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시론] 다시 불붙은 미·중 공급망 패권 전쟁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까지 고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쟁과 통상 환경 급변, 팬데믹과 자연재난 등을 겪으면서 위기 상황에서 안정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1월 중에 자동차·항공우주·방산 분야 100곳 이상의 미국 기업을 상대로 범용 반도체 수급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에 이어 미국의 범용 반도체 공급망 단속도 핵심 표적은 중국이다.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발 안보 위험 차단을 노린다.   중국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을 새로 발표하면서 희토류의 채굴·선광·정련 기술을 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전기차·풍력터빈 등 최첨단 제품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소금속이다.   중국이 지구촌 희토류 생산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 채굴의 68%, 제련의 94%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이번 규제 목록에 포함한 제련까지 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대만·일본·네덜란드 등 반도체 국가들과 연대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설비 수출을 막았는데도 중국이 받은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구형 장비와 기술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범용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2차 반도체 공급망 전쟁’ 와중에 대중국 제재 동참을 한국에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이지만,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면 한국이 생산하는 가전제품·스마트폰·자동차 등의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전액 보조금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당했다. 만약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동조하는 한국에 중국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해상풍력 산업 분야의 소재·부품 공급을 제한하면 한국은 또 타격을 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한 풍력 설비 경쟁입찰에서 5곳이 선정됐는데 이들 중 2곳에 중국산 터빈 도입이 검토된다고 한다. 풍력 발전에서 날개(블레이드)와 터빈이 핵심인데 중국산 제품이 유럽산보다 30~40% 가격 경쟁력이 있다. 터빈의 발전기 구동을 위해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가 희토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한국의 해상풍력 산업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소부장 및 공급망 안전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희귀 가스(네온·크세논·크립톤 등)·흑연·희토류·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을 선정해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한국의 주요 수입 품목별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분석해 보면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중국산에 의존해왔다. 이렇다 보니 요소수 수급 차질 사태처럼 중국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따라 공급망 생태계가 휘청거렸다.   정부는 주요 품목의 가격 경쟁력, 기술력, 희소가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급선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체 공급선이 중국보다 지나치게 비싸면 공급망 다변화가 무의미하다.   중국이 주요 광물자원의 공급망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채널 가동도 필요하다. 미국을 제외한 일본·호주 등이 중국에 호감이 있어서 중국과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총동원해 실리 외교에 나선다. 우리도 새해에 해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국익의 파이를 최대한 키워야 할 것이다. 강천구 /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시론 공급망 패권 반도체 공급망 글로벌 공급망 첨단 반도체

2024-01-17

[시론] 한국은 백남준에게 무엇을 해줬나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것이 소원이야. 창신동에.” 서울시립미술관이 2017년 3월 개관한 창신동 백남준기념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2004년 어느 인터뷰 장면에서 백남준(1932~2006) 선생이 생전에 했던 이 말이다.   백남준기념관은 3000평 넘는 터에 우뚝 솟은 솟을대문이 있어 ‘큰대문집’으로 불리던 창신동 옛집 터에 마련됐다. 한국전쟁을 치르며 건물 대부분이 파손됐으나, 일부 남은 한옥을 2015년 서울시가 매입하고 2016년부터 리모델링해 2017년 개관했다. 이것이 백남준기념관의 짧은 역사다.   창신동 백남준기념관의 장소적 의미는 그것이 큰 대문의 부잣집이라서가 아니라 그곳에 백남준이 1936년 다섯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14년간 살았다는 점에 있다. 창신동은 전쟁 이후 의류 생산의 본거지가 됐지만, 그 전까지는 세력가들 가택이 들어서고 성북동·낙산·동대문·청계천이 가까운 지리적 요충지였다.   청계천 상가에서 아널드 쇤베르크의 음반을 어렵사리 구했다는 일화가 뒷받침하듯 청소년 백남준은 그곳에서 작가적 창의력과 예술적 비전을 오롯이 키워왔을 것이다. 창신동 옛집이 서린동 생가보다 상징성이 더 크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백남준은 어려서 고국을 떠나 홍콩·일본·독일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하고 국제적인 창작·전시 활동으로 세계적인 ‘남준 팩’이 됐다. 이산·이주·유랑의 현실을 경험한 그에게 민족·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예술과 분리될 수 없는 의식의 한 층을 형성했음이 틀림없다. 동양사상에서 미학적 뿌리를 찾고, 한국 전통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 바로 정신적 모체가 된 창신동이라는 세 글자가 아니었을까.   백남준기념관이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실함과 함께 운영이 중단되면 그 집은 어떻게 되나 하는 우려로 미술계가 술렁댄다. “생가가 아니기 때문에 건물의 역사적 의미가 크지 않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해명자료는 그것이 어떻게 운영 종료의 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에 덧붙여 “열악한 전시 환경과 관람객 저조”가 기념관의 문을 닫는 이유가 된다면 아픈 사람은 병을 고치기 전에 죽어야 한다는 궤변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유명인이 태어났거나 잠시 살았거나 학교에 다녔거나 하는 연고를 십분 살려 미술관이나 기념관을 짓고 마을 브랜드로 키워가는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2002년 개관), 충남 홍성 이응로의 집(2011년)에 이어 세종시는 내년에 장욱진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두말할 나위 없이 백남준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방가르드로서 세계 미술사의 아랫목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예술과 과학, 미술과 음악의 사잇길에서 ‘경계에 살기’를 유희하는 포스트모던 비저너리(Visionary)이자, 작가·기획자·흥행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만능인이다. 이 점에서 그는 고대와 중세의 문화적 과도기에 고대성과 당대성, 이교와 기독교의 양면가치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만능의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에 비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점이다.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한국에 상륙한 이래 그는 광주비엔날레 창설(199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설치(1995)를 주도하면서 한국의 미술문화 선진화에 크게 기여했다. 되돌아보면 그는 명실상부한 ‘한류(K-Wave)’의 선구자였다.   이런 그에게 고국 한국은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그는 한국에서 저평가돼 있다. 외국 친구들은 “너희는 너희 나라 보물을 몰라보냐”며 핀잔을 준다. 이제라도 그에게 무엇인가를 되돌려줘야 한다. 국내외 전시와 연구, 아카이브 구축, 전작 도록 출판, 작품가 정상화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으로 한국이 비디오아트 연구의 메카가 되고, 그가 회귀를 소망했던 창신동이 백남준의 성지가 되도록 힘쓰는 일만이 ‘포스트 백남준’을 위한 보답이 아닐까. 김홍희 /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전 서울시립미술관장시론 백남준 한국 창신동 백남준기념관 청소년 백남준 한국 전통

