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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 -페루 여행기 1

길을 떠나 집으로 돌아와 여행 가방을 풀어헤치니 스카프에서, 양말에서, 입었던 옷가지에서 반짝이는 하얀 모래가 떨어진다. 장엄한 안데스 산맥을 바라보며 사막을 지나 아마존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줄기를 따라 페루를 돌고 온 며칠의 꿈 같이 지나간 날들이 아른거린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울림 깊은 말을 가슴에 안고 떠난 여행, 나는 가보지 못한 그 세계에서 과연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안고 나에게 도착할 것인가. 이 여행이 나에게 주는 삶의 보석 같은 숨은 메시지는 과연 또 무엇일까. 자못 궁금해하며 떠난, 페루 여행, 벌써, 기억되어버린 어제를 떠올리며 페루에서의 시간을 돌이켜본다. 10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리마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도착한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보라색 감자 꽃이 핀 들녘, 낮은 담장, 흙길, 돌담, 데자뷔(언젠가 와 본 듯한 느낌) 마치 강원도 나의 고향에 와 있는 듯, 낯설지 않은 푸근함이 온몸에 감돈다.       알파카 양털을 뽑아내어 선인장이나 검은 옥수수, 온갖 산과 들의 자연을 채취하여 염색으로 곱게 우려낸 빨강, 파랑, 초록, 분홍 색색이 어우러진 망토와 치마를 입고 모자를 쓴 길가의 작은 키의 여인들을 바라본다. 태양에 그을린 구릿빛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는 그들의 순수함에 젖어 들며 푸른 하늘 아래 라마와 알파카를 기르며 소박하게 살았을 고대 잉카인들을 떠올려본다.     켜켜이 바람에 날아간 세월을 더듬으며 잉카의 유적지를 따라 걷다 보니 배가 고팠다. 해안, 정글 고산 지대 다양한 기후를 가진 페루의 음식은 어떨까 궁금했던 나에게 붉은 도자기 접시에 담아져 나온 마늘 수프와 새콤매콤한 세비체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손톱만 한 보라색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꽃들의 정원 같은 호텔에서 맛난 식사와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 페루 국토의 60%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정글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에 놀라며 굽이굽이 흐르는 우루밤바 강물을 바라보며 마추픽추를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산허리를 도는 기차의 꼬리를 바라보며 나는 몇 번이나 나 자신에게 지금, 페루의 땅, 이 순간, 아마존의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스스로 속삭이며 현실감의 설렘을 최고조로 끌고 와 다시 흥분하며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곤 하였다.     기차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깎아지른 아찔한 절벽 길을 꼬불꼬불 돌아 도착한 마추픽추, 세상에나! 산꼭대기 위에 펼쳐진 잉카문명의 고대 도시 내 눈 앞에 펼쳐진 마추픽추는 아름다운 한 폭의 예술품이었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 절벽의 다채로운 색, 수백 개가 넘는 계단식 밭들, 시계, 태양의 신전, 돌로 만들어진 창문과 탑과 안데스 산맥의 빙하를 녹여 수로를 만든 고대 잉카 문명인의 지혜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불가사의한, 신비와 아름다움 앞에 서 있는 나는 그저 경이로움과 놀라움에 압도되어 탄성을 터트렸다.     이 신비의 평화로운 땅도 스페인 침탈의 칼날과 전염병에 스러져 쇠퇴하고 말았다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울하다. 세계는 어디를 가보아도 피의 역사다. 땅따먹기에 굶주린 인간의 야욕과 만행에 환멸과 슬픔이 보인다. 기타를 어깨에 둘러메고 팬플룻을 부르는 악사들, 이 땅에 도착한 후, 가장 많이 들은 노래, 페루의 민요, 엘 콘도르 파사, 어려서는 그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색과 날아가는 철새의 노스탤지어에 빠져 좋아하던 노래가 피사로의 칼날에 사지가 찢겨 죽어간 잉카 영웅이 죽어 콘도르 새로 부활한다는 뼛속 깊은 슬픔을 안은 페루인의 희망의 노래 노래였다니……. 마추픽추 돌담을 걸어 석문을 빠져나와 하늘을 올려보니 높은 하늘 위에 독수리 한 마리 빙빙 날고 있다. 전쟁도, 살인도, 희생도 없는 세상은 영원한 꿈일까. 엘 콘도르 파사!, 처연하게 아름다운 가락이 바람에 날려 공중에 흩어진다! 곽애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콘도르 condor 콘도르 파사 페루 여행 노래 페루

2024-03-2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인도 바라나시

최근 만화가 겸 방송인인 기안84가 유튜버 빠니보틀, 덱스와 함께한 인도 여행기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MBC에서 방영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프로그램에는 기안84가 인도 바라나시(Varanasi)를 여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갠지스강에 입수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갠지스강 물을 마시기도 했으며, 터번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여행지인 인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소탈하고도 진솔한 여행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인도 여행을 고려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일찍이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바라나시를 두고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필자 역시 인도를 가보지 않고는 세계일주를 했다고, 갠지스 강변의 바라나시를 가보지 않고는 인도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라나시는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 에 있는 도시다. 과거 '빛의 도시'라는 뜻의 카시(Kashi)라고 불렸다. 갠지스강 중류에 자리하며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도시로 여겨진다. 바라나시에서는 소들이 가게를 기웃거리고 거리를 활보하고 소똥이 널브러져 있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모습이 마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듯한데, 힌두신을 태우고 다니는 소를 신성시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갠지스강을 처음 봤다면 예상보다도 탁한 강물과 여기저기 떠다니는 오물을 보고 실망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인도 사람들, 특히 힌두교도들에게 있어 갠지스강은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성스러운 영혼의 젖줄이다.   바나라시의 강물 한 방울이면 모든 물이 갠지스강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 강물에 몸을 담그려는 열망으로 이른 새벽부터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다양한 계층의 순례객들이 넘쳐난다. 강변을 따라 수십 개의 '가트(터)'가 줄지어 있는데 여기서 가트란, 강변과 맞닿아 있는 계단을 뜻한다. 고유한 이름을 가진 각각의 가트는 개인, 단체, 혹은 왕가의 사유물이다. 가트 아래에서 힌두교도들은 강물을 머리 위에 끼얹는다. 누군가에게는 더러운 물이지만 힌두교도에게는 죄를 씻을 수 있는 성수이다.   또한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 화장한 골분을 갠지스강에 흘려보내면 억겁의 윤회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즉, 생과 사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화장터에는 통곡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성지의 화장터에서 죽는 것을 큰 영광이라 여긴다. 저녁 무렵이면 힌두교 시바신을 향한 제사가 펼쳐지는데 종소리로, 디아 꽃잎으로, 연기로, 불로 행하는 영혼 정화를 위한 의식은 신비한 기운마저 감돈다.     그렇다고 가트에서 종교적인 행위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빨래를 하는 아낙네부터 수염을 늘어뜨리고 경전을 읽는 수행자, 이방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바라나시는 소우주와 같이 다양한 문화, 종교, 철학이 교차하는 성스러운 명소이자 그 안에서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힐링 여행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바라나시 죽음 인도 바라나시 도시 인도 인도 여행

