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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쉼, 휴식의 영성

한상만 신부/ 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

계속되는 뜨거운 날씨는 지친 몸을 잠시 쉬라 하지만 쉴 수 없는 이유들이 인생의 고달픔을 느끼게 한다. 경제적으로 유난히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으니 아이들의 방학이 누구는 무섭기까지 하단다. 그래도 휴가철이라 미국을 찾아온 가족과 친구를 외면할 수 없어 간신히 따라나선 여행길에 만져지는 지갑은 가난하기만 하다. 그래서 먼 산을 바라본다.

작년 여름이 생각난다. 올해와 별로 다르지 않게 휴가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었는데 그 후유증이란 거의 몸살 같았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지만 피로와 실망이 컸다는 기억뿐이다. 고작 휴가라는 것이 돈이 없어 서럽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것이 전부라면 그 휴가라는 것을 왜 가야 할까, 그래서 지금의 망설임은 새롭게 달리 하고 싶은 몸짓이라 하겠다.

‘주님의 날’에 쉼과 휴식이 있다. 이 날은 ‘은총의 날’이며, 쉼과 휴식의 영성의 샘이다. 세상 창조 때 하느님께서 ‘하시던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쉬셨듯이(창세 2,2)’, 인간의 삶도 노동과 휴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구약의 시대에는 안식일을 지켰고, 신약의 백성들은 ‘주님의 날’을 지내며,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노동과 휴식의 가치를 깨달았던 것이다. ‘주님의 날’에 담긴 두 창조의 기억이 맨 처음의 새로움을 회복 하고 그로 인한 생기를 얻는 것이 쉼과 휴식의 영성이다.



맨 처음 세상이 창조될 때 인간은 아주 특별하게 창조되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창조되었고, 세상 만물에 이름을 붙이는 권한을 선물로 받았고, 하느님처럼 그것들을 호명하여 지배하고 다스렸다. 온 우주의 중심으로 인간이 창조 된 것이다. 비록 인류가 타락하여 돈과 명예와 욕정에 사로잡혀 종 노릇을 하는 신세가 되었고, 비록 죽음에 부쳐져 그나마 사는 기간이 슬픔과 고통의 연속이라 해도 인간은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새 창조의 의미로 다가온 부활의 의미를 주님의 날 기념한다. ‘주간 첫날(마르 16,2)’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째 날’이고, 이 날은 안식일 다음날인 ‘여덟째 날’ 로서 모든 날 중의 첫째 날, 모든 축일의 첫째 축일, ‘주님의 날’, 즉 ‘주일’이다. 성 유스티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날은 ‘해의 날’이며, 암흑에서 사물을 끌어내어 창조하신 날로서 첫째 날인 것이다. 이 날은 우리가 빛을 발견하는 날이다. 우리 인생의 의미가 환히 밝혀지는 날이다.

이같이 ‘주님의 날’에 기억되는 주님의 부활, 즉 죽음에 대하여 영원한 삶의 승리는 인생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그 깨달음에서 비롯되는 삶을 위한 의욕과 생기는 또 다른 역경을 이겨내고 남을만한 힘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주님의 날, 주님과 함께 쉬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은총이며, 거룩한 휴식의 열매인 것이다.

모든 형태의 억압 상황, 에집트나 무덤으로 표현되는 모든 것들, 예를 들어, 가난, 질병, 소외, 추방이라든가, 이와 비슷한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이 쉼과 휴식의 시작이다. 또한 가나안과 부활로 표현되는 창조주 하느님과의 내적 일치가 쉼과 휴식의 완성이다. 이것이 파스카 여정이고, 그 안에 우리의 쉼과 휴식이 있다.

만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방탕을 겨냥한 방랑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지옥일 뿐이다. 구약의 출애굽이 사 십 년의 방랑을 말하면서 이스라엘이 파라오의 억압으로부터 탈출은 했으나 하느님과의 일치라는 목적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약속의 땅으로 표현되는 하느님과의 일치가 진정한 평화를 가져온 참다운 쉼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즉 주님의 날에 기억되는 파스카의 여정을 길잡이로 삼아, 어디를 가든, 언제이든, 일상의 번거로움을 떠나지만 창조주와의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마음의 여행을 시도하자.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구원의 역사를 통하여 느껴지는 사랑 받고 있음을 이해하여 생기를 얻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데 지치지 않을 힘을 얻어 내자.

이것이 쉼과 휴식의 영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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