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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상권 분석] (1)유니온상가…플러싱 한인상권 1번지 ‘자존심 지킨다

향수 달래주는 식당·미용실 가장 많아…조선족 업소 속속 진출, 중국계 도전 거세

금융위기가 촉발한 경기침체로 한인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한인상권의 등줄기로 통하는 플러싱 노던블러바드 선상 업소들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앞세워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던블러바드 한인상권의 초입에 자리잡은 유니온상가는 이제 거세게 밀고 들어오는 중국 상권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100여개의 한인업소들이 밀집해있는 유니온상가를 해부한다.

유니온상가는 플러싱 한인상권의 효시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플러싱 지역을 맨손으로 일궈내며 한인 최대 상권으로 변모시킨 이민 1세대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곳이다. 공장과 주거지역이던 이 지역을 한인상권의 거점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유니온상가가 이 자리에 처음 들어선 것은 1983년. 중국계 개발업자 토머스 왕이 크라이슬러·셰볼레 자동차 딜러와 정비공장이 있던 자리에 상가건물을 지은 것이 그 시작이다. 왕씨는 이 자리에 3층짜리 건물 20개를 한꺼번에 지어 한인들에게 넘겼고, 한인 소유주들은 한인들에게 업소를 리스하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연면적 2500스퀘어피트 규모로 지어진 3층 건물은 주로 1층에 상점들이, 2·3층은 사무실로 쓰여진다. 건물당 5명 내외의 세입자들이 들어와 전체 20개 건물에 100여개의 상점과 사무실이 있다. 한인이 전체 건물 중 15개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5개 건물은 중국계가 소유하고 있다.

건물당 가격은 120만달러 선에서 형성되어 있는데 렌트는 1층 5000달러, 2층 1000달러 내외라는 것이 한인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의 축소판=유니온스트릿 선상에 있는 유니온상가는 노던블러바드와 37애브뉴 사이에 형성돼 있다. 100여개의 업소들이 있는 유니온상가 양쪽 끝으로 한인업소들이 이어져 상권의 중심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식당이나 의류점을 비롯해 기원에서 만화방까지 한인 고객들이 필요한 것은 뭐든 다 찾을 수 있는 ‘한국의 축소판’이다. 가장 많은 업소는 미용실과 식당으로 각각 7개씩 분포돼 있다. <표 참조>

미용실은 티파니, 뉴맵시, 스왕, 이모션, 조아, 시승희, 사랑내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식당도 중식 동해루를 비롯해 이모네구이, 사라네집, 요고존, 명찬동, 장터, 누들하우스 등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의류·신발점과 마사지 업소도 각각 5개씩 있고 한인교회를 비롯해 여행사, 운전학원, 콜택시 업소들이 서로 경쟁하며 영업하고 있다. 이밖에 직업소개소, 보석상, 컴퓨터, 한의원, 화장품, 약국, 스시아카데미, 제과점, 옷수선, 보험, 회계사 등 다양한 업종이 입주해 있다.

조선족 진출=최근 들어 유니온상가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선족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90% 이상 한인업소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플러싱 일대에 조선족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족 업소도 늘어나 유니온상가 내에만 10여개가 영업하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주로 전통 마사지 업소를 중심으로 영업권을 확대하고 있다. 이국 땅에서 가장 그리운 고향 음식을 찾는 이들을 위해 조선족 특유의 메뉴를 갖춘 식당과 주점도 성업 중이다.

과거 한때 중국계 업소들이 한인업소들 틈새를 비집고 입주해 영업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만큼 한인상권이 튼튼하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유동인구 최다=유니온상가의 최대 이점은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플러싱 메인스트릿 전철역이 가깝고 인근에 공영주차장까지 있어 최대의 혜택을 누리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덕분이다.

한국산 의류 전문점 ‘남대문’의 권정자 사장은 “올해로 13년째 한 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다”며 “한국산 의류만 찾는 단골고객 뿐만 아니라 거리를 지나다 들리는 타민족 고객들도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라고 전했다.

또 하나 이곳의 장점은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명소라는 것. 생필품 구입에서부터 회계사나 운전학원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업소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 최성태씨는 “유학온 지 얼마되지 않아 미국의 실정을 잘 모르지만 이곳에 오면 어떤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플러싱에서 30년간 부동산업을 해온 홍종학 한미투자개발 대표는 “유니온상가는 초기 한인상권을 형성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지금은 거세게 밀려오는 중국 상권을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뷰] 26년 터줏대감 홍보당 유영준 사장
'플러싱 가로등 밝힌 게 한인들'


"유니온상가가 들어서면서 어두웠던 플러싱 지역에 불이 환하게 켜졌지요.”

1984년 상가가 들어선 이후 26년간 한 자리에서 보석상 흥보당을 운영해온 터줏대담 유영준(57·사진) 사장은 초기 상가의 모습을 이렇게 회고했다. 유 사장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유니온상가에 남아있는 유일한 한인상인이다.

“당시 한인상인들은 상인번영회를 구성해 상가의 권익을 찾는데 앞장섰다”고 회고하는 그는 “특히 상가 주변 길거리가 너무 어두워 각종 범죄가 난무하자 번영회가 앞장서서 시정부에 가로등 설치를 요구해 주변 상권을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상가가 한인 밀집상권으로 자리를 잡자 한국 언론은 물론 뉴욕타임스 등 주류언론에서도 새로운 한인상권의 부상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에는 주목할만한 한인상권이 없었기 때문에 유니온상가가 새로운 한인상권으로 떠오르자 화제가 된 거지요. 한국이나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 상가를 찾아와 인터뷰를 하기도 많이 했지요.”

유 사장은 “초기 한인 이민자들은 서로 힘을 모아 권익을 찾아가며 정을 나누기도 했는데 요즘엔 옆집에 누가 있는지도 알기 힘들다”며 세태의 변화를 아쉬워했다.

1968년 뉴욕으로 이민온 유 사장은 맨해튼에서 보석상을 운영했던 아버지 유진형씨의 뒤를 이어 지금껏 보석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구 기자 jaylee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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