2023-10-29

[시론] 정치가 ‘팬텀싱어’의 감동을 선사하려면

TV 음악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시리즈가 시작한 2016년 이후 7년이 흐른 올해 ‘팬텀싱어4’를 최근 최종회까지 모두 시청했다. 남성 사중창단의 하모니를 들으며 형언할 수 없이 감동했다. 국민평가단과 함께 눈물 흘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정치는 왜 국민에게 이런 감동을 주지 못할까.”   한국의 정치 만족도는 지난 2000년 25%로 아시아 꼴찌였지만, 2006년엔 75%로 급등했다는 한 조사가 있었다. 그만큼 괄목할만한 정치발전을 이룬 경험이 있지만, 그 후 줄곧 후퇴해 오늘날 극단적 양극화에 빠졌다. 진영의 깃발은 거세게 나부끼지만, 총선을 9개월가량 앞둔 요즘 유권자의 40%는 찍을 정당이 없다고 한탄한다.   필자가 논평가로 데뷔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정치 양극화가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 정치인은 정당을 대변했지만, 4~6명으로 구성된 TV토론에서 적어도 2명 이상은 당파와 무관하게 전문가적 식견으로 양당 사이에서 심판관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아예 토론이 실종되다시피 했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방적 주장이 유튜브를 가득 채운다. 양극단이 강화될수록 합리적 유권자들은 양당을 외면하고 정치 불신은 깊어진다.   우리 정치가 후퇴한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 담론 형성의 장이 사라진 데 있다. ‘팬텀싱어’와 바람직한 정치는 한 가지 유사점이 있다. 어제의 경쟁자가 내일의 팀원이 된다는 점이다. ‘팬텀싱어’ 참가자들은 상대 팀보다 더 잘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데 왜 정치인들은 상대를 적대시하고 악마화할까. 정치판은 ‘팬텀싱어’프로그램의 몇 가지 우수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팬텀싱어’에 출연한 경연자는 물론 시청자도 경연 과정에서 전문가의 즉각적이고 투명한 피드백을 받는다. 엄청난 학습을 통해 같이 발전한다. 하지만 정당은 민주주의 학습이 부족한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흑백논리에 경도되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둘째, ‘팬텀싱어’에서는 대학생과 기성 음악가가 평등하고 투명하게 실력으로 경쟁한다. 하지만 정당 공천은 권력자와의 친소 관계나 진영 논리의 포로가 된 권리당원이 좌우한다.   셋째, ‘팬텀싱어’는 각 팀의 하모니와 새로운 시도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정치에선 청년들의 새로운 시도나 창의성이 억압된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죽기 살기로 싸우고 무책임한 선동가들이 더 많은 표를 얻는다.   ‘팬텀싱어’의 평가 기준과 방식을 그대로 차용해 새로운 토론·심의 경연 TV 프로그램이 탄생하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학습하고 그만큼 우리 정치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새 토론 프로그램은 ‘팬텀싱어’처럼 여러 명의 심사위원과 참가자 1명이 토론하는 예심을 통해 선발한다. 사회적 갈등 쟁점과 정책에 대한 주제를 주고 일정 기간 준비한 뒤 1대1 토론, 2대2 토론, 3대3 토론에서 살아남은 최종 12명이 세 개의 파이널 팀을 만들어 경쟁하게 된다.   각 팀의 최종 멤버 4명은 반대 입장에서 2대2 토론을 하되 서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심의 과정을 통해 4명이 협력한 단일 해법을 제시한다. 세 팀은 서로 다른 정책 대안을 갖고 토론하되, 심사위원과 국민평가단이 최종적으로 가장 훌륭한 결과를 도출한 팀을 선택한다. 꼼꼼한 심의를 거친 합리적 대안은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도 있고, 여기에서 훈련받고 선발된 참가자들은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의 등용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훈련을 거쳐 탄생한 정치인들은 생각과 이념이 다른 상대와도 협력·타협해 국민께 감동을 주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란 사실을 배운다. 지켜본 국민도 심의 과정과 협력을 통해 흑백논리가 얼마나 단세포적이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학습한다.   이렇게 키워진 정치인들은 정파를 뛰어넘어 우정을 쌓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공동의 어젠다를 만들고, 해법을 제시하는 선진국 정치를 실천하게 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참여도 환영한다. 합리적인 담론 형성의 주체인 언론사들이 민주주의 학습의 장을 제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기숙 /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시론 팬텀싱어 정치가 토론 프로그램 정치 양극화 민주주의 학습

2023-07-23

[중앙 시론] 월동준비를 충분히 하자

남국인 조지아주 일대에도 겨울 추위가 엄습하고 있다. 5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낮 최고 기온도 주말 내내 영하의 날씨다. 한 주 정도 반짝 추위가 지나가면 다시 예년 수준으로 기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생활 수준 향상으로 겨울나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일찌감치 월동준비를 해야 했다. 최근 미주지역에서 K-푸드의 하나로 부상하는 김치 담그기도 겨울을 나기 위한 방편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지만 급격한 경기변동에 따른 경제 한파로 추운 겨울을 더 춥게 지내야 하는 현실이 닥쳤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은퇴를 했다가 다시 일을 찾아 나서는 장년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영업을 하던 A씨는 몇 년 전 은퇴를 했다. 그동안 모아 놓은 재산과 각종 은퇴연금으로 충분히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다시 직업을 찾았다. 은퇴 후 생활자금이 당초 계획보다 더 필요해진 데다, 물가가 급등한 것이 주된 이유이다.   B씨도 최근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가용자금이 묶인 것이다.   기업들의 상황도 그리 밝지는 않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선 지 오래다. 대규모 해고통지를 하는가 하면 채용을 중단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급망 붕괴 등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자 앞다퉈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추위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들어 매출이 격감하고 있다. 외견상 매출이 줄지 않은 곳도 있지만, 최근 가격 인상에 따른 착시현상이다. 이에 따라 시설 확충이나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금융기관에서 필요자금을 융자받으려 해도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아울러 금융 비용 상승 등으로 대출이 크게 위축, 금융 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 터널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모두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올해보다 글로벌 성장세가 더욱 둔화하여,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올 한 해를 괴롭혔던 인플레이션도 정점을 지났지만, 여전히 하향 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경제침체가 올 것인가? 결과는 신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산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때 한국 바둑계를 풍미했던 서봉수 9단은 “형세판단이 불리할 때는 한없이 참고 기다린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기업이든 가계이든 현금 흐름에 유의하면서,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확실성 시대에는 변칙보다 정석이 우선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지금부터라도 월동준비를 충분히 해 두자. 다행히 내년 경기가 예상외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힘들지도, 길지도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경제 한파를 생각보다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 시론 월동준비 경기 침체 글로벌 경기 겨울 추위

