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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시 부문 당선작] 누룩 이야기

장종의

우선 시와 시조 부문 당선작으로 시작 단편 소설 당선작 '남편의 가방'(우수정)을 27일자 웰빙 섹션에 가작 '귀향의 조건'(백해철)을 5월4일자 웰빙섹션에 가작 '작은 거인과 사이다'(이상희)를 5월 11일자 웰빙 섹션에 게재합니다. 또한 논픽션 당선작 '미켈란젤로의 꿈'(박혜자)은 5월18일자 웰빙섹션에 실을 계획입니다. 논픽션 가작과 평론 가작 수상작은 지면 관계상 신문에 게재하지 못하게 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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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일수록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인가

군불에 술이 익어가던 겨울 밤이 그리워



항아리를 얻어 와 막걸리를 빚는다

건조해져 가는 사막 생활 물에 불려 술밥을 만들고

자식 걱정에 주름이 더 깊어진 어머니 얼굴빛 같은 누룩을 넣고

옷깃 여미게 하는 시린 겨울 하늘을 붓는다

너무 멀리 와서 쉬 돌아갈 수도 없는 길

설익은 감정들을 추스르며 하루하루 살아가다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니 신명난 굿판이 벌어졌다

굿거리 장단에 맞춰 춤사위가 펼쳐지고

살풀이라도 하는지 맑던 물이 유즙이 되어 있었다

오고 가는 게 목소리뿐이라 아쉽기만 했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남루한 어머니 곁에 계셔

그 냄새에 취해 한 시절 흘러갈 것 같다

가슴에 묻고만 있던 사랑의 불씨들

더는 참을 수 없어 먼 이국까지 단숨에 건너와 타고 있다

먹고 죽을 건 가난밖에 없던 빈곤한 더부살이 때에도 어머니는

누룽지며 고구마를 곧잘 만들어 내셨다

평생 퍼주는 것만 아는 어머니의 삶이 무르익는 밤

덩실 어깨춤을 추며 달빛이 내려앉고

추억의 힘으로 살아가라고 발자국의 깊이 만큼 그리움이 쌓인다.

■수상 소감…"시가 있어 늘 기쁨이 절로, 이민생활에 활력소 됐으면"

산이 좋아 주말이면 늘 산을 타던 친구가 산은 변함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 말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애플밸리에서 1년 남짓 살다 보니 이제는 알 것만 같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선 빅베어 산을 매일 대하다 보니 이젠 눈을 감고도 그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4월에도 빅베어 산은 머리에 하얀 눈을 덮어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자신은 아직 겨울을 보내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 고집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좋아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하다가 바라보곤 합니다.
머리에 잔설을 이고 구름 위에 있는 빅베어 산처럼 힘든 노동의 끝에는 나도 모르는 새 내 생각은 시를 향해 있습니다. 외면할 수도 버릴 수도 없어 이제는 제 생활의 뿌리가 되어 있는 시 그 시가 가슴 벅찬 기쁨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시가 있어 삶이 풍요롭고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됩니다.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통해 힘든 이민생활에 활력을 찾길 소망합니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채찍임을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제게 시심(詩心)을 일깨워주신 김명인 교수님 사랑하는 아내와 솔이 별이 샘이 그리고 내게 힘을 주는 믿음의 형제인 박창우 형 이근우 형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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