2024-03-21

여행 가방 속 숨진 5세 남아의 엄마 2년만에 체포

인디애나에서 여행 가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5세 남아의 엄마가 그의 죽음과 관련한 혐의로 아카디아에서 체포됐다. 2022년 4월 16일, 인디애나주 워싱턴 카운티의 한 시골 지역에서 라스베이거스 디자인의 밝은 색 여행 가방에서 소년의 시신이 발견됐었다. 6개월 후, 소년의 신원은 애틀랜타의 카이로 조던으로 밝혀졌다. 그가 사망했을 때 5살이었다. 경찰은 2022년 10월 카이로의 어머니 데쥰 앤더슨에 대해 살인, 부양가족 방치 사망, 사법 방해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고 발표했다. 인디애나주 경찰은 15일 기자 회견에서 이번 주 초 한 형사가 "앤더슨을 14일(목) 밤 아카디아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로스앤젤레스 경찰서 구치소에 수감됐다. 두 번째 용의자인 던 콜먼은 2022년 10월 부양가족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사법방해 혐의로 체포됐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당국은 콜먼이 카이로의 어머니가 소년의 시신을 처리하는 것을 도왔다고 밝혔다. 콜먼은 살인 음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2023년 11월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고 5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AP는 전했다. AP에 따르면 카이로는 시신이 발견되기 약 일주일 전에 사망했으며 부검 결과 구토와 설사로 인한 탈수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여행 가방 여행 가방 체포 영장 인디애나주 경찰

2024-03-1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요정들의 신비로운 산책로…플리트비체(크로아티아)

최근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과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제주와 플리트비체는 경관적.지질학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곳으로, 이번 자매결연 체결로 양 지역 간 세계유산지구의 효율적 관리 운영을 위한 활발한 국제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플리트비체는 16~17세기에 이르러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 문제로 인해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접근이 너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후 1951년 지형 침식의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플리트비체는 자연 스스로 오랜 세월 빚어낸 '마스터피스'다. 3만 ha 규모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깊게 팬 골짝을 따라 호수 16곳이 층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호수와 호수 사이를 연결하는 크고 작은 폭포도 무려 92개나 된다. 울창한 숲 사이로 저마다 신비로운 색깔을 뽐내며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들과 천사의 머릿결처럼 흘러내리는 폭포들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요정들이 사는 판타지 속 세상을 연상시킨다. 금방이라도 툭 하고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괜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고나 할까.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곳을 보고 아바타의 숲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바닥까지 투명한 호수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송어 떼와 열심히 발길질하는 청둥오리 무리가 시선을 사로잡고 눈을 들면 싱그러운 풀과 나무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그 비경만큼이나 생물의 다양성 또한 오롯이 보존돼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불곰, 늑대, 오소리, 여우 등 50여 포유동물과 120가지 이상의 조류, 300여 종의 나비, 20여 종의 박쥐, 1200여 종의 희귀식물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산다고 한다.   플리트비체의 트래킹 코스는 2~3시간이 소요되는 A코스에서부터 6~8시간이 소요되는 K코스까지 총 11개 경로로 되어 있다. 폭포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의 출발점이 정반대 지점에 각각 한 곳씩 있지만, 대개는 코츠약 호수 선착장에서 전기 모터로 가는 환경친화적인 유람선을 이용해 20분 남짓 산속으로 들어가 본격 트래킹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고요하며 깨끗한 플리트비체는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혹여 걷는 것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플리트비체의 신비로운 산책로에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발길을 내딛게 될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크로아티아 산책로 트래킹 코스 호수 선착장 호수 사이

2024-03-1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드리아해를 수놓은 붉은 지붕, 두브로브닉(크로아티아)

'도시평온지수'라는 게 있다. 영국의 머니슈퍼마켓이 대기오염, 빛 공해, 소음 공해, 교통 혼잡도, 평균 일조시간, 주민 행복도 및 주민 친절도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온한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Dubrovnik)이 있다. 두브로브닉은 V자 형으로 생긴 크로아티아 땅덩어리의 맨 아랫부분에 자리한 도시다. 애칭은 '아드리아해의 진주'이고 1979년 구시가지 전체와 성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크로아티아 최대 관광지다.   두브로브닉 구시가지는 해안절벽을 따라 높이 82피트, 총 길이 약 6300피트의 두꺼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길목에 위치한 두브로브닉은 베네치아, 오스만투르크,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주변 국가들의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아름다운 도시를 성벽으로 두르고 거대한 요새를 만들어야 했다. 1991년에는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연방군이 폭격을 퍼부어 건물 지붕의 70%가 파괴됐다. 이때 프랑스 학술원 회장 장 도르메송 등 유럽 지성인들이 폭격을 중지시키기 위해 '인간사슬'을 시도하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후 시민들의 열성적인 복구로 두브로브닉은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브로브닉 관광의 명장면을 하나만 뽑으라면 단연코 성벽투어다. 푸르른 아드리아해와 해안 절벽을 따라 웅장하게 솟은 성벽,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빨간 타일 지붕이 일렁이는 모습은 두브로브닉을 크로아티아 대표 여행지로 만들어줬다. 시간을 품은 중세 유적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아드리아해의 깊은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총 5개의 요새와 16개의 탑으로 구성된 성벽 안은 자동차 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14세기에 지어진 두 수도원 중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은 서쪽 입구를, 도미니쿠스 수도원는 동쪽 통로를 맡고 있다. 성내 동서를 잇는 도로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13세기 운하를 메우기 전까지만 해도 배들이 지나가던 해협이었다. 이후 돌로 메워 길을 만들었는데 당시 자재를 조달 받기 위해 통행세로 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자왕 리처드가 지었다는 두브로브닉 대성당을 비롯해 군돌리치 광장, 수호성인인 성 블라호에게 봉헌된 성 블라호 성당, 오노프리오 분수, 열주 기둥과 인물상들이 인상적인 렉터 궁전 그리고 프란체스코 수도원과 시 상징 종탑 등이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성벽 밖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 전망대에 올라 두브로브닉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보통 성벽투어와 구시가지를 다 둘러본 후 들르는 코스인데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의 풍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크로아티아에 품는 환상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냉소적인 독설가로 유명했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마저 두브로브닉에 대해서는 이렇게 극찬했다.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닉으로 가라'고.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드리아해 두브로브닉 두브로브닉 구시가지 두브로브닉 관광 크로아티아 대표

