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신분 한인 대학원생 '나의 삶 그리고 미래'…"이젠 숨어살지 않을래요"
장학금·정부융자는 '그림의 떡'…소셜번호없어 운전면허도 못따
이민개혁안통과 당당히 앞장…박사학위 받아 대학교수가 꿈
캘스테이트 노스리지(CSUN) 대학원에 재학중인 제프 박(가명.25)씨는 사춘기 시절 이러한 고민 때문에 항상 괴로워 했다. 15세때 '서류미비 학생(undocumented student)' 이 됐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온지 5년만이었다.
동년배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타이틀은 어린 나이에 학교나 사회와 이질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신분 문제는 제프씨의 삶의 '족쇄'와 같았다. 어린 마음에 자신의 신분이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체포되지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 했다. 행동도 괜히 조심해졌다.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해도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과 정부 융자도 받을 수 없었다.
다행히 서류미비 학생에게 거주민 학비 혜택을 허용하는 법안(AB540) 때문에 학비부담은 조금 덜었지만 불체신분인 어머니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 제프씨가 자신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UC샌타바버러에 다니던 시절 현금으로 임금을 받는 과외를 두개 세개씩 해가며 힘들게 대학을 마쳤다.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없으니 운전면허를 딸 수가 없었다. 자동차 없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생활한지도 오래됐다.
밤늦게 공부를 끝내고 집에 돌아갈때도 자동차를 타면 10분 이내로 걸릴 거리를 버스를 타기 때문에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밤늦게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때면 어떤때는 아무도 없는 버스 안에서 혼자 눈물을 흘릴때도 있었어요. 차만 있어도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잖아요. 남들처럼 가고 싶은데도 마음대로 갈수 없구요."
본격적으로 제프 씨가 자신의 신분을 당당하게 알리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범죄자 처럼 숨어 살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요즘 제프 씨는 민족학교를 포함해 이민단체가 벌이는 '이민개혁안 집회' 등에는 꼭 참석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민개혁안을 통과시킬수 있는 방법은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불체자들도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나눌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제프 씨는 CSUN에서 사회학 석사과정중에 있다. 교수가 돼서 사회를 연구하고 발전시켜 자신과 같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물론 나중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해도 신분 때문에 교수가 되는것이 힘들 수 있다.
대신 마음속에 한가지 소망은 제프 씨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것은 이민 개혁안이 그때까지 통과된다는 소망이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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