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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굼벵이의 노래

최경희

오체를 온탕안에 들여 앉혀 불린 때를 민다
내 지놈지도 위에 더께진 유전자 줄기때
우매 굼뜸 어눌 무딤 우직 미망
딱지 앉은 좌절 자괴 패배 비굴 절망 등
버거운 줄기 들춰가며
애벌 두벌 속때까지 피 어리게 밀어내고
정수리 세어버린 세월도 함께 흔들어 헹궈냈다
갑의 벗은 몸 날개 돋아나는 소리 웅비하는 소리


흑암을 닦는 계율 지잠(地蠶) 한살이
한 세 네 이레 남짓 부를 노래
득음안거(得音安居) 은인(隱忍) 여남은 해 벗고
굼벵이 천장(遷葬)하는 이 새벽
섬섬한 나래 펴 이녁을 연다
삼등열차 풍속에 휘휘대다 일어서는
그리이스 철길가 도열한 갈대숲에서나
변산해변 백사장 포푸라숲에서나
득음한 소리 흉성 두성 불러내어
하얀폭포 한 폭 찢어 흩뿌리는 찬비 얼얼한 여름 장조가락
황망히 떠난 혜성의 아리아 파기한 약속 찾아 떠도는 메아리
장마 떠난 초원에 이는 푸른 함성 은빛 햇살 튕기어
파랑새 춤사위 탄주하는 아다지오
영혼 구슬 굴리는 콜로라투라 산개울 소리 풀벌레 소리
두눈 부릅 떠 입술 하얗게 강울음 울어 껍데기만 남을
삶의 현 톱으로 켜 백골가루 오소소 쏟아내는 절명의 노래
한살이 벗고 빛바다 파고넘어 어느 하늘가 반쯤 떠돌
내 이명의 모래 그 만가

<약력>
▷미주 문학세계 시조 당선
▷미주시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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