2024-03-07

[독자 마당] 자매들의 여행

해가 갈수록 평범한 것들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훗날엔 지금 이 순간도 몹시 그리워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다.   십여년 전 푸르던 시절을 공유하는 네 자매와의 해외여행은 축제처럼 들뜨고 설레었다. 아침에 눈 뜨며 시작된 우리의 수다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어졌다.   저마다의 말투, 표정, 몸짓을 보니 아득히 먼 어린 시절의 온갖 추억이 떠오르고 잊었던 젊은 날의 꿈이 되살아났다. 중년 이후에는 사람 속에 있으면서도 사람이 그리워진다는데 그것은 서로 공명할 수 있는 추억이 없기 때문 아닐까?   어느새 50 전후의 나이들이 되어 흰머리와 얼굴 주름이 생겼지만 부모와 자식, 남편보다 더 긴 세월 함께 가는 깊고 질긴 인연이 아닌가 싶다.   미풍이 부는 해변, 밀려오는 파도, 길게 뻗은 야자수, 이국적 음식들…. 함께했던 모든 시간은 내 가슴에 바닷속만큼이나 깊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다 하였다. 요즘도 자매들은 카톡방에 그때 사진을 올리며 그리워한다. 지금보다 풋풋하고 팽팽했던 얼굴들이다. 반가움에 문자 주고받으며 추억에 잠긴다.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의 촉감, 살랑거리는 나뭇잎, 물속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겨울에 먹는 야채와 과일을 햇볕에 말리면 맛과 풍미가 더해지듯 옛 기억들도 되돌아보니 몸과 마음이 훈훈해진다. 나이 들수록 몸은 사막처럼 건조해지고, 땅이 갈라지듯 주름이 지고, 건망증은 심해지지만 아직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들이  많다.     ‘희로애락 생로병사’의 고달픈 인생길,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짜증 나고 의욕 상실에 빠졌을 때 자매들과의 동행은 무척이나 즐거운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때 충전했던 힘과 생기가 점점 약해지고 있어 또 한 번의 타임아웃이 하고 싶어진다. 손선애 / 리버사이드독자 마당 자매 여행 얼굴 주름 가도 추억 희로애락 생로병사

2024-03-05

[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여행 중에 만난 작은 무대, 큰 감동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세계적인 연주회장에서 좋아하는 연주자의 무대를 보는 게 소원일 거다. 실제로 여행 삼아 그렇게 무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행 중에 만난 무대는 어쩐지 좀 더 설레고 추억이 된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간 유럽 여행 중 이탈리아에서 본 오페라 무대를 잊을 수 없다. 사실 뭘 봤는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심지어 이탈리아어 프로그램은 뭔 소린지 통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순수하게 음악을 듣던 시절의 감동이다.     스무살 어린 학생은 나름대로 공부도 더 하고 여러 연주회를 접하는 경험이 많아졌다. 중년이 된 지금은 오만하게 연주를 평가하기도 하고 극장의 음향 등에 대해 아는 체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유명 연주자나 극장이 주는 명성에 위축되어 오히려 긴장하고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감상한다. 긴장하고 집중해서 감상한다는 말은 정말 우습다. 그래서     노련한 거장들은 청중에게 긴장하지 마, 편하게 들어, 내가 널 위해 연주하는 거야, 네가 날 위해 들어주는 게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하듯이 듣는 이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자유롭게 공감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연주자와 뜻이 통했을 때 청중은 감동한다.   이렇게 연주자 못지않게 청중도 감상의 요령이 필요하다. 세련된 청중이 되기 위해서는 연주회에 자주 가는 게 지름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딜 가나 연주회장을 찾아가면 된다. 유명 극장뿐만이 아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연주를 보러 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몰랐던 연주자를 만나고 새로운 연주에 감동하고 즐거울 수 있다.     한국 방문 중 책가옥에서 열린 연주회에 갔다. 책가옥은 다섯손가락의 이두헌씨와 피아니스트 이영희씨 부부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다. 남다른 고급 취향의 커피의 향과 맛도 좋지만 가끔 이곳 무대에서 열리는 연주회는 이미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유명하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밴드 연주도 한다. 좌석이 많지도 않아서 한국 방문 때마다 기회를 노렸지만, 예약이 쉽지 않았다. 드디어 운 좋게 피아니스트 이영희씨와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씨의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 서울대와 USC에서 수학한 이영희씨는 이미 반주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씨는 미취학 아동일 때도 원숙한 깊은 울림을 준다는 평을 받았을 만큼 바이올리니스트 고 김남윤의 수제자로 성장했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다.     피아니스트 이영희씨는 노련한 진행으로 곡에 관련한 해석과 에피소드 등으로 재미를 더해 주었다. 악장을 마칠 때마다 박수 치고 싶은 충동이 컸으나 매너 지키는 관객들 덕에 마음으로만 환호성 지르며 감상하려니 가슴이 터질 듯했다. 한국이든 유럽이든 어디든, 여행 중 찾은 연주회, 작은 무대이기에 더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연주회에서 만난 연주 장인들의 미처 몰랐던 보석 같은 연주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마치 마드리드의 어느 골목의 이름 모를 작은 갤러리에서 내 맘에 쏙 드는 그림을 발견한 그런 기분이었다. 손영아 디렉터 / 비영리 공인기획사·YASMA7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여행 무대 가나 연주회장 오페라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한경진씨