2022-12-25

[시론] 정치력 재도약의 기회

오는 11월 8일 치러질 중간 선거를 위한 사전 투표가 한창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미 25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지난 대선에서 광범위한 선거조작이 있다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있으나, 사전투표는 편리성과 신속성으로 인해 참여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조기투표율은 역대 최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이 열기를 담아 이번 선거에서는 미국 상원 의원 100석 가운데 34석, 하원 의원 전체를 선출한다. 또한 주지사 50석 가운데 36석과 워싱턴 DC의 시장도 새로 뽑는다.     중간선거는 현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항상 집권 여당이 불리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데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들의 고심이 크다.  선거 전문가들은 연방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고, 하원도 공화당이 우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결과는 투표함을 열 때까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스윙보트(Swing Vote)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등 10개 주가 주요 격전지로 꼽힌다. 이 곳에서의 승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한인 정치인들의 약진이 돋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연방 의원과 주·시 의원, 지방정부 선출직을 한꺼번에 뽑는 이번 선거에 한인 40여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만큼 미주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이 본격화한 것이다.   예비선거를 거쳐 연방하원의원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5명. 이 가운데 앤디 김(뉴저지), 매릴린 스트리클런드(워싱턴),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 영 김(캘리포니아) 의원 등은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A한인타운을 포함하는 34지구의 데이비드 김(민주당) 후보도 선전을 기대한다. 모두 당선될 경우 미주 한인 사회는 사상최초로 5명의 연방하원을 갖게 된다.   주의회 선거에도 한인 후보들이 대거 출마했다.     가주와 조지아주에선 최석호 하원의원과 샘 박 하원의원이 각각 4선 등정에 나섰다. 샤론 정 후보(일리노이 91지구) 일리노이 역사상 최초의 한인 주의원을 노리고, 홍수정 변호사는 조지아 103지구에서 지역 한인 최초의 여성 공화당 후보에 도전한다.     하와이주의 실비아 장 루크 하원의원은 하와이주 부지사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녀가 당선될 경우 50개 주 정부를 통틀어 최고위 선출직에 오른 한국계 정치인이 된다.     한인 사회는 이에 따라 한인 후보 당선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활동에 나섰다. 미주한인정치연합(KAPA)은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한인후보 5명을 소개하는 웨비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웨비나에는 진 윤 후보(CA 2지구 상원의원)와 유수연 후보(CA 67지구 하원의원)가 참석했다. 샘 박 의원과 그레이스 리 후보(뉴욕주65지구 하원의원)도 참석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도 가주, 조지아, 뉴욕, 텍사스 등 한인 밀집 21개 주 선거 정보 및 참여 방법을 안내하는 온라인 안내를 영어와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다.     미주 한인들은 21개 주에 한인 인구 90% 이상이 모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당 한인 인구가 최소 2만명 이상이란 의미다.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지만 이만한 숫자면 충분히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한인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내가 던진 한 표가 선거의 승패를 바꿀 수 있다.     미주 한인사회는 지난 2020년 선거에서 정치력 신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한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한인 정치력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권영일 / 애틀란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시론 정치력 재도약 한인 후보들 미주 한인 한인 정치인들

2022-10-31

[중앙 시론] 나는 법무부장관을 존경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아니, 미국의 갈랑드 법무부 장관 말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스파이법 위반이나 내란 음모죄로 기소해야 하는 가에 대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가 안위가 걸린 기밀 서류를 은닉했고 민주적 선거의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연방 대배심이 기소를 결정한다면 의도하지 않게 트럼프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돕거나 정치 내전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붕괴되어가는 미국 공화국의 제도적 기반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를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작의 끝이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오직 공정한 법의 적용이라는 법치주의 가치에 따라 일관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누가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갈랑드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미국 출장길에 아쉽게도 갈랑드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만약 그를 만났다면 갈랑드 보유국과 아닌 국가의 국격의 차이를 뼈저리게 절감했으리라 생각한다. 한때 대한민국도 갈랑드 스타일의 법무부 장관들을 보유한 자랑스러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국민의 힘 덕분에 대한민국은 갈랑드 보유국을 부러워해야 하는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첫째, 갈랑드는 한동훈과 달리 언론에 자주 나와 온갖 분노와 조롱을 내뱉지 않는다. 왜냐하면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니라 ‘법의 공정한 적용이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즈(FT) 8월 17일자 기사에 따르면 그는 취임 직후 법무부 내부 회의에서 민주당을 위한 법과 공화당을 위한 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의 언어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평생에 걸쳐 내로남불과 싸워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장 대법관에 어울리는 인물 1순위이자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공화당의 야비한 지도부는 어처구니없게도 293일간 대법관 인준 청문회 지연 음모를 꾸몄고 결국 그는 대법관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바이든의 당선으로 반전 드라마가 시작된다.   이제 법무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극적인 상황은 한국에서 흔한 복수극의 2막으로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분노의 감정 대신에 합리적 논증과 신중함으로 오직 법의 공정한 적용에만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디어에서의 화려한 스펙터클 대신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치 견고한 건축물의 벽돌을 차근차근 쌓듯이 증거를 신중히 탐색하고 축적하는 갈랑드의 일상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일부 진보파들이 왜 아직까지 트럼프를 처벌하지 않는 가 토로하며 강한 압박을 가할 정도였다.   둘째, 갈랑드는 한국의 그간 검찰의 일부 관행과 달리 별건 수사와 영장 남발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꽃인 ‘듀 프로세스’(적법한 절차)의 신중한 행사로 유명하다. 사실 그는 이번 트럼프 거주지 압수수색 이전에 다양한 절차들을 거쳤다. 국가기록원의 자료 반환 요청에 이어 트럼프 측 변호사와의 협상 및 시민들로 구성된 연방 대배심의 소환장 요구 등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갔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이 거듭된 거짓말로 기밀 서류를 은닉하자 최후의 수단으로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이 압수수색 후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미국인은 법의 공정한 적용과 적법한 절차, 그리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의 흠잡을 데 없는 미 연방수사국(FBI) 지휘 과정은 심지어 트럼프 지배 정당 내에서 조차 내부 분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은 주변에 갈랑드와 같은 가치와 인격을 가진 이들을 전국에 걸쳐 무수히 보유하고 있다. 제 2, 제 3의 갈랑드가 있는 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비틀거리면서도 붕괴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기간에 ‘트핵관’(트럼프 핵심 관계자)인 윌리암 바 법무부장관 등이 온갖 공작으로 법무부와 FBI를 정치적 도구로 타락시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한국의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들도 신뢰를 복원해 집권하고 싶으면 해법은 간단하다. 근사하게 보이는 강령 만들기 이전에 기본을 우선 충실히 지키면 된다. 가치와 인사에서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가? 시민들로부터 신뢰자본이 축적되어 가는가? 한동훈 장관과 내로남불, 법치주의 논쟁에서 승리할 공평함과 내공을 가진 이들이 도처에 있는가? 우선 이것부터 축적해 놓고 권력을 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아마 당분간 갈랑드 장관은 한동훈 장관이나 의원들이 다시 방미해도 만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에 갈랑드의 법치주의 가치를 정확히 공유하고 있는 프릿 바라라 전 뉴욕 남부 연방지검 검사장 인터뷰는 어떨까? 그는 한국에도 번역된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절차상 허용된 권한을 무조건 최대로 행사하는 리더는 독재자가 될 것이다.” 안병진 /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중앙 시론 법무부장관 존경 법무부 장관들 한동훈 장관 한동훈 법무부

