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어바인의 그늘' 마리화나-1] 마리화나···한인 청소년들 멍든다
한 고교 90명 가까이 피기도…상당수 학부모들은 '쉬쉬'
하지만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어바인에도 그늘은 있다. 적지 않은 한인 청소년들이 마리화나에 멍들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이 모르는 사이 자녀들의 심신을 위협하는 마리화나 사용 실태와 대책을 짚어 봤다.
"부모들이 몰라서 그렇지 마리화나 피우는 한인 학생 엄청 많아요."
마리화나에 중독됐다가 두 달 전 끊는 데 성공했다는 조슈아 김(가명.20세)씨는 "A 고등학교만 해도 내가 아는 마리화나 피우는 한인 학생 수만 90명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어바인에서 중 고교를 나온 김씨는 현재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고 있다. "B 고등학교엔 50~60명쯤 돼요. 같은 동네 살면 학교 교회를 통해 서로 잘 알게 되잖아요. 마리화나는 파티같은 데서 여럿이 어울려 피우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이 지나면 많이 알게 돼요."
12학년 시절 처음 마리화나를 접한 김씨에 따르면 마리화나 흡입은 일부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적이 좋은 우등생 중에도 마리화나를 피우는 학생이 많다.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화가 났거나 공부하다 스트레스 받는 애들이 많이 피웁니다."
어바인 한인학생들의 마리화나 문제는 상당수 학부모들이 쉬쉬하며 우려할 정도다. '청소년 드럭방지 프로그램(DARE)' 자문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일도태권도장 강창진 관장도 "요즘 마리화나를 포함한 마약 문제를 호소하는 한인학생 학부모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인 청소년들이 마리화나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교내의 판매책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다. 20달러를 주고 1그램을 사면 4명이 나눠 피울 수 있다.
두번째는 18세 이상 학생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의사를 찾아가 의료용 마리화나 처방전을 받아 구입한 뒤 친구들에게 나눠 주는 방식이다. 김씨는 "150달러 주면 처방전을 준다. '분노 조절이 안 된다' '잠이 안 온다' 같은 이유를 대면 된다"고 전했다.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와 구입은 합법이기 때문에 돈은 더 들지만 '불법'이란 마음의 짐을 덜려는 학생들에게 인기다.
대개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하기 때문에 마리화나를 피우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끊는 것이 무척 어렵다. 또래집단에서 흔히 나타나는 집단의 압력 때문이다. "중독이 되면 친구가 아니라 같이 피우는 데 돈을 부담할 사람으로 보이게 마련이죠. 나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끊지 못하다가 결국 친구들과 연락을 다 끊은 뒤에야 성공했어요."
김씨는 "내가 친구를 버리지 않았으면 결국 혼자 안 피우다 서서히 왕따가 됐을 것이다. 마리화나를 끊으려면 친구와 절교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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