2024-03-0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플라멩코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흔히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로 통하는 스페인. 그러나 뜨거운 심장을 가진 스페인의 도시는 세비야라 말하고 싶다. 1년에 3000시간이나 내리쬐는 세비야의 정열적인 태양 아래서 영혼과 정열의 춤인 플라멩코가 태어났고 투우도 이 지방에서 시작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비야는 굵직한 역사와 예술 작품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탈리아에 카사노바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돈 후앙이 있는데 세비야는 돈 후앙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콜럼버스도 세비야의 황금시대를 열어젖힌 상징적인 존재다. 콜럼버스 이후 신대륙 대부분이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고 은을 비롯한 여러 자원이 유입되면서 16세기 스페인은 유럽 최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당시 신대륙의 물자가 세비야를 통해 쏟아져 들어왔으니 세비야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카르멘'은 19세기 세비야를 배경으로 경비병 돈 호세와 집시 여인 카르멘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카르멘이 일하던 담배 공장은 이제 대학교가 되었는데 댄 브라운이 그곳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중 '다빈치 코드'를 구상했다고 한다.   세비야의 명물은 스페인의 랜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을 여행할 때 흔히 마주치는 것이 성당이지만 세비야 대성당은 남다르다. 기존의 모스크를 개축한 성당은 세비야의 엄청난 부를 만천하에 과시할 웅장하고 아름답고 화려한 고딕식 대성당으로 증축되어 1528년에 완공되었다. 대성당은 규모로 보면 당시 세계 최대였고 오늘날에는 세계 세 번째이다. 이곳에 콜럼버스의 관이 안치되어 있다. '죽어서도 절대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콜럼버스의 유언에 따라 네 명의 왕이 공중에 관을 메고 있다.   어느 CF에서 배우 김태희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플라멩코를 추던 곳은 스페인 광장이다. 이 광장은 스페인의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가 총책임자로 1913년 시작해 1916년에 완공되었다. 반원형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건물과 회랑은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건물의 1층 벽면은 한 칸 한 칸 구획되어 있는데 각각의 공간은 다양한 색깔의 아줄레주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구획된 공간마다 벽에는 스페인의 도시 이름과 그 도시에 얽힌 역사적 사건이, 바닥에는 각 도시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세비야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단연 플라멩코다. 세비야에는 크고 작은 플라멩코 공연장이 즐비하다. 무용수 바일레와 노래하는 가수 칸테, 기타리스트 토케가 짝을 이뤄 무대에 오르는데 정말이지 플라멩코만큼 숨 가쁘게 열정적인 춤사위는 평생 본 적이 없다. 노래에도, 기타 선율에도, 춤에도 삶의 애환이 애잔히 녹아 있다.   세비야가, 세비야의 플라멩코가, 가장 스페인다운 진짜 스페인을 보여준다. 여행자들의 마음 한구석을 '툭' 하고 건드리면서.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플라멩코 본고장 세비야 대성당 본고장 세비야 플라멩코 공연장

2024-02-22

독일 여행 중 UIUC 졸업 여성 살해 30대 남 법정서 혐의 인정

작년 6월 독일 여행 중 시카고 서버브 출신의 중국계 여성 2명을 공격, 1명은 사망하게 하고 1명은 중상을 입힌 사건과 관련 디트로이트 출신 30대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다.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시간 주 출신 피고인 트로이 볼링(31)은 19일(현지시간) 열린 첫 공판에서 작년 6월 독일 유명 관광지인 바이에른 주 노이슈반스타인성에서 두 명의 미국인 여성 관광객을 유인한 후 살해한 혐의 등을 시인했다.     볼링은 작년 6월 14일 오후 2시께 노이슈반슈타인성에서 두 명의 미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피해자들은 에바 류(21)와 켈시 장(22)으로, 두 명 모두 당시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 대학(UIUC)을 졸업한 후 이를 축하하는 여행을 함께 하던 중이었다.     류는 시카고 서 서버브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와 일리노이 수학과학고(IMSA)를 졸업했고 장은 일리노이 블루밍턴 출신이었다.     피해자들은 관광지 인근 하이킹 경로에서 볼링을 만났고, 볼링은 “멋진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겠다”며 잘못 된 장소로 유인한 후 류를 먼저 공격했고, 장은 류를 돕기 위해 볼링과 몸싸움을 하다가 볼링에 의해 협곡 아래로 떠밀렸다. 약 165피트(50미터) 높이를 떨어진 장은 머리 부상과 열상을 입었지만,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장을 밀친 볼링은 류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졸랐고, 이후 류를 성폭행 한 후 장과 마찬가지로 협곡 아래로 밀쳤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류는 치료 중 사망했다. 피해자들은 이튿날 미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살인, 살인 미수, 강간,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 등으로 체포 및 기소된 볼링은 최근까지 자신의 범죄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지난 19일 법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볼링에 대한 재판은 내달 중순까지 여섯 차례 예정돼 있다. 사형제가 폐지된 독일에서는 살인 혐의의 경우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데 독일 법원은 볼링을 거주지인 미국 미시간 주에서 형량을 치를 수 있도록 미국 당국에 신병을 인도할 지 여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019년 UIUC에서 중국계 유학생 여성이 살해된 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브렌트 크리스텐슨은 사형 집행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 자백을 전략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크리스텐슨은 현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볼링에 대한 최종 판결은 이르면 3월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Kevin Rho 기자여행 졸업 유학생 여성 여성 관광객 여성 2명

2024-02-2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축구와 예술이 공존하는 '유럽의 오아시스' 마드리드