2022-08-30

[시론] "증오범죄 대책 공약은 있습니까?"

애틀랜타 마사지숍 연쇄 총격사건으로 한인 4명을 포함 8명이 목숨을 잃은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사건 발생 직후 전국을 휩쓸었던 추모의 물결이 지나간 후 돌아보니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한인들의 삶이 전보다 편안해졌거나 더 안심하고 살 수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총격사건 이후로 애틀랜타에서 한인 등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많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도 타주에서 “애틀랜타는 괜찮냐”라는 안부 인사를 듣곤 한다.   수치로만 봐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시작된 아시안 증오 정서는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진 것이 없다. 비영리단체 스톱 아시안 혐오(Stop AAPI Hate)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아시안을 표적으로 삼은 증오행위가 1만1000건에 달한다. 2020-2021년 사이 아시안 증오행위 피해자는 중국계(42.8%)에 이어 한인(16.1%)이 두번째로 많았다. 증오행위의 63%는 언어적 괴롭힘(verbal harassment)이었고, 물리적 공격(physical assault)이 16%, 민권법 위반(civil rights violations)이 11%였다. 증오행위가 발생한 장소의 대다수는 공공장소였고,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과 노인이었다. ‘스톱 아시안 혐오’의  만주샤 쿨카니 변호사는 “증오 행위를 단번에 없앨 방법은 없으며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적으로 볼 때 모든 증오행위가 범죄는 아니다. 연방법에 따르면 증오범죄(hate crime)는 성별, 인종, 국적, 종교, 정치적 동기를 이유로 저질러지는 범죄를 의미한다. 반면 증오행위(hate incident)는 위와 같은 동기로 저질러지는 행위지만 범죄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아닌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시안을 모욕적인 말로 부르거나 특정 인종 비하 광고는 증오행위이기는 해도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애매하다.    문제는 한인 등 아시안들은 증오범죄건, 증오행위건 피해를 입어도 경찰 및 정부기관에 신고하거나 호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증오행위의 심각성이 정부 범죄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경찰이 범죄신고 접수를 받아도 이를 증오범죄라고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하지 않고 단순 범죄로 취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의 인구 10만명 이상 지역을 담당하는 경찰서 가운데 85%가 관내 증오범죄는 제로(zero)라고 답했다.     증오범죄로 신고가 들어가더라도 지역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나디노 증오극단범죄 연구소의 브라이언 레빈 연구원은 증오범죄 가운데 20%만이 정식으로 기소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안 등 유색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주는 주의회, 주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SB 1161, AB 2549 등의 법안을 내놓고 주정부가 증오범죄 신고전화 설치 및 피해자 대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타주에 비해 조지아주의 증오행위 대처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현재 조지아주 선거에서 주지사, 연방상하원의원, 주상하원의원 후보 가운데 증오범죄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애틀랜타 아시안 혐오범죄 비상대책위원회 및 아시안 혐오중단 연합(SAH Coalition)등의 노력이 계속되지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인 유권자들은 지역 선거운동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증오범죄에 대처할 공약이 있느냐”라고 물어볼 때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증오범죄 공약 증오행위가 범죄 반면 증오행위 아시안 증오

2022-08-29

[시론] 정치, 아무나 하나

지난 19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원에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관련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에 나섰던 신군부(전두환, 정호용, 노태우, 김복동 등 육사 11기생들의 주도 그룹)처럼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을 겨냥한 표현으로 계엄령 선포를 연상할 만큼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사단은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시작됐다. 이 전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것은 성접대 사건을 무마하려고 7억 원의 투자 계약서를 쓴 것이 원인이다. 증거 인멸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 김철근은 이 전 대표의 정무실장으로 당원권 정지 2년 처분을 받았다. 그렇다면 성접대 사실 여부를 떠나 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지금껏 자신의 과오는 한마디 해명도 없이 대통령은 물론 소속 당에까지 해악을 끼치는 것은 촉망받던 젊은 정치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라 권모술수에 능한 구태정치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마디로 이 전 대표는 재승박덕(재주는 있으나 덕이 없는)의 표본적 인물이라 할 수밖에 없다.     분명히 이 전 대표는 촉망받던 젊은 정치인이었다. 국회의원 3번 출마해 모두 낙선했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신선함이 넘쳤던 젊은 정치인의 모습은 권모술수에 능한 기성 정치인을 닮아갔다. 인간의 근본 덕목은 인성에서 나오는 신뢰인데 그마저 찾을 수 없다.     이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 입문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총애에서 시작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모 기업인에게 박 전 대통령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촉망받던 참신한 청년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빗대 거론했다. 이 전 대표는 “결국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서 “그런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검투사의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글래디에이터’는 황제의 총애를 받던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의 복수를 다룬 영화다. 막시무스는 황제인 아버지를 살해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코모두스’의 모함으로 가족을 잃고 검투사가 된 뒤 복수에 성공한다는 줄거리다. 이것을 빗 된 것은 이 전 대표의 안하무인이요, 위험천만한 사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막시무스는 구질구질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살려고 동료 집단을 매도하는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의 글도 눈길을 끈다. 양 의원은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루키였지만 그는 지금까지 ‘정책적 전문성’도 ‘미래적 통찰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도덕적 정당성’도 잃고 있다”라며 “그에게 정치는 국민 행복을 위한 여정이 아닌 그저 ‘게임’처럼 보인다. 명문 하버드를 나온 공학도인 그는 미래 과학기술로 무장된 공학도가 아니라 선거공학, 정치공학에만 밝은 ‘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정치인은 모름지기 겸손과 섬김이 덕목일진데 그 무엇 하나 갖춘 것이 없다. 2030세대에 인기가 있어 정치에 유리하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진대, 참된 지도자의 덕목이 있어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높임을 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모르는 자가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정치 기성 정치인 정치 지도자 대통령 탄핵

