬들의 가슴을 콩닥콩닥하게 만들진 못했죠.

그런 독일 축구가 달라졌더군요. 차범근 해설위원도 깜짝 놀랄 정도였죠. "독일팀이 예전과 달리 기술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공격수가 수비를 잘하고 수비수가 공격을 잘하는 첨단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고 풀더군요. 결국 독일은 우승후보로 꼽히던 아르헨티나를 4-0으로 대파했습니다. 이미 승리가 확정적임에도 독일은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를 몰아치더군요. 독일 축구의 변화 거기에는 '성장의 이치'가 담겨 있었습니다.

# 풍경 2 : 독일에서도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수비 지향의 독일 축구가 달라졌다. 오히려 공격 지향의 네덜란드 축구를 보는 느낌이다. 독일 축구가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 건가?"라는 논란이 거셌다고 하네요. '현문우답'은 거기서 두 가지 마음을 봅니다. 하나는 '머물고자 하는 마음'이고 또 하나는 '달라지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축구뿐만 아닙니다. 일상을 사는 우리의 마음도 이런저런 조직도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죠. 머무름과 달라짐 그 사이에서 늘 고민하죠.

그런데 유심히 보세요. 언제 사람들은 머물고 싶어할까요? 맞습니다. 먹고 살만 할 때입니다. "조직적인 수비 축구만으로도 먹고 살만 했다. 왜 독일 축구가 변해야 하는 거지?" 이런 의문이 솟구치는 거죠.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내가 좋았던 순간 기뻤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짜릿했던 순간이 지속 되길 바라죠. 그래서 그런 순간을 붙드는 겁니다. 기억을 돌이키고 다시 돌이키고 다시 돌이키면서 계속 머물고 싶어합니다. 이미 그 순간이 지나갔을 때조차 말입니다.



그래서 변화가 쉽지 않은 겁니다. '내가 머물고 싶은 순간'을 스스로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머무름에 집착하게 됩니다. 지금껏 앉아서 데워놓은 의자의 방석이 너무도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과 우주는 결코 머물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되풀이하며 변하고 있죠. 봄이 왔다가 봄이 가죠. 여름이 왔다가 여름이 가죠. 파괴-창조-파괴-창조가 끝없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거고 그래서 생명이죠.

머물 건가 머물지 않을 건가는 사실 고민의 대상이 아닙니다. 왜냐고요? 세상과 우주의 끝없는 변화는 '이치'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할 일은 머무름의 이유를 찾아내는 겁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나는 왜 머물고 싶어하는가? 내가 머물고자 하는 집착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걸 찾아서 '머물고자 하는 나의 착각'을 걷어내면 되죠. 그걸 걷을 때 다시 세상의 이치 우주의 이치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겁니다.

독일 축구는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과거의 전형'을 파괴하고 '오늘의 새로움'을 일궈낸 거죠. 물론 그런 변화의 과정이 늘 성공만 안겨주는 건 아닙니다. 둥가 감독이 시도했던 브라질의 실속 축구는 8강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죠. 그러나 그 모든 성공과 실패는 거대한 진화의 과정 속에 있는 겁니다. 핵심은 독일의 축구도 브라질의 축구도 숨 쉬며 살아있다는 거죠.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육조 혜능 대사는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머무는 순간 화석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니 물어야죠. 아직도 파괴되지 않은 내 삶의 상처 내 마음의 화석은 과연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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