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왜 마음이 허전할까요
"뭔가 바라는 마음을 놔버리면 허전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A: 마음이 공허하고 허전할 때가 많다는 것은 욕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하지만 인생에 뭔가 의미 부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인생이라는 것은 길가에 자라는 한 포기의 풀처럼 그냥 자라고 꽃피고 열매 맺고 죽는 그런 겁니다. 특별하게 '나는 뭐가 되어야 하겠다' 이런 것도 다 욕심이에요.
결혼생활은 이러이러해야하고 연애는 이렇게 멋있어야 하고 돈은 이만큼 벌어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기대와 바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살아 보면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요. 아내가 아름답다 남편이 멋있다는 것도 그때 뿐이고 세월이 흘러 지나보면 별 것 아니지요.
그게 인생이에요.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란 말이에요. 저는 인생에 별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안되어도 특별하게 좌절할 것도 없고 잘 된다고 특별히 기대할 것도 없어요. 어떤 일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내가 한 게 아니지요.
이 세상에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요. 쌀 한 톨 만들어지는 것도 천지 만물이 관여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나 혼자 한 일이 아니지요.
그러니까 마음이 공허하다 허전하다는 것은 뭔가 바라고 기대하고 채우려고 하는데 그게 뜻대로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고 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부부 관계가 무료하다는 것은 부부 관계가 특별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위로해주면서 사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머리 깎아 스님이 되면 뭔가 특별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특별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절에 들어가기 때문에 도를 구한다고 하다가 제대로 안되면 금방 포기해 버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반야심경에서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 얻을 바 없는 까닭으로'라고 하지요. 얻을 바 없는 줄을 알아야 해탈의 길을 이루는 겁니다.
절에서 뭘 얻어 가려 하기 때문에 날마다 반야심경을 독송하며 절에 다니면서도 해탈을 못하는 겁니다. 절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탈하지 못합니다.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합니다. 마음이 허전하다고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묻는 것은 망상을 좇는 것입니다.
개에게 흙덩이를 던지면 개는 흙덩이만 쫓습니다. 그런데 사자는 흙덩이를 던지는 사람을 쫓습니다. 허전하다고 뭔가 채울 것을 찾는 것은 개가 흙덩이를 쫓는 것과 같아요. 사자가 사람을 쫓듯이 망상을 쫓지 말고 허전한 마음을 탁 꿰뚫어 봐야 합니다.
'아 내가 뭔가 바라는 마음으로 헤매고 있구나.'
바라는 마음을 놔 버리면 허전한 마음은 흔적도 없이 즉시 사라져 버립니다. 이렇게 본질을 꿰뚫어야 합니다. 본질을 놓치고 뭔가 자꾸 채우려고 하면 그때부터 마음은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그것을 서예로 채울까? 골프로 채울까? 춤으로 채울까? 이것 채우면 저게 문제고 저거 채우면 이게 문제고 이렇게 해서 헤매는 것이지요.
채우려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러면 허전함도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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