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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시 부문 가작] 가시들풀

송순례

우선 시와 시조 부문 당선작으로 시작, 단편 소설 당선작 ‘남편의 가방’(우수정)을 27일자 웰빙 섹션에, 가작 ‘귀향의 조건’(백해철)을 5월4일자 웰빙섹션에, 11일자 웰빙 섹션에 가작 ‘작은 거인과 사이다’(이상희) 전문을 게재한다. 또한 논픽션 당선작 ‘미켈란젤로의 꿈’(박혜자)은 5월18일자 웰빙섹션에 실을 계획입니다.

논픽션 가작과 평론 가작 수상작은 지면 관계상 신문에 게재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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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옆 외 길에 가시들풀 서 있다



사랑받지 못한 탓인가

세상 혼자 싸우려는듯

치마며 목 줄기며 온통 가시로 둘렀다

유일한 삶의 끈인양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떠날 줄 모르고

텃밭에 붙어 사는 할머니의

주름진 종아리에 생채기를 그어대도

이놈의 가시 하는 외마디 소리뿐

할머니는 그 억센 손으로 뽑지 않았다

잠자리 나비들 오가는 사이사이

재빨리 콩잎에 늘어붙는 날벌레들도

정겨운 손님만 같아

심심하지 않았던 가시들풀

할머니는 텃밭에서

오이야 가지야

기다려도 오지않는 자식들을 부르듯 그 이름을 불렀다

무서리가 내리기 전 어느 날

마지막 가을걷이를 하던 할머니가

마른 호박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샅샅이 훑어가고 남은 빈 텃밭에서

더 이상 오이가 아닌듯

아무렇게나 말라 붙어 있는 오이 잎새와 줄기들

더 이상 호박이 아닌듯

이리저리 나 뒹굴고 있는 호박덩쿨 옆에서

혼자 남은 가시들풀은

평생 열매라고는 가시뿐인 자신을 바라보며

쓴 눈물을 허옇게 흘리고 서 있었다

■수상 소감…살아 움직이는 시 쓰겠다
오랫동안 열지 않은 방문이 확 열리며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처럼가작으로 입상했다는 소식은 나를 놀라게 했다.
고치로 몸을 돌돌 감고 그 속에 웅크리고 있던 애벌레처럼 시는 늘 내게 있어서 삶이었고 과제였다. 언제가 세상으로 날아갈 날인지 나의 모습은 어디까지 형성되었는지 모르는 어둡고 좁은 긴 터널 같은 고치안의 삶. 그러나 이번에 들은 가작 소식은 이제 세상으로 날아가도 좋다는 자연의 허락으로 받아들이겠다.
더욱 열심히 날아 세상이 어떠한 지 자연이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어떠한지 이제 눈으로 보고 날개로 느끼며 시를 쓰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래된 나의 학교 문학 친구들에게 그리고 십여년이 지나기까지 여전히 문학을 사랑하고 공부하는 예지마을 식구들에게 그리고 새끼새들을 먹여살리듯 열심히 문학을 먹이는 예지마을 강사분들에게 사랑하는 남편에게 이 기쁨을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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