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D-21] '죽음의 감량 이겨야' 금 건다
레슬링 선수들 경기 10일 전부터 하루 물만 100cc
이글거리는 사우나는 이들에게 사형집행장이다. 체중과의 싸움이 숙명인 체급별 선수들 베이징올림픽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죽음'에 대비하고 있다.
체급별 선수들은 감량을 '죽음을 경험한다'고 표현한다. 특히 상체 근육을 극도로 키워야 하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선수들은 빼야 할 체중이 상당하다. 보통 5~7㎏은 기본이며 60㎏급의 정지현(25.삼성생명)은 10㎏ 정도 오버해 있다.
레슬링 대표팀이 직면할 죽음의 고통은 경기 열흘 전부터 시작된다. 이 때부터 식사량을 평소의 1/3 정도로 줄인다. 훈련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운동을 통해 어느 정도 체중을 줄여놓아야 한다. 경기 이틀전부터 그야 말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싸움을 한다. 이 때는 하루에 물 100cc 정도 외에는 먹는 게 거의 없다.
선수들은 감량의 고통을 순간에 받아내야 한다.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선수들조차 감량을 '죽음'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 날에 맞춰 서서히 체중조절을 해서는 안 된다. 단시간에 체중을 빼야 회복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증명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기시간까지 가질 수 있는 회복시간은 단 하루밖에 없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패기만만한 정지현도 감량 이야기만 나오면 도살장에 끌러가는 소처럼 표정이 굳어진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이 빼야 하는 정지현은 고통이 너무 심해 2004아테네올림픽 이후 잠시 체급을 올린 적도 있었다.
그는 "레슬링을 해오면서 아마 수백㎏은 뺐을 것이다. 제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대회 때마다 해온 일이지만 막상 계체일이 다가오면 앞이 깜깜해진다. 정말 이러다 죽는구나하는 경험을 수백번한다"고 털어놓았다.
계체를 통과하면 회복과의 싸움이다. 여기서 다음날 승부가 결정된다. 쪼그라든 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죽부터 시작해 따뜻한 음료로 위를 달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 이론만 통하지는 않는 법. 계체날 오후부터는 폭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배에 더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계속 먹는 심정을 아세요"라고 반문하는 정지현은 "먹는데 한이 맺혀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보상심리인 것 같다. 사실 체중이 빠진 뒤 잘 못 먹으면 설사를 할 때가 있다. 알고 있지만 자꾸 음식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체급별 선수들이 지금 이 순간 머리에 떠올리는 장면 하나 계체 후 마음껏 먹는 것 또 하나는 다음 날 금메달을 걸고 시상식 맨 윗자리에 서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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