스페인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행지가 즐비하다. 그 유명한 바르셀로나부터 세비야 대성당과 절벽 위 다리로 유명한 론다, 알람브라 궁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산을 품고 있다. 실제로도 스페인은 이탈리아, 중국 다음으로 유네스코 유산이 많다.   그러나 자칫 지나치기 쉬운 마드리드야말로 자연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오아시스 같은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여행지다. 축구부터 압도적인 미술, 수준 높은 음식 등 마드리드는 알면 알수록 깊이 빠져들게 하는 대단한 매력이 있다.   스페인을 안 가봤어도 모두가 아는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정상급 축구팀을 넘어 도시를 상징하는 브랜드 그 자체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경기장을 구경하기 위한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아마도 프라도 미술관일 것이다. 유럽 3대 전시관으로 중세 시대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 6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등 거장의 작품들을 찬찬히 음미하려면 하루도 부족할 것이다. 파리의 루브르에서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모나리자'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화폭 속 인물들의 강렬한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옆 프라도 거리와 레티로 공원은 마드리드 최초의 세계유산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이를 '빛의 풍경'이라고 한다. 또는 '녹색의 길'이나 '왕후의 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의도의 4배가 넘는 이 거리와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과학, 예술, 문학이 융성했다.   그 결과 프라도 거리 주변에는 3대 미술관인 프라도, 티센 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뿐만 아니라 왕립 천문대, 헤로니모 성당 같은 유서 깊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또한 레티노 공원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정상 회의 참석차 마드리드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산책한 곳이다. 귀족들만 이용하던 이 공원은 약 150년 전 시민에게 개방됐다.   스페인 왕궁도 마드리드에 있다. 스페인은 국왕이 존재하는 나라로 왕가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도 대단하다. 왕궁은 본래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었으나, 불타 버린 뒤 베르사유 궁전에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바로크식 궁전으로 새롭게 건축됐다. 관광객도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갈 수 있는데, 방 개수만 2800개가 넘는 내부에 갖가지 예술 작품과 왕실의 보물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최초의 근대소설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세르반테스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스페인 광장에는 그의 석상을 비롯해 소설 속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산초의 동상이 여행자들을 반기고 있다.   유럽에는 '평생 스페인을 보아도 질리지 않고, 평생 스페인만 보더라도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 박물관, 유적들이 매력을 발산하는 마드리드에도 유효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오아시스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마드리드 최초 스페인 왕궁

2024-02-15

크루즈 콜라보 여행 상품 출시…삼호관광 동지중해 투어

  삼호관광이 크루즈와 육로 관광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고 모객에 나섰다. 삼호관광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드리아해 동지중해 크루즈 투어가 오는 4월 20일 출발한다고 밝혔다.   1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투어의 주요 관광지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마르게라, 브린디시를 비롯해 그리스의 미코노스섬과 아테네 등이다. 또한 크로아티아의 자다르와 플리트비체,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와 포스토니아 동굴, 수도 루블라냐 등을 관광하게 된다.   크루즈선인 MSC 신포니아호는 6만5591톤에 전장 902피트, 전고 177피트로 승무원 721명, 승객 2646명을 수용하며 옥외 풀, 디스코 클럽, 카지노, 극장, 전자오락실, 레스토랑, 바 등을 갖추고 있다.   신영임 부사장은 “푸른 바다와 중세시대의 거리가 보존된 아드리아해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은 최애 여행지 중의 하나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가 바로 4월이다. 크루즈 안에서 다채로운 쇼와 프로그램을 매일 볼 수 있으며 육로를 통해 중세 유럽의 문화와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크루즈에 삼호 가이드가 동행하며 현재 16자리만 남았을 정도로 인기”라며 서둘러 예약(213-427-5500)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어 비용은 크루즈 오션뷰 선실 기준 1인당 2099달러며 항공료는 별도다. 박낙희 기자삼호관광 동지중해 삼호관광 동지중해 동지중해 크루즈 여행 상품

2024-02-1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겨울 추위 녹이는 온천 왕국, 벳푸(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열도에는 어디를 가나 온천이 솟아난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온천들이 즐비하지만 남서쪽 규슈 오이타는 '온천현'이라 불릴 정도로 그 숫자와 용출량에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온천지로는 단연 벳푸를 꼽을 수 있다. 벳푸 하면 온천, 온천 하면 벳푸다. 하루에 솟아나는 분출량이 약 13만 톤에 달하는 벳푸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온천의 왕국이다. 그야말로 온천수가 '콸콸' 쏟아지는 이곳은 12세기부터 몸에 상처를 입은 사무라이들이 빠른 회복을 위해 온천에 몸을 담가 치유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예부터 온천 여관, 온천 욕장으로 번창해 1950년에는 국제관광온천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도시 전체를 감싼 츠루미다케 산, 멀리 펼쳐진 벳푸 만, 낮고 높은 건물들이 안개처럼 연기로 뒤덮인 풍광은 '100년 후에도 간직해야 할 일본의 풍경 100선'에 든 벳푸의 상징이다. 이곳에는 '벳푸 8탕'이라 부르는 8개의 온천지구에 무려 300여 개의 온천과 료칸이 있어 어디서나 뜨거운 온천 열기로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열기만으로 피부가 촉촉해지는 것 같지만, 잔뜩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는 역시 온천욕만 한 게 없다. 호텔에 준비된 일본 전통 목욕 가운인 유카타를 입고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근 채 눈을 지그시 감으면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고 온천욕 후 한결 부드러워진 살결은 덤이다.   보면서 즐기는 지옥온천 순례도 벳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온천수가 뻘겋게 보이는 피지옥, 회색빛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도깨비머리지옥, 수십 마리의 악어가 기어다니는 악어지옥은 정말 지옥 그 자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전 매력으로 온천 속에 함유된 황산철 때문에 보석처럼 아름다운 코발트빛을 띠는 바다지옥, 일본식 정원과 흰색 온천수 연못이 어우러진 하얀지옥처럼 여기가 왜 지옥이지? 싶은 곳도 있다. 또한 온천수의 열기를 이용해 쪄 먹는 지옥계란부터 온천물로 만든 지옥간장, 그 간장으로 만든 푸딩, 극락 소프트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도 다양한 덕에 입까지 호강이다.   마지막으로 유노하나 유황재배지도 벳부에 왔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300년 전부터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황을 채취해오고 있다. 약용 효과가 뛰어나 천연 입욕제로 불티나게 팔리는 유노하나의 재배과정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옥만큼 뜨거운 벳푸에서 여행자들이 만나는 것은 지옥이 아닌, 온천 천국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일본 겨울 지옥온천 순례 흰색 온천수 온천 왕국