2022-08-23

[시론] 나이 먹음은 삶이 완벽해지는 과정

우리 주변의 많은 어르신은 노년을 보내며 섭섭해하는 때가 많다.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냥 늙어서 그런 거에요”라고 말하거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도 “이제 은퇴하시고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 비켜주시죠”라는 소리나 듣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은 ‘일상생활 속의 나이 차별 (everyday ageism)’의 한 예이다. 나이 차별은 많은 시니어들의 육체적, 정신적 웰빙을 방해한다. 2019년 미시간대학이 20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82%가 정기적으로 나이 차별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이런 현상은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주류언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거나,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상원의원이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으므로 물러나야 한다고 평한다. 지난 7월 20일 에스콰이어(Esquire) 지는 정치인은 80세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미시간대학 사회연구소 줄리 오버 알렌 박사는 “미국 의료보건체계에서도 나이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학자협회지(JAMA)에 ‘미국 시니어들이 매일 접하는 나이 차별 경험 (Experiences of Everyday Ageism and the Health of Older US Adults)’이란 논문을 발표한 그는 “미국 의료계는 시니어들에 장기이식이나 임상시험 기회 등을 적게 제공하며, 노인을 진찰할 때도 본인 대신 간병인에게 질문함으로써 노인들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UC샌프란시스코 의대 교수인 루이즈 아론슨 박사는 유색인종 여성일수록, 인종차별, 성차별, 나이 차별 등을 더 많이 겪음에 따라 경제적 안정과 자존감을 누리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2020년 시니어 복지를 주제로 한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는 “여성 시니어일수록 수입이 적고 지원이 부족하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외모지상주의(Lookism)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머리를 염색하고 젊어 보이게 성형수술을 하는 등 외모지상주의가 유행하면서, 나이든 여성은 가치가 없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나이든 여성은 같은 자격과 능력을 갖춘 남성에 비해 직장에서 해고될 가능성도 높다.   비영리단체인 ‘세대를 다루는 언론인 네트워크(Journalists Network on Generations)’의 코디네이터이며 제너레이션 비츠 온라인(Generation Beats Online)의 편집자인 폴 클리만은 “언론이 70, 80대들을 정치권에서 필요 없고 퇴출당해야 할 존재로 낙인찍고 있으며, 시니어를 위한 정책은 다음 세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은 이제라도 시니어들이 사회에 끼치는 기여에 대해 올바르게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노인학회(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부회장인 패트리샤 M. 단토니오가 한 말은 한인 시니어들에게도 되돌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은 모두 완벽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장애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가며 지혜를 축적하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면서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보청기를 끼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자가운전 대신 버스를 타는 것은 이제 노화가 아니라 내 삶을 낫게 하는 과정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나이 먹음은 퇴화가 아니라 삶이 더욱 완벽해지는 가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나이 과정 나이 차별 나이 먹음 한인 시니어들

2022-08-16

[시론] 이민자 노리는 사기는 이제 그만

 미네소타 주에 거주하는 모세씨는 최근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딜러를 통해 중고차를 구입했다. 같은 라티노끼리 서로 믿고 스페인어로 편하게 거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세씨가 구입한 중고차는 한 달 만에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동차 구입시 함께 구입한 워런티 기간도 너무 짧아 수리비도 감당하지 못했다. 딜러는 자동차 월 페이먼트를 계속 내지 않으면 월급의 25%를 차압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모세씨는 중부 미네소타 무료법률상담소(Mid-Minnesota Legal Aid)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 단체의 엘리자베스 구델 변호사는 “딜러에서 구입한 중고차가 얼마 되지 않아 고장이 나고, 고객과 딜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딜러가 자동차를 차압한 후 고객에게 남은 금액을 청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자동차 품귀현상을 틈타 이민자를 노리는 사기가 계속되고 있다. US FTC 중서부 지부장 테드 코소에 따르면 미국 사기 피해액은 2020년 32억 달러에서 2021년 58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특히 위와 같은 자동차 사기,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PPE)사기 등이 유행하고 있다. 또 전통적은 스팸전화부터 소셜미디어, 텍스트 메시지 등 사기 수법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민자 대상 사기의 안타까운 점은 사기범들도 같은 민족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주의 몽족 커뮤니티는 같은 민족끼리는 사기를 당해도 당국에 신고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소말리아 커뮤니티에서는 지도자들이 민족 고유의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며 슬퍼하는 유가족에게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민자 사기의 또 다른 안타까운 점은, 이민자들이 사기를 당해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니 웨이 FTC 부지부장은 이민자들은 사기 피해를 잘 신고하지 않아 피해액을 돌려받을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라티노는 백인과 흑인 커뮤니티에 비해 사기 피해를 입어도 신고하지 않아 오히려 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대상 사기를 방지하는 방법은 이민자 스스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이민자들이 신뢰할만한 비즈니스를 만다는 것이 중요하다. 라티노 커뮤니티의 제시카 알리아가-프로클은 라티노 커뮤니티에 유행하는 고리대금 대출업을 막기 위해 비영리단체 히스패닉 솔루션(Hispanic Solutions, LLC)을 설립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사기를 당했으면 당국에 신고해야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니퍼 리치 FTC 소비자교육국장은 “사기를 당했으면 당국에 신고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FTC는 사기 신고를 받고 사기꾼을 대상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네소타주 법무부의 캐스린 켈리 변호사는  “사기 피해를 알려야 오히려 가족과 친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최소한 남들도 사기를 당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인사회도 안타깝게도 사기 피해의 예외는 아니다. 경찰과 검찰 등 사법당국은 한인들에게 사기 피해를 당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1) 경찰은 피해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으며 (2)신고가 없으면 수사를 할 수가 없고 (3)신고를 하더라도 피해자에게는 불이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인사회도 사기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피해당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고 뭉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이민자 사기 이민자 사기 사기 피해액 사기 신고

