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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아내의 자리

오영방

이른 새벽에 집에 도착했다. 입구에 놓여있는 신문을 집어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불과 이틀 동안인데 오랫동안 비어 있는 것 같이 집안이 서늘하다. 우편물을 수거해 대략 정돈하고 식탁의자들을 바로 하고 흩어진 것들을 치우며 각방 문들을 열어보아도 별 이상이 없다.

가정이란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살아 갈 때는 포근함이요 따뜻함이요 안락함이요 또는 불만 불평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세대의 흐름인지 시대의 조류인지 우리 부부도 핵가족으로 단 둘이 살고 있다. 동물과 다른 인간에게는 자율성이라는 것이 있다. 간섭을 배제하고 자기 의지를 굽히기 싫어한다. 현대 사회의 공통적인 사고 방식이다.

우리들의 이전 세대에는 한 가구에서 보통 삼사세대가 공동체 집단으로 살았다. 할머니의 등에서 아기가 울고 어머니의 품에서 젖먹이가 웃으며 서로가 어울려 가족 또는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살았다. 어떠한 불편이나 부당함이 있어도 용해되면서 협조와 양보로 인내하며 살아왔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가정이란 때로는 즐거운 극장이요 때로는 울타리 없는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정 반쪽인 아내가 입원을 하니 텅 빈 공간은 너무 크다. 외로움 적막함 고요함 등등은 새삼 인간의 나약함을 느낀다. 아내의 무게가 온 우주 같이 무겁다는 생각도 한다.



오늘 새벽 병원에서 잠이 깨었을 때는 4시경 이였다. 수혈을 받으며 아내는 잠을 자고 있었다. 세월 앞에 장사없는 것이 더욱 실감난다. 얼굴이며 손등이며 목 둘레며 주름살은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우리가 만든 많은 시간의 흔적이요 존재의 증명이다. 바삭거리니 왜 벌써 일어나? 하며 아내가 눈을 뜬다.

팔에는 주사 바늘 줄이 연결되어 있어 거동이 불편한가 보다. "나 집에 잠깐 다녀 올래 그래도 이틀이나 지나니 궁금도 하고 아마 한 시간이면 충분 할거야 빨리 다녀 올 거야"하고 왔다.

몇 가지 책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고 속옷이며 필요한 것들을 가방에 함께 넣었다. 아직도 밖은 깜깜한 밤이다. 새벽의 공기는 싸늘하다. 다시 병원을 향하여 차는 달린다. 사람은 갑자기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면 당황한다.

지난 2일전 혈액 닥터와 예약이 되어 검진을 받으러 갔다. 의사는 현기증이 없느냐? 가끔씩 춥지 않으냐? 힘이 없느냐 몇 가지를 가볍게 질문하고 검사 기록만 쳐다본다. 굳어진 얼굴 표정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한 것이 없느냐고 질문한다. 약간은 허약한 상태지만 정상인처럼 생활했고 내일 또한 1박2일의 골프게임이 예약돼 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나를 쳐다보며 말을 한다. 입원 해야 합니다 어떤 수치는 너무 낮으니 집에 갈 수 없다고 한다.

현 상태로 일상 생활을 계속할 수 없음으로 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한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내는 나만 쳐다보며 힘이 없고 실망스런 표정이다. 참으로 예상이 어긋난 상황이다. 죄 없는 사람을 형사가 강압적으로 감옥에 넣은 것처럼 당황하면서 의사 지시에 따라 입원을 했다.

입원 2일째 되는 날 집을 다녀왔다. 입원실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가니 아내가 책을 보다가 핼쓱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빨리 왔네 한다. 아직은 이른 새벽인데 잠을 못 자며 기다렸나 보다. 같이 있어야 잠을 편히 자는 습성이다. 여기 다른 책도 있어 하며 주었다.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은 한번도 쓰러지지 않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 마다 어려워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이란 생명체는 어떤 환경에서도 순응하는 끈기가 있다. 아내에게 힘내라 말하고 싶다. 그 힘에다 내 힘도 같이 보태겠다고….

■약력

▷전남 광주 출생

▷'창조문학' 수필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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