2024-02-08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빠지다, 바하마

카리브해를 보고 나면 세상 모든 바다가 무의미해진다. 에메랄드빛 찬란한 남태평양과 인도양도 카리브해의 그 오묘한 코발트 컬러와 한없는 투명함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그리하여 단연코 바하마는 세상 모든 여행자의 버킷 리스트다. 대서양을 따라 500마일에 걸쳐 뻗어있는 바하마는 에메랄드와 토파즈 컬러가 겹겹이 층을 이루는 환상적인 바다와 연중 따뜻한 기온과 수온, 낙천적인 현지인들의 바이브가 어우러져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여행지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바하마는 LA에서 항공편으로 6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겨울철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는 여행객들이라면 놓쳐선 안될 최고의 휴양지다.     ▶언제 가면 좋을까   바하마 여행 성수기는 1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로 이때가 바하마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다. 바하마는 연중 최저 기온이 화씨 6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1년 중 어느 때건 바하마를 여행하기에 나쁜 계절은 없지만 6월~11월까지는 허리케인 시즌이다 보니 이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름철 비수기엔 관광 인파도 줄고 숙박비와 항공료도 저렴해 한가하고 저렴한 여행을 원한다면 9월과 10월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일기예보를 잘 파악해 허리케인 상륙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뭘하며 놀까   뭘 할까 미리 계획할 필요 없이 해변에 나가 멍 때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과 힐링이 되는 곳이 바로 바하마다. 가장 유명한 해변은 하버 아일랜드(Harbour Island) 소재 핑크샌드 비치(Pink Sand Beach). 부드러운 분홍색 모래가 3마일에 걸쳐 펼쳐져 있는 핑크샌드 해변은 어디서 사진을 찍든 인생샷과 SNS '좋아요'를 쏟아지게 만들 수 있을 만큼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또 보트를 빌려 데이 트립을 하는 것도 바하마를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 보트를 렌트하면 선장이 다이빙과 스노클링이 가능한 스팟에 보트를 세워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바하마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아틀란티스 리조트(Atlantis on Paradise Island)'. 명실상부 바하마 랜드마크인 이 리조트에서 숙박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 해도 일일패스를 구입하면 리조트를 충분히 구경할 수 있다. 패스를 구입하면 리조트 내 수영장, 해변, 워터슬라이드 이용이 가능하다. 또 리조트 내 골프장과 카지노도 이용할 수 있으며 유명 스타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그랜드 바하마 섬(Grand Bahama Island) 소재 루카얀 국립공원(Lucayan National Park) 방문도 잊지 말자. 이곳에선 그 유명한 맹그로브 숲 사이로 카약을 탈 수도 있고 하이킹을 하며 현지 동식물들도 둘러볼 수 있다.   ▶가볼만한 섬   바하마는 7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꼭 가볼 만한 섬은 루카얀 국립공원이 위치한 그랜드 바하마로 이곳에선 스노클링과 다이빙 등 다양한 수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루카야 비치(Lucaya Beach)와 골드록 비치(Gold Rock Beach)도 가볼만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최근 유명세를 치르는 또다른 핫플은 바로 엑수마스(Exumas). SNS 유저들을 열광시켰던 바다를 수영하는 돼지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유명 리조트들이 있는 코코플럼 비치(Coco Plum Beach)가 유명하다. 또 바하마 수도 나소(Nassau)가 있는 뉴프로비던스 섬(New Providence Island)은 바하마 여행객들이라면 꼭 들르게 되는 여행 관문. 여느 도시들이 갖고 있는 번잡함과 섬 특유의 고즈넉한 묘한 분위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는 이곳에선 박물관을 비롯해 부티크, 로컬 맛집들이 즐비하다.   ▶어디서 묵을까   바하마 대표 리조트인 '아틀란티스' 외에도 바하마엔 유명 호텔들이 포진해 있다. 나소 국제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하말(Baha Mar)은 1000에이커 규모의 고급 리조트에 3개의 서로 다른 호텔이 있는데 투숙객 전용 해변과 워터파크도 있다. 만약 보다 힙한 감성의 호텔을 원한다면 최근 '트래블 & 레저' 매거진이 선정한 '카리브해 최고의 호텔' 리스트 4위에 오른 '카말라메 케이(Kamalame Cay)'를 고려해 보길. 한적한 개인 해변에 위치한 이곳은 모두 독채 빌라로 구성된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리조트로 조용하면서도 바하마 바이브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글=이주현 객원기자·사진=바하마 관광청 제공바하마 투명 바하마 여행 그랜드 바하마 명실상부 바하마

2024-02-0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비로운 천사의 섬, 몽생미셸(프랑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는 이렇게 말했다. '사막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바다에는 몽생미셸이 있다'고.     몽생미셸은 애니메이션 '라푼젤' 속 코로나 왕국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몽(mont)은 산을 뜻하고 생미셸(Saint Michelle)은 성 미카엘의 불어식 발음이므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성 미카엘의 산' 정도가 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서기 708년, 이 일대를 다스리던 주교 생 오베르(Saint Aubert)의 꿈속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났다. 천사는 "바다의 반석 위에 나를 위한 교회를 세워라" 라고 계시를 내렸는데, 오베르는 이를 단순한 꿈이라 치부하고 무시하고 만다. 이후에도 오베르는 같은 꿈을 꾸게 되는데, 특히 세 번째 꿈에서는 미카엘이 손가락을 내밀어 오베르의 이마에 강한 빛을 비추었다고 한다. 다음날, 꿈에서 깨어난 오베르는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마침내 천사의 계시를 받들어 수도원 공사에 착수한다. 오베르는 큰 바위 위에 기도대를 세웠고, 미카엘이 강림한 땅인 이탈리아 몬테 가르가노에서 화강암을 공수해 예배당을 건설했다. 그렇게 바다 위 천공의 섬 몽생미셸이 탄생하게 되었다.     성의 용도 또한 역사를 따라 숱한 변화를 겪었다. 10세기까지는 수도원으로 쓰이다가 11세기에는 교회가 건축되었고 백년전쟁 중에는 성벽이 둘러쌓여지면서 요새의 기능을 담당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혁명군의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19세기 들어 대규모 증축 및 보수공사를 거친 후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고, 역사 유적지 및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명소가 됐다.   해무를 발아래 감싸고 그 위에 높이 솟은 몽생미셸은 가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듯 섬 전체를 덮은 수도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몽생미셸만의 독특함이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유럽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시시각각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경치는 마치 마법의 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몽생미셸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아름답다. 또 누군가는 썰물 때 봐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밀물 때 봐야 신비롭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여행객들처럼 당일치기로 잠깐 들르기보다는 하루나 이틀 정도 섬에 숙박하며 밀물부터 썰물까지,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몽생미셸의 아름다움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길 바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몽생미셸 프랑스 대천사 미카엘 프랑스 혁명 수도원 공사

2024-01-25

“한 폭의 그림 보는 것 같아”

