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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국적항공사에 '뿔난 한인들'

경제부/최상태 기자

국적항공사를 상대로 가격담합 집단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한인들의 반응을 다룬 여파는 컸다.

〈본지 9월9일자 A-3면>

가격담합이라는 '민감한' 이슈이어서 인지 주고객층인 한인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기자에게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심지어 기자의 셀폰 번호까지 알아내 연락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나도 가격담합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보상금 얼마를 받자고 어렵사리 연락한 게 아니었다. 이들 대부분은 국적항공사에 애착을 갖고 착실하게 마일리지를 쌓아오던 한인들이 대다수였다. 한국 국적기를 이용해 온 고객이었는데 이번 가격담합 사건을 보며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담합기간 동안 가족들이 한국을 무려 100여 차례를 방문했다는 50대 사업가는 "국적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나름대로 애국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실망이 컸다"며 "한인들이 영어가 서툴고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으니 어딜 가겠느냐는 배짱이 바닥에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주부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고객에게는 갖은 비용을 부과하더니 이렇게 아낀 돈을 모아 변호사에 수수료로 내는 모양"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가격담합과 관련된 집단소송은 미국에서는 이미 진행 중이다. 소송에 참여한 개인에게 법원이 피해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만큼 이 기간에 국적항공사를 이용한 모든 승객들은 동일한 보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지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합의 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국적 항공기는 기내식에 비빔밥이 제공되고 영어를 몰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한번 잃은 신뢰를 원상복귀하는 데는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명품 좌석 업그레이드 보다 '신뢰 업그레이드'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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