2022-08-03

[시론] 소수계의 평등한 권리 찾기

며칠 전 TV뉴스를 보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놀랄만한 사실 하나를 알아차리게 됐다. 흑인들이 경제·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더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한 흑인 평론가는 몇 가지 수치를 통해 흑인들의 사회적 위상이 놀랄 만큼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우선 교육 면에서 현재 미국 내 흑인의 88%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26%가 학사학위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전체적으로 흑인 중산층이 급증했고, 백인들이 독점했던 직업군에도 대거 진출했다고 주장했다.                                                                           흑인들의 위상  변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주목할 만큼 빠르게, 큰 폭으로 이뤄졌다. 정계만 해도 이미 대통령 한 명을 배출했으며, 현재 연방상원의원 100명 중  4명, 연방하원의원 435명 중 58명이 흑인이다. 연방 대법관도 9명 중 2명이 흑인이다.   연예와 스포츠에서  흑인 스타들의 명성과 엄청난 재력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남북 전쟁이 일어난 1861년 당시 흑인의 99%가 노예였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이처럼 성장한 흑인들의 정치적 파워와 경제력이 흑인사회에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다는 것이다. 흑인 인구 중에서, 상위권과  하위권의 경제 수준의 차이는, 백인사회의 차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평론가의 지적이다.     또 이들 하위권 흑인들의 범법 행위가 주요 뉴스로 자주 보도되면서, ‘흑인 대부분은 범법자’라는 이미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원인이 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20년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전체 미국 인구 3억3000만 명은 백인 59%, 히스패닉 17%, 흑인 13%, 아시안 6%로 구성되어 있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백인 비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전쟁이 발생한 1950년 인구조사에는 백인 인구가 89%로 나와 있으니, 70년 만에 백인 비율이 30%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백인 인구 비율의 급감은 흑인을 비롯한 소수계의 정치, 사회적 약진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이를 미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전조로 생각하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백인우월주의자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의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백인 남자들의 모습과 흑인과 아시안 등 소수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백인이 많은 것을 보면, 미국이 법치국가가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국 건국 공신 중의 한명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지구의 전체 인구 중에서 백인 비율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는 우려를 표했던 인종주의자다. 이런 불안감은 많은 백인들의 의식,무의식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백인우월주의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보아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독립국가가  된 이후부터 250년 동안  미국은 흑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소수계의  피땀흘린 노동과 참여를 통해 세계 최강국의 위치에 올랐고,  아직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흑인을 비롯한 많은 소수계의 평등한 권리를 위한 노력은 진행 중이다.     김순진 / 전직교사시론 소수계 평등 인구 비율 백인 비율 흑인 평론가

2022-08-01

[시론] 이민자 노리는 사기는 이제 그만

미네소타 주에 거주하는 모세씨는 최근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딜러를 통해 중고차를 구입했다. 같은 라티노끼리 서로 믿고 스페인어로 편하게 거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세씨가구입한 중고차는 한 달 만에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동차 구입시 함께 구입한 워런티 기간도 너무 짧아 수리비도 감당하지 못했다. 딜러는 자동차 월 페이먼트를 계속 내지 않으면 월급의 25%를 차압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모세씨는 중부 미네소타 무료법률상담소(Mid-Minnesota Legal Aid)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 단체의 엘리자베스 구델 변호사는 “딜러에서 구입한 중고차가 얼마 되지 않아 고장이 나고, 고객과 딜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딜러가 자동차를 차압한 후 고객에게 남은 금액을 청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자동차 품귀현상을 틈타 이민자를 노리는 사기가 계속되고 있다. US FTC 중서부 지부장 테드 코소에 따르면 미국 사기 피해액은 2020년 32억 달러에서 2021년 58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특히 위와 같은 자동차 사기,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PPE)사기 등이 유행하고 있다. 또 전통적은 스팸전화부터 소셜미디어, 텍스트 메시지 등 사기 수법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민자 대상 사기의 안타까운 점은 사기범들도 같은 민족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주의  몽족 커뮤니티는 같은 민족끼리는 사기를 당해도 당국에 신고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소말리아 커뮤니티에서는 지도자들이 민족 고유의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며 슬퍼하는 유가족에게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민자 사기의 또 다른 안타까운 점은, 이민자들이 사기를 당해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니 웨이 FTC 부지부장은 이민자들은 사기 피해를 잘 신고하지 않아 피해액을 돌려받을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라티노는 백인과 흑인 커뮤니티에 비해 사기 피해를 입어도 신고하지 않아 오히려 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대상 사기를 방지하는 방법은 이민자 스스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이민자들이 신뢰할만한 비즈니스를 만다는 것이 중요하다. 라티노 커뮤니티의 제시카 알리아가-프로클은 라티노 커뮤니티에 유행하는 고리대금 대출업을 막기 위해 비영리단체 히스패닉 솔루션(Hispanic Solutions, LLC)을 설립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사기를 당했으면 당국에 신고해야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니퍼 리치 FTC 소비자교육국장은 “사기를 당했으면 당국에 신고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FTC는 사기 신고를 받고 사기꾼을 대상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네소타주 법무부의 캐스린 켈리 변호사는  “사기 피해를 알려야 오히려 가족과 친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최소한 남들도 사기를 당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인사회도 안타깝게도 사기 피해의 예외는 아니다. 경찰과 검찰 등 사법당국은 한인들에게 사기 피해를 당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1) 경찰은 피해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으며 (2)신고가 없으면 수사를 할 수가 없고 (3)신고를 하더라도 피해자에게는 불이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인사회도 사기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피해당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고 뭉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이민자 사기 이민자 사기 사기 피해액 사기 신고