    지난 30여년 간 유럽만을 여행한 유럽여행 전문작가 곽노은 씨가 진행하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예쁜 마을 그리고 크루즈 여행’ 강의가 오는 30일(화) 줌(Zoom)으로 진행된다.   이번 강의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동부를 둘러보며 작은 개선문이 디종, 사랑의 도시 트루아, 플라비니 쉬르 오즈랭과 스트라스부르, 마카롱의 원조 도시 낭시, 콜마르, 에기쉐임, 리보빌레, 리크위르, 케제르베르를 방문하고 남부의 샤모니 몽블랑과 안시를 방문한다.     중부에서는 잔다르크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투르와 오를레앙, 아름다운 중세 마을들인 로카마두르, 꽁크, 카스텔로 라 샤펠, 생 브누아 뒤 소, 생 시르크 라포피, 샤를라 라 카네다, 캉드 생 마르탱과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리모주를 찾는다.    또한 다 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앙브아즈 성, 샹보르 성, 클로뤼세 성을 들러, 북서부에서는 고흐가 죽고 묻힌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네가 마지막 43년을 산 지베르니, 루앙대성당이 우뚝 서있는 루앙, 코끼리 절벽이 있는 에트르타, 예쁜 항구마을 옹플뢰르, 성벽의 도시 생 말로, 반목조 건축물이 유명한 디낭, 3천개의 열석이 세워져 있는 카르나크, 굴양식으로 유명한 캉칼 그리고 천공의 섬으로 불리는 몽 생 미셸 수도원을 둘러본다. 이날 강의에서는 유럽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전세계 크루즈를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공개된다.       문의: nounkwak@yahoo.com   링크: https://us02web.zoom.us/j/4534444513?pwd=WWlYVXhqL0tMRVlUSTQ5S21JYzl2dz09&omn=84750300776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프랑스 크루즈 유럽여행 전문작가 크루즈 여행 도시 트루아

2024-01-24

[독자 마당] 시카고 여행

얼마 전 20여일간 시카고 여행을 다녀왔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했더니 항공료는 많이 들지 않았다.   시카고의 별명은 ‘바람의 도시(Windy City)’다. 시카고는 미시간호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호숫가에는 나무를 심어 공원을 조성했고 이 나무들이 방풍림 역할도 하는 듯했다.  공원을 따라 길게 대로가 있는데 미시간 애비뉴였다. 이 도로를 따라 고층 빌딩들이 들어섰고 차츰 건물이 낮아지면서 서쪽으로 도시가 뻗어 나간 형태였다.   시카고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건물이 있었는데 윌리스타워(구 시어스타워)였다. 이 빌딩 꼭대기에는 시카고 시내를 360도로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시카고는 지난 1871년 300명이 숨지고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건물 대부분이 목재로 지어진 것이어서 피해가 더 컸다. 이후 도시 재건에 사용된 건축 자재는 주로 돌과 시멘트였다.     시카고는 마피아들의 활동 무대로도 유명했다. 1929년 밸런타인데이에는 악명 높은 알 카포네 부하들이 반대파 갱단 조직원 7명을 링컨 공원 근처로 유인해 총격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들은 끝내 체포하지 못했다. 당시 범행 장소는 지금은 아파트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시카고에는 박물관이 많다.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은 예술박물관(Institute of Arts). 때마침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양한 불상과 함께 한국의 도자기들도 볼 수 있었다.     장거리 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한 친구는 80대 중반이나 된 사람이 사서 고생한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삶이 힘들면 힘들수록 내세에는 더 편안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서효원·LA독자 마당 시카고 여행 시카고 여행 시카고 시내 20여일간 시카고

2024-01-23

[이 아침에] 비즈니스를 닫으며

가게의 리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계약 여부를 묻는 건물주의 편지를 받았다. 재계약을 한다면 앞으로 10년이 묶인다. 소비성향이 점점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월마트, 타겟 등 대형업체와의 경쟁도 점점 힘에 부쳤다. 비즈니스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권리금을 주고 산 비즈니스를 되팔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가야 하니 억울했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벌었으니, 그만두어도 크게 가슴 아플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아이들도 제 앞가림은 하고 곧 연금도 나오니 가게를 접기로 결심했다.   세월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짧은 봄날처럼 후딱 날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친정아버지를 포함, 지인 몇 분이 돌아가셨다. 이슬처럼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 게 인생이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민 가장의 부담감으로 변변한 취미생활이나 장거리 여행도 제대로 못 해본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애틋한 사랑보다는 씩씩한 동지애로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 같은 남편, 훨훨 날아가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아마존에서 ‘폐업 세일’ 플래카드를 주문해서 달고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했다. 팔다 남는 물품은 자선 단체에 기부해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비영리단체를 운영한다는 아가씨 둘이 와서 트럭으로 실어 갔다. 일을 덜었다.   문제는 인테리어를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다. 선반과 디스플레이 장을 다 떼어내고 공간을 모두 비워야 한다. 중고 집기를 사 가는 업체에 연락하니 요즘 폐업하는 곳이 많아서 일부만 사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말도 안 될 정도의 싼값을 부른다. 집기를 떼어내고 쓰레기 처리까지 해주는 철거업체에 알아보니 비용도 상당했다. 아는 플러머의 도움으로 며칠에 걸쳐 간신히 원상복구를 시켰다.   어느새 킨더가든을 다니는 페이즐리의 할머니가 은퇴 준비는 되었냐고 물으며 적은 액수지만 돈 봉투를 건네준다. 그녀가 버스 운전을 할 때 만났는데 이제는 버스회사 수퍼바이저가 되었다. 그녀의 딸이 페이즐리를 임신하고 아기 아빠가 사라졌을 때, 아기는 ‘가정의 축복’이라며 기도를 부탁해 더욱 가까워진 친구 같은 손님이다. 오랜 단골들은 서운하다며 감사 카드와 꽃, 화분을 가져오는가 하면 케이크와 쿠키를 구워오는 사람도 있다. 본인도 넉넉한 형편이 아닐 터인데 돈이 부족한 사람의 계산을 항상 도와주던 목사님도 자신의 교회에 광고해서 많은 손님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마음 착한 사람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큰돈은 못 벌었지만 좋은 이웃들도 사귀고 큰 사고 없이 지나온 세월이 감사하다.   20여 년을 하던 비즈니스를 닫으니 시원섭섭하다. ‘힘들었지만 잘 버티고 견뎌왔어,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휴식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몇 군데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란 가기 전에 계획 짜느라 설레고 집에 돌아와선 더 좋다더니 정말 그러하다. 아이들이 떠난 빈 둥지에서 집돌이 집순이가 되어 같이 시장 봐서 밥해 먹고 마치 신혼 초 둘이 소꿉놀이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 한마디도 안 지고 말대꾸해서 뺀질이라고 불린 적도 있지만 나는 말랑말랑한 아내가 되기로 속으로 다짐했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비즈니스 버스회사 수퍼바이저 장거리 여행 아기 아빠

