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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힘겨운 한인 대형마켓 '돈도 물건도 마른다'

한정된 시장에 최근 36개까지 증가
출혈 경쟁 못견디고 줄줄이 문닫아

한인 대형마켓들이 위기에 빠졌다. LA한인타운에 위치한 시티마켓은 오픈한 지 8개월 만에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 주말 임시로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도레미마켓도 영업 5개월 만인 지난 2월 LA점을 닫고 2개월 후 롤랜드하이츠점까지 폐업했다. 가주파머스마켓은 세리토스점을 매각한 뒤 재정비를 이유로 가든그로브점을 임시 폐쇄했지만 3달이 넘도록 영업 재개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가든그로브 가든 프레시가 올해 초 문을 닫았고 지난해 말 가디나 삼경마트도 폐업했다.

◇확장경영이 문제= 마켓들이 위기에 몰린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경기침체에 있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과 과열 경쟁도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7년 상반기 남가주 한인 대형마켓 업게에서는 12개 업체가 25개 매장을 운영했었다. 이후 H마트 리틀도쿄 마켓플레이스 시티마켓 우리마켓 등 신규 업체가 생겨나고 기존 마켓들도 지점을 불리면서 올해 상반기 18개 업체 34개 매장으로 늘어나며 최고점을 찍었다. 불과 2년 사이 무려 6개 업체 9개 매장이 생긴 것이다.

관계자들은 "경기가 좋았다면야 마켓이 10개 20개 돼도 어느 정도 운영이 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 규모와 고객 수에 비해 마켓이 너무 많이 생기면서 출혈 경쟁으로 치닫았다"고 말했다.

마켓 업계에서는 LA한인타운을 제외하고 각 지역 상권에 마켓 1~2개가 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우후죽순으로 늘어 한 지역에 마켓 3~5개가 됐다. 문제는 시장 규모. 이들 마켓이 모두 살아남기에는 남가주 한인 시장 규모가 따라가지 못했다.

한정된 시장에서 한정된 고객을 놓고 싸우면서 가격 덤핑과 출혈 세일로 제살 깎아먹기 식의 운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초대형 경기침체라는 폭탄이 떨어져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던 마켓들이 치명타를 입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경기가 장기화되면 문을 닫는 마켓이 더 생겨날 것"이라며 "올해 또는 내년까지 업계가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각도 힘들어= 매출 부진으로 마켓은 벤더들에게 물건값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대금 결제가 미뤄지면서 물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켓은 물건을 받지 못해 진열대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마켓에 돈이 마르고 물건이 마르고 있는 것이다.

또는 과연 남을까 싶을 만큼 파격적인 세일을 실시하는 마켓도 있다. 매출 부진으로 현금순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건을 받기 위해서는 자금을 확보해야겠기에 일단 물건을 순환시켜 급한 불을 끄고자 세일을 하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마켓 운영이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매출을 올려야 한다. 또 매출을 올리려면 팔 물건이 필요하고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매출 부진으로 자금난에 빠진 것이다.

이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운영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마켓에 주어진 방법은 매장을 파는 것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마켓 또는 지점이 여럿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관계자들은 "셀러와 바이어 사이에 기대가격 차이가 커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거래가 성사된 경우는 가주마켓 세리토스점을 우리마켓에 매각한 정도다. 팔지 못하면 닫을 수 밖에 없다. 가든프레시가 그랬다. 도레미마켓도 LA점을 매각해 본점인 롤랜드하이츠점의 운영 정상화를 꾀했으나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2개 지점 모두를 닫았다.

이재희 기자 jh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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