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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죽음·장례 관한 불교의 의식

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죽음이란 것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부자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찾아오고 국적 인종 불문이다. 때로는 나이도 챙겨 보지 않는 건지 새파랗게 젊은 애들에게도 느닷없이 찾아든다. 이리하면 아침저녁 씻고 바르며 애지중지 가꾸던 몸뚱어리는 며칠 사이에 허물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만 어딘가에 남는다. 이 마음덩이는 시공을 넘나들며 흩어졌다 모였다 살아남은 이들에게 찾아와 가슴을 저미기도 하고 애태우게도 하지만 이윽고 세월 따라 빛이 바랜다. 불교에서는 남아 떠돌며 윤회하는 이 마음 또는 넋을 영가라고 한다.

죽음과 장례에 관한 불교의 의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기야 한국의 시사 뉴스에도 더러 나오는 말들이지만 이런 건 상식으로라도 알아 두는 게 좋겠다.

옛날 인도에서는 서민이나 하층민들이 죽어 가는 사람들을 포대기에 둘둘 말아 숲에다 그냥 갖다 버렸는데 이런 추운 숲을 시다림이라고 하였다. 인도판 집단 고려장이다. 부처님도 이런 데서 수행을 하셨는데 생지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다림이란 말이 한국에서는 누가 상을 당했을 때 스님이 돌아가신 이를 위하여 설법을 하는 의식을 뜻하게 되었다.

돌아가신 이의 귀에다 '오호 무상계는 열반으로 가는 문이요 고해를 벗어나는 자비의 뱃길일세' 하는 무상계를 일러 준다. 망자의 영가가 이제는 빈껍데기인 자기의 남겨진 몸과 평소에 놀던 이승을 그만 잊고 애착을 놓아 버리도록 권고한다. 그리고 주검을 관에 넣기 전에 목욕을 시키고 수의를 입히는데 매 단계마다 보통 아미타경이나 금강경 반야심경을 읊는다. 이는 영가가 부처님께 귀의하여 좋은 곳으로 가도록 밀고 이끌어 주기 위함이다.



불교의 전통적인 장례법은 화장인데 다비라고도 한다. 끝나면 남은 뼛조각을 모아 납골당에 모시거나 곱게 빻은 뼛가루를 원래의 고향인 대지에 흩뿌린다. 그리고 반혼재를 모신 다음 사십구재를 지내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본래 우리 중생의 마음이란 애착이 많아서 웬만하면 죽어서도 잘 떠나지를 못하고 미혹에 싸여 주위를 헤매기 쉽다고 한다. 그런데 이레에 한 번 씩 일곱 번째인 막재까지 지내면 대개는 애착을 놓고 떠나간다고 한다. 이렇게 탈상을 한 다음부터는 전통에 따라 차례와 제사를 모시기도 한다.

한국은 유교 전통이 강해서 불교와 유교 의식이 서로 영향을 주었고 일부 섞이기도 했다. 지금도 혼동이 있는데 본래 불교와 유교의 의식은 한글 한자 모두 글자부터 다르다. 불교에서는 재계할 재(齋)며 유교에서는 제사지낼 제(祭)다.

불교식의 재는 본래 깨끗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 공덕을 닦는 것으로 주로 스님들의 공양 의식이었는데 나중에는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에게 베푸는 일체의 불교 의식을 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요즘 한국 불교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천도재라는 것이 있다. 잘 보내 드리는 재다. 죽은 조상이라고 아무 흠결이 없을까! 살아남은 자손들이 정성으로 재를 모시어 돌아가신 이들이 생전에 지은 모든 나쁜 업을 없애거나 가벼이 하여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의식이다.

다음은 수륙재다. 물과 뭍에 있는 외로운 귀신이나 굶주리는 아귀들에게 공양하는 의식이다. 이 세상에 못 먹어 굶주리는 것보다 더 서러운 일이 어디 있으리요!

영산재는 영축산에서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시는 모습을 재현한 재며 예수재는 다른 뜻이 아니라 내가 죽은 뒤를 생각하여 스스로 미리 닦는 재다. 우리가 평소에 행하는 모든 신행은 어찌 보면 예수재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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