2022-07-31

[시론] 제2 소녀상 건립, 공청회를 거쳐야

단발머리와 한복 차림을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움켜쥔 채 앞을 응시하고 있다. 높이 130cm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건립 뉴스가 화제다. 애틀랜타 한인회에서 두 번째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다 준비된 듯하다. 한국에서 제작된 이 소녀상은 이미 조지아 사바나 항에 도착했고,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위안부 조형물로는 기림비를 포함해 미국내 11번째, 소녀상으로는 5번째이다. 후세에게 남길 역사적 유물을 건립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제2 소녀상은 후세 한인들과 현지인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한인회의 행사추진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과연 애틀랜타에 2개의 소녀상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7년 브룩헤이븐 소재 블랙번 공원에 이미 소녀상이 설립된 바 있다. 이후 시나브로 지역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유적지가 됐다. 지난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식 및 헌화식이 열리는 등 현지 여성 인권 상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소녀상을 건립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선 낭비적 요소가 강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동일한 동상을 우후죽순처럼 세우는 사례는 없다.     시사 평론가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표현대로 “운동의 필요에서 생긴 정치적 수요에 가깝다.” 자발적 욕구에 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절차 과정도 다소 거슬린다.한인회 집행부는 이 같은 중요한 문제를 지역한인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도 한번 거치지 않고 주요 사업으로 채택했다. 최근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한인회 집행부와 건립위원회 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5년전 조지아주 첫 번째 소녀상 건립 당시 일본 총영사관의 집요한 방해와 로비를 겪은 바 있다. 이를 현지 한인사회와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극복했다.     건립위원회는 예상되는 일본의 반대를 막기 위해 제2 소녀상 건립을 뒤늦게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십분 이해하나, 졸속 과정을 정당화하는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다.     제작자도 문제다. 하필이면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씨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한국에서 소녀상 건립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고, 자체적으로 소녀상을 건립하려한 지방자치단체 등과 저작권 분쟁을 벌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부부작가는 이 단체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다.   수월치 않은 제작비도 문제다. 정의연에서 제작하는 이 소녀상은 33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운송 및 설치비용까지 합치면 꽤 많은 금액이다.   설치 장소는 더 큰 논란거리다. 한인회관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곳에 역사적으로 민감한 의미를 지닌 소녀상이 설립된다면, 지역한인들의 동의를 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인회관의 주인은 지역 한인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충남대학교의 소녀상 건립 추진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대학본부는 당초 국립대 가운데 선례가 없고, 학내 구성원 전체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학내 소녀상 건립을 반대했다. 추진위원회측과의 마찰과 갈등은 불가피 했다. 양측은 무려 4년여의 ‘밀당’ 끝에 대학본부가 ‘위원회를 구성, 의견 수렴을 위한 공식 절차를 밟자’고 제안했고, 추진위원회도 이에 응하면서 본격 협상과정에 들어갔다.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고 타협한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한인회관 내 소녀상 설치는 적어도 공청회는 열어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동의를 구하자. 설득과정이 없으면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시론 소녀상 공청회 소녀상 건립비용 이하 소녀상 애틀랜타 한인회

2022-07-22

[시론] 전쟁과 음악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 예술가 임윤찬 군이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과 그의 연주를 듣는 감동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다.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던 차에 임윤찬 군이 정점을 찍은 느낌이었다. ‘K-클래식이 세계를 휩쓴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실감으로 다가왔다. 장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흥분이 가라앉은 뒤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니, 중요한 지점을 그냥 지나친 것을 깨달았다. 전쟁과 음악의 관계….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은메달 수상자는 러시아의 안나 게뉴셰네(31)였고,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28)가 수상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일인데, 우리 젊은이의 우승에 흥분한 나머지 그냥 지나친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결선에 진출한 사람은 6명이었는데 그중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가 1명, 러시아 연주자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 세계의 음악계가 엄중하게 규탄하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까, 청중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슬아슬하다.     다행스럽게도 염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회는 성숙한 분위기로 마감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참가자가 국적 때문에 비난받는 일도 없었고, 박수를 더 받는 일도 없었다. 2000여 명의 관객 중 누구 하나 야유나 비난을 퍼붓지 않고, 박수갈채를 수상자에게 보냈다. 수상자들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격려했다고 한다. 언론보도는 이렇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하며 피해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면서도 러시아 연주자 개인에게는 불이익을 주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됐다’.   전쟁 중인 두 나라의 젊은 예술가가 나란히 상을 받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시상식 겸 폐막식은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으니,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도 막강하다. 전쟁 중에도 음악 안에서 하나 될 수 있다.   예술이 세상의 현실과 무관할 수는 없다.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과 예술의 자율성 관계는 늘 아슬아슬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고 있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가 전 세계 음악콩쿠르를 관장하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콩쿠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서구의 공연단체들로부터 공연 스케줄에서 배제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푸틴과 친분이 깊은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등이다.     게르기예프는 독일 뮌헨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에서 해고됐고, 여러 공연 일정이 취소됐다. 예정되었던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빈 필하모닉 지휘 또한 전격 취소됐다. 협연하려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도 푸틴 지지자여서 함께 취소됐다. 바로 연주 전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긴급 교체된 지휘자는 야니크 네제 세갱, 협연자는 조성진이었다. 조성진은 이 연주로 원래 예정됐던 마추예프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격찬을 받으며, 뉴욕 음악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전쟁 중에도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멈춰서는 안 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시론 줄타기 전쟁 세계 음악콩쿠르 러시아 연주자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2022-07-18

[시론] 인플레 시대, 서민들만 고통분담은 그만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뛰어오른다. 지난 6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9.1%를 기록했다는데, 체감 물가는 50%쯤 오른 것 같다. 인플레와 구인난 물류난으로 인해 경기 침체, 금리인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서민들이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다. 복잡한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서민의 눈에서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심경은 이렇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영 믿음이 안 간다. 코로나19 때는 나라에서 지원금과 실업급여라도 나왔는데, 지금은 나라에서 나오는 것도 전혀 없고 답답할 뿐이다. 코로나19 기간에 한인 등 스몰비즈니스가 힘들어하는 동안에, IT와 온라인 상거래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게다가 운송, 배송 산업은 물류난을 틈타 지난해 530억 달러의 이득을 올렸다.   최근 두 대기업의 움직임은 월가와 대기업이 현 인플레 상황의 어려움을 나눌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예를 들어 모델로와 코로나 맥주를 생산하는 콘스털레이션 브랜드(Constellation Brands) 사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어닝 콜(earnings call)에서 “경기 침체 상황(times of economic downturn)에는 가격 변동 범위에 한계가 없다(not to leave any pricing on the table)”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서민들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가격을 올리겠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크레딧카드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사는 최근 인플레 국면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좌파 쪽 연구단체긴 하지만 그라운드워크 콜래보레이티브(Groundwork Collaborative)의 라킨 마버드 박사가 터뜨리는 분통은 주목할 만 하다.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들이 현재 인플레 상황을 악용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이고 약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대기업들은 대개 임금인상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현 상황은 임금인상과 상관이 없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4월 경제 분석에 최근 인플레의 54%는 대기업의 이득 때문이며,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에 끼치는 영향은 8%도 되지 않았다. 경제싱크탱크 예산정책우선센터(Center for Budget and Policy Priorities)의 채드 스톤  수석연구원은 “임금인상은 물가상승 요인이 아니며, 일자리 급증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노동자의 임금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경기가 침체하면 서민 전체가 타격을 입지만, 한인 등 이민자와 유색인종은 더욱 큰 타격을 입는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미국 실업률은 3.6%로 낮은 편이었지만 흑인과 라티노의 실업률은 각각 6.8%와 4.3%로 백인들에 비해 여전히 높았다. 스톤 연구원은 “2020년 4월과 5월 2개월 동안의 코로나19 셧다운 기간 여성, 유색인종, 서류미비자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들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여론몰이는 이제 질렸다.  서민들은 열심히 일했고 충분히 참았다. 이제 대기업 등의 경제 주체들이 고통분담을 할 때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자발적으로 고통분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정치인들은 대기업과 각 경제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고, 인플레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한 실질적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민들은 올해 11월 선거에서 심판의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고통분담 인플레 인플레 상황 현재 인플레 최근 인플레

