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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홈 8년' 잿더미…요바린다 집 잃은 의사 오규씨 '길거리 나 앉을 판'

귀중품 하나도 못 건져
그나마 보험 있어 위안

단순히 집 건물이 무너진 슬픔만이 아니다. 그 집을 구입하기한 노력 기쁨 손때 묻은 추억이 희검은 잿더미가 된 아픔이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실마와 요바린다 지역 한인을 만나 그 슬픔과 아픔을 들었다. 그들은 최악의 시련 속에서도 가족의 안전에 감사했고 붉은 눈시울 아래 재기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 추수감사절때 가족들이 어디서 모여야 할지 막막합니다.”

강한 바람을 타고 몰아닥친 화마에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 앉게 된 오규(48·요바린다)씨.

100만 달러 이상되는 주택이 즐비한 동네에서 전경이 좋은 가장 끝자리에 위치한 그의 집은 침실이 5개인 고급주택이었다.

17일 강제대피령이 해제되자 남은 물건이나 챙길 요량으로 자신의 집에 들린 그의 눈가엔 순간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저와 가족들이 8년 동안 살던 곳입니다.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아무 것도 남질 않았어요.”

카이저 퍼머넌트 소속 의사인 그는 산불이 발생한 15일 오전 8시30분쯤 애너하임에 있는 병원으로 당직근무를 나갔다.

이와 비슷한 시간, 코로나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순식간에 그의 집 앞까지 불길이 몰아 닥쳤다.

“집에 있는 둘째 딸에게서 산불이 집 근처에 났다는 소식을 듣고 도착해 보니 10시30분이었습니다. 지붕에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고 귀중품을 꺼내려 내부로 들어갔지만 집안을 가득매운 연기로 인해 눈을 뜰 수가 없어 다시 나오고 말았습니다.”

잿더미가 된 집 앞에서 숯더미가 된 가슴을 쥐고 서 있는 그를 이웃 주민이 위로하러 왔다. 오씨는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보험이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가주 UC버클리에 다니는 큰딸 얘기가 나오자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모이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집에 오려는 딸에게 화재소식을 전하면서 집에 오지 말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불과 2시간만에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그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깨닫게 됐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기회가 됐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오씨는 일단 친구 집에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곧 렌트할 집을 알아볼 예정이다.

요바린다=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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