2024-01-2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절경, 빅토리아 폭포

지구 방방곡곡 이름난 폭포에는 거의 다 가봤지만, 최고의 폭포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빅폴'이다.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에 한 줄을 차지할, 생애 한 번쯤은 꼭 만나야 할 빅토리아 폭포. 이 빅토리아 폭포를 위해 존재하는 작은 마을이 있다. 잠비아 남단에 위치한 리빙스턴은 1855년, 빅토리아 폭포를 처음 본 스코틀랜드 출신의 탐험가이자 선교사인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의 이름을 딴 마을이다. 아프리카 횡단 여행 중 빅토리아 폭포를 발견한 리빙스턴은 "하얀 물살을 따라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라고 고백하며 폭포에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폭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다시피 빅토리아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 미국과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통한다.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 짐바브웨 쪽 어느 곳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흘러들어가는 잠베지강의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이 잠비아의 리빙스턴이고, 다른 한 쪽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폴스다.     원주민들은 빅토리아 폭포를 '모시 오아 투냐(Mosi-Oa-Tunya)'라고 부른다.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연기'라는 뜻이다. 처음엔 왜 폭포를 연기라고 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빅토리아 폭포에 가보면 이보다 적당한 이름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찔한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면서 솟아오르는 물보라가 마치 거대하게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보이니 이 얼마나 직관적인 이름인가.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무려 두 배나 높은 360피트의 폭포들이 쉬지 않고 하얀 물보라를 뿜어낸다. 각 폭포의 모양과 특징에 따라 이름을 달리 지은 '악마의 폭포' '중심 폭포' '말발굽 폭포' '안락의자 폭포' '무지개 폭포' '동쪽 폭포'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원근과 높낮이에 따라 모습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빅토리아 폭포는 검은 대륙의 강물이 흐르다가 수직 절벽을 만나 낙하하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파노라마를 선사한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경이로운 장면이다. 리빙스턴의 고백처럼 하얀 물살을 따라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전율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물보라가 햇빛을 받아 빚어내는 무지개는 또 어찌나 탐스럽고 선명한지.     평생 가장 시원하고, 흥분되고, 감동적인 순간을 맞닥뜨리고 싶다면 빅토리아 폭포를 추천한다. 아름다운 빅토리아 폭포는 '행운' '희망' '평화'를 상징하는 쌍무지개를 두둥실 띄운 채 여행자들을 맞이할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빅토리아 죽기 빅토리아 폭포 절경 빅토리아 나이아가라 폭포

2024-01-1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유럽 귀족처럼 아프리카 여행해 볼까…세렝게티(아프리카)

같이 아프리카를 여행하자는 제안에 평소 동물원도 싫어하던 아내는 "무섭고 더럽고 원시적이라 싫어요. 접시에 파리가 드글거린다던데요”라며 거절했었다. 아내의 마음을 돌린 건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이었다. 세렝게티에서 만나게 되는 야생동물은 동물원의 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르고, 그곳이야말로 천국 같다는 호평과 감탄을 연거푸 듣고 난 후에야 부부가 함께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이 현실화됐다.   제일 먼저 아내를 놀라게 한 건 초호화 시설이었다. 아프리카야말로 극소수 유럽 귀족들이 즐기는 여행지이다 보니 식사도, 호텔도 으리으리하다. "이곳에 오니 꼭 유럽 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네요"라며 아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내를 완전히 매료시킨 것은 세렝게티였다. 스와힐리어로 '거대한 초원'을 뜻하는 세렝게티는 케냐 남부와 탄자니아 북부에 걸친 사바나 지역이다. '동물의 왕국' 촬영지이자 세상에서 가장 드넓은 초원으로서의 상징성과 위용을 자랑하는 그곳을, 사륜구동을 타고 경쾌하게 질주한다. 지축을 흔들며 이동하는 누우 떼와 얼룩말 무리, 그중 낙오자를 잡아먹으려 호시탐탐 노리는 사자들, 라이온킹 심바의 친구인 멧돼지들, 집채만 한 몸을 느릿느릿 움직이는 코끼리 무리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기린들… 과연 세렝게티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대로 동물의 왕국이었다.   세렝게티는 무엇보다 매년 누우 떼의 이동으로 유명하다. 초원에 건기가 찾아오면 세렝게티에 살던 누우와 얼룩말, 영양 등 수백만 마리의 초식동물들이 물과 풀을 찾아 마사이마라 지역으로 대이동을 시작한다. 물론 이들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들도 이 행렬에 동참한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매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제목을 붙이자면 '버팔로 구출 작전'. 아프리카 버팔로는 아프리카 물소라고도 불리는데 초식동물이지만 몸집이 크고 성격도 터프한 편이라 적이 나타나면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하기 때문에 아무리 사자라도 혼자서는 버팔로를 사냥할 수 없다.     사자들 역시 혈연관계인 암컷들과 그들의 새끼, 그리고 수컷들로 한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대개 6~7마리가 무리 지어 움직이는데, 그날 사자 무리가 육중한 덩치의 버팔로를 몰아붙이며 사냥에 성공했다. 만찬을 시작하려는 찰나, 버팔로를 구하고자 버팔로 특공대가 나타났다. 사자들은 순식간에 진을 치고 경계태세에 나섰다. 위용을 뽐내는 사자들의 비호 아래 연한 내장과 넓적다리로 새끼 사자들이 먼저 배를 채운다. 특공대는 울고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진 버팔로를 일어나라 독려한다. 뜨거운 눈물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이곳에서 사냥은 하루라도 목숨을 더 잇기 위해 매일 치러야 하는 경건한 의식인 것을.     반면에 새끼들은 어찌나 귀여운지, 행여 엄마와 떨어질세라 허리춤에 찰싹 붙어 걷는 아기 코끼리는 미소를 자아내고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인간들을 구경하는 아기 사자는 한 마리 집어오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위험이 도사리는 처절한 약육강식의 세계. 그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는 세렝게티는 드넓은 초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감동의 대서사시이자, 영락없이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프리카 세렝게티 아프리카 여행 아프리카 버팔로 유럽 귀족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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