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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미국에서의 교포 사목

조운용 신부/남가주 맨발 가르멜 수도회 원장

미국 한인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특수 사목을 미국에서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사목해야 할 시간도 1년 정도 남지 않은 지금 새삼 지난 온 시간 긴 시간은 아니지만 정신 없이 달려 온 것 같아 길게 숨을 한 번 내쉬어 봅니다.

사실 미국에 온 이유야 복잡하지만 그대로 열심히 일해 보겠다고 그리고 이왕 온 김에 영어라도 한마디 배워 보겠다는 굳은 결심과 각오를 하고 이 땅에 왔었지만 지금은 사목은 몰라도 영어는 아직도 한마디도 못하고 살아 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미국 온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전화 벨이 올리면 미국사람일까 걱정이 앞서고 이상한 영수증이나 청구서가 날라 오면 영어하는 신자 분들 찾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영어를 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2년 동안 미국 레스토랑에 가 본적은 2번 1달에 2번이나 1번 정도 맥도날드에 가서 아침 빵과 커피 정도 마십니다. 이것도 선임자가 만들어 놓은 미국 신자들을 위한 토요 영어미사 덕분입니다. 지금은 조금 수월해졌지만 영어미사를 드려야 할 날이 다가오면 영어 기도문과 복음을 읽어 보고 전자사전에서 원어민 발음을 들어보면서 발음을 연습해 보는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입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길게 말씀드린 이유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영어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도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하고 놀라워서입니다.

보통 교포 사목을 담당하게 되면 거의 이런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교민들은 한국 사람이지만 미국사람이다. 먼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정서나 생각들을 가지고 대하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교포들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입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간혹 들기도 합니다. "이분들은 한국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들도 아니다."

여기서 제가 여러 가지를 느끼지만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떤 이유로 미국에 왔던지 간에 주어진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어느 정도의 영어와 미국 사회와 문화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머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저는 썩 좋아하지 않지만 미식 축구나 야구 혹은 아이스 하키라도 TV로 나마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곤 합니다.

우리가 선교사로 다른 나라에 파견되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와 풍습을 먼저 배워야 하고 그 나라 생활 수준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사목하러 오더라도 아무리 한인 교포 사목이지만 영어와 미국 문화와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한인 교포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나라에서 살아 가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한국에서 체험한 하느님과 예수님과는 다른 주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른 하느님과 예수님의 체험 안에서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하느님을 섬기고 예수님을 따르는 길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하느님을 섬기던 방법이나 모습을 미국에 와서도 미국 신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와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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