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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에 보금자리 잃었다…실마 지역 데이비드 이씨

산불 이틀전에 장인상…충격 더해, 화재보험 갱신안돼 보상도 어려워
'주저 앉을 수야…다시 일어서야죠'

단순히 집 건물이 무너진 슬픔만이 아니다. 그 집을 구입하기한 노력 기쁨 손때 묻은 추억이 희검은 잿더미가 된 아픔이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실마와 요바린다 지역 한인을 만나 그 슬픔과 아픔을 들었다. 그들은 최악의 시련 속에서도 가족의 안전에 감사했고 붉은 눈시울 아래 재기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수천개 불화살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입고 있던 옷에 구멍이 날 정도로 불천지였어요."

지난 주말 실마지역을 덮친 '세이어(Sayre) 화재'로 집을 잃은 데이비드 이(58)씨.

118번과 210번 교차지점 실마시 북쪽지역 게이트 단지에 있는 이씨의 2600스퀘어피트 2층 주택은 산불 진행방향에 위치한 탓에 집을 고스란히 화마에 내줘야 했다.

14일 자정쯤 집을 '버려야' 했던 이씨는 대피 당시 상황을 "영화속 장면과 같았다"고 전했다.

"집앞 북쪽 산쪽에서 불이 나니 싶더니 강풍을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집 앞까지 들이닥쳤죠. 대문을 열고 나서니 집 밖에는 불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들을 먼저 대피시킨 이씨는 시민권과 집문서만 들고 집을 나섰지만 정전으로 열리지 않는 차고문과 30분간을 씨름한 뒤에야 불길을 뚫고 탈출할 수 있었다. 온통 날아다니는 불씨로 옷에는 구멍이 뚫리고 피부를 데기도 했다.

친지 집으로 대피하면서 '제발 무사하길' 기도했던 바람도 잠시. 이씨는 TV를 통해 자신의 집이 불타는 장면을 속수무책 바라만 봐야 했다.

피해는 심각했다. 집은 외벽과 골격은 남았지만 지붕이 무너졌고 집안 내부가 모두 탔다. 그나마 가보로 내려오던 조선시대 고서화 몇점을 건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씨를 더욱 기가막히게 한 것은 '상중'에 산불이 덮쳤다는 것이다.

"화재 이틀전인 12일에 장인이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도 떠나 보내고 집도 잃고…. 아내가 상심이 큽니다."

화마는 지나갔지만 이씨가 치러야 할 고생은 지금부터다.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3년전 포터랜치 지역 산불 이후 보험회사측이 이 지역을 화재빈발 구역으로 보고 주민들의 보험 갱신을 허가하지 않았다.

주보험에서 받는 개보수 비용이 전부인 셈이다.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포기 보다는 재기 의지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넋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다시 일어서야죠. 피해를 입은 다른 한인들도 용기를 내셨으면 합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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