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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축구·음식·명상 '덧셈의 법칙'

집착 허물수록 에너지 불어나

# 풍경 1 : 1970년대 영화배우였던 문숙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요가와 명상 건강식을 하는 수행자가 돼 있더군요. 인터뷰도중 그가 말했습니다. "음식을 먹는 건 결국 다른 생명체의 기운을 먹는 거다." 그래서 슬펐다고 합니다.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육식이 아니라 채식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죠. 풀도 생명이고 나무도 생명입니다. 풀도 얼굴이 있고 나무도 숨결이 있죠. 결국 살기 위해서 잡아먹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절망스러웠다고 합니다.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세상은 이미 약육강식의 생존논리로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누가 누구를 먹는 게 아니더군요. 누가 누구에게 먹히는 게 아니었어요. 세상은 먹고 먹히는 과정을 통해 하나가 될 뿐이었죠. 나와 상대가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공존하는 것이더군요. 그걸 통해 내가 그가 되고 그가 내가 될 뿐이죠."

그 말끝에 문숙 씨는 티베트의 '조장'(鳥葬.사람이 죽으면 새의 먹이로 주는 장례법) 풍습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곳 사람은 죽고 나서 몸을 독수리의 먹이로 줍니다. 자신과 독수리가 하나가 되는 거죠. 그렇게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건 참 페어(Fair.공평)한 거예요."



# 풍경 2 :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최강의 팀들이 일찌감치 좌초하기도 하고 약체로 알려졌던 팀들이 선전하기도 하죠. 사람들은 그걸 두고 '이변'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변이 없습니다. '이치'만 있을 뿐이죠. '현문우답'은 그들의 좌초 그들의 승리 그 밑바탕에 깔린 이치를 훑어봅니다.

축구는 11명이 뛰죠. 그러나 슛을 날릴 때는 딱 한 명이 쏩니다. 그런데 그 슛을 유심히 들여다보세요. 슛마다 무게가 다릅니다. 어떤 슛의 무게는 1인분 어떤 슛은 2.3인분 또 어떤 슛의 무게는 11인분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어떤 선수는 혼자서 뛰고 어떤 선수는 열이 하나처럼 뛰기 때문입니다. '현문우답'은 그걸 두고 '불이(不二)의 조직력'이라고 불러봅니다.

결국 에너지의 덧셈입니다. 에너지가 더해진 슛의 위력은 파괴적이죠. 반면 덧셈이 빠진 슛은 힘이 없죠. 프랑스팀을 보세요. 선수들 각자의 개인기는 뛰어났지만 팀 내 불화로 인해 에너지의 덧셈을 이뤄내진 못했죠.

당연한 얘기라고요? 맞습니다. 그러나 지지고 볶는 우리의 일상을 얘기할 때는 다릅니다. 누구도 그걸 "당연한 얘기"라고 말하지 않죠. 왜냐고요?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덧셈의 공식'을 망각하기 때문이죠. 나의 에너지와 상대의 에너지 그 사이에 '+'가 끼어들 수 있음을 까맣게 잊어 먹고 말죠. 그래서 단독 드리블을 고집합니다. 이쪽 골문에서 하프 라인을 지나 저쪽 골문까지 혼자서 허덕대며 공을 몰죠. 그리고 투덜거리죠. 힘들다고 외롭다고 두렵다고 말입니다.

예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희 안에 거(居)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 사람들은 겁을 먹죠. 상대가 내 안에 거할 때 나의 에너지가 줄어들까 내가 상대 안에 거할 때 나의 에너지가 훼손될까 두려움에 떨죠. 그러나 '거함의 순간'은 나를 허물 때 비로소 이루어집니다. 티베트의 조장(鳥葬)도 마찬가지죠. 나를 허물 때 그게 비로소 '자연을 향한 거함의 순간'이 되는 겁니다.

축구도 음식도 명상도 마찬가지죠. 나의 집착을 허물면 허물수록 에너지가 불어납니다. 한 방의 슛에 11명의 에너지가 담기는 거죠. 그걸 누가 막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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