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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관심 부통령 후보 단판 토론 '준비된 원고' 잽 날리며 싱거운 공방

페일린-우려했던 실수 없이 선방, 바이든-여유·관록 보이며 맞대응

"페일린은 과연 미국의 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는가."

민주당 조 바이든과 공화당 세라 페일린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통령 후보 TV토론회를 벌인 2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 무대에 선 부통령 후보는 2명이었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린 이날의 주인공은 페일린이었다.

11월4일 대선일까지 계속해서 공화당의 스타 구세주로 살아남느냐 아니면 자질과 경험 부족으로 코미디쇼의 패러디 대상으로 추락하면서 존 매케인 대선후보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되느냐. 페일린으로서는 이날 토론에 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위기냐 기회냐 기로에 선 맞짱토론. 결론은 싱거운 공방이었다. 그리고 페일린은 선방했다. 부통령으로서의 그녀의 자질이나 경험부족을 의심할 만한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바이든 페일린 모두 자기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의 정책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고 준비된 원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바이든은 페일린이 가볍게 날리는 잽에 대해서도 웃음을 보이며 직접적인 맞대응을 자제했다.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게 애국이라는 자신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페일린이 애국이란 그런 게 아니라며 먼저 포문을 열었지만 여유있는 웃음으로 그냥 흘려 보냈다. 대신 오바마의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과 현재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 방침 등을 설명하면서 오바마와 매케인의 정책을 차별화하는데 주력했다.

페일린도 토론 초반부를 지배한 구제금융안 서브 프라임 모기지사태에 대한 책임 등 경제문제와 의료보험 정책 등에 대해서 매케인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면서 오바마를 향한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과 페일린이 처음으로 부딪친 건 에너지 정책에서였다. 페일린은 오바마가 지금은 정유업계에 대한 세금감면 연장에 반대하고 있지만 상원투표에서는 찬성했다며 외려 자신이 알래스카 주지사로서 정유업계에 이익세를 부과했다고 자신의 에너지 정책을 과시했다.

이에 바이든은 주지사로서 페일린의 업적을 추켜세우며 그렇다면 앞으로 매케인을 설득해 정유업계 세금감면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바꾸도록 하라며 가여운 잽을 날렸다.

바이든은 6선 상원의원으로서 여유있고 관록있는 모습을 보였고 페일린은 TV앞 유권자들에게 얘기하듯 친근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매케인의 정책을 전달했다. 둘다 웃음을 잃지 않았고 상대방에 대한 날선 공격은 없었다.

때로 동성애자에 대한 지지여부나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페일린이 장황하게 대답해 진행자인 PBS방송의 그웬 아이필이 예스냐 노를 분명하게 답하라고 채근하기도 했으나 우려했던 것처럼 동문서답이나 엉뚱한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토론 후반부를 주도한 이라크 전쟁 해법과 이란핵 등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서도 큰 공방은 없었다. 금융위기후 페일린의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지만 이번 토론으로 최소한 매케인이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데 대해 판단력을 의심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복례 기자 bor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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