2022-07-17

[시론] 전쟁과 음악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 예술가 임윤찬 군이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과 그의 연주를 듣는 감동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다.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던 차에 임윤찬 군이 정점을 찍은 느낌이었다. ‘K-클래식이 세계를 휩쓴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실감으로 다가왔다. 장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흥분이 가라앉은 뒤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니, 중요한 지점을 그냥 지나친 것을 깨달았다. 전쟁과 음악의 관계….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은메달 수상자는 러시아의 안나 게뉴셰네(31)였고,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초니(28)가 수상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일인데, 우리 젊은이의 우승에 흥분한 나머지 그냥 지나친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결선에 진출한 사람은 6명이었는데 그중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가 1명, 러시아 연주자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 세계의 음악계가 엄중하게 규탄하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까, 청중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슬아슬하다.     다행스럽게도 염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회는 성숙한 분위기로 마감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참가자가 국적 때문에 비난받는 일도 없었고, 박수를 더 받는 일도 없었다. 2000여 명의 관객 중 누구 하나 야유나 비난을 퍼붓지 않고, 박수갈채를 수상자에게 보냈다. 수상자들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격려했다고 한다. 언론보도는 이렇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하며 피해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면서도 러시아 연주자 개인에게는 불이익을 주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됐다’.   전쟁 중인 두 나라의 젊은 예술가가 나란히 상을 받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시상식 겸 폐막식은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으니,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도 막강하다. 전쟁 중에도 음악 안에서 하나 될 수 있다.   예술이 세상의 현실과 무관할 수는 없다.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과 예술의 자율성 관계는 늘 아슬아슬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고 있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가 전 세계 음악콩쿠르를 관장하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콩쿠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서구의 공연단체들로부터 공연 스케줄에서 배제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푸틴과 친분이 깊은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등이다.     게르기예프는 독일 뮌헨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에서 해고됐고, 여러 공연 일정이 취소됐다. 예정되었던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빈 필하모닉 지휘 또한 전격 취소됐다. 협연하려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도 푸틴 지지자여서 함께 취소됐다. 바로 연주 전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긴급 교체된 지휘자는 야니크 네제 세갱, 협연자는 조성진이었다. 조성진은 이 연주로 원래 예정됐던 마추예프보다 더 나은 것 같다는 격찬을 받으며, 뉴욕 음악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전쟁 중에도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멈춰서는 안 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시론 줄타기 전쟁 세계 음악콩쿠르 러시아 연주자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2022-07-14

[시론] 이상한 고용흐름, ‘하늘의 별 따기’

생산과 유통 현장에서 일손 부족현상이 해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후유증 가운데 하나다. 구인난은 천정부지의 원자재 가격 상승, 서플라이 체인 병목현상 등과 함께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영업자들은 직원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아우성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완전고용 상태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코로나 팬데믹 19 이전보다 적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 기업의 생산활동이 증가해, 고용이 늘고 실업률은 하락하게 된다. 반대로 불황기에는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된다. 고용이 줄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경기는 기존 경제이론과는 다른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국내총생산(GDP)은 지난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감소한(잠정치) 반면,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4%에서 올 5월 3.6%로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연방정부가 경제와 관련,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고용문제에 대입해 보자.     고용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 있다. 이 곡선은 임금과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반비례 관계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실업률이 낮으면 경기가 좋다는 의미다.     이 같은 기존 경제이론들을 현 상황에 단순 도입해보면 분명 경기후퇴가 아니다. 물론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도 주류언론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연일 빨간 경고등을 켜고 있다.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등 3중고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미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민들의 과반을 넘는 52%가 경제상황이 지난해 보다 나빠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경기후퇴 시기에 실업률이 이렇게 낮은 적은 없었다.     미국 경제가 경기 후퇴 사이클 상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기존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는 올 상반기 미국 경제 상황을 ‘고용이 풍부한 경기후퇴’라고 명명했다. 예전에 회자되었던 ‘고용 없는 성장’을 살짝 뒤틀어 만든 용어다.   앞으로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기 후퇴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GDP는 감소하지만 고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이 예측이 맞는다면 연방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걸어 잠근 취업 이민자 문호를 다시 개방, 노동인구 부족의 물꼬를 트는 것이 마땅하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과 해외기업의 국내 유치에 주력하면서도, 부족한 노동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분명 난센스다.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노동인력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자동화만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서비스업 분야에선 자동화의 한계가 뚜렸하다.   일말의 우려는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과 월가 금융투자기관을 중심으로 감원태풍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이피 모건,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 월가 금융투자기관들은 빠르면 이달중 전체 인원의 5%내지 8%를 감원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실적 부진이 그 이유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 연말 대량 감원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IT업계에서는 올들어 3만 5000명이상 해고했다. IT기업과 금융투자기관은 미국 경제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다.     핵심 주체가 대량 감원에 나설 경우 고용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악조건 상황 속에서도 전문 인력들은 비숙련 노동분야로 쉽게 갈아타지 않는다. 전문 분야 종사자는 노동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그다지 높지 않다. 권영일 / 객원 논설위원시론 고용흐름 하늘 기존 경제이론과 기존 경제이론들 최근 실업률

2022-07-13

[시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초심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관성(慣性)’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익숙한 습관으로 사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 같은 문제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막상 실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관성 때문이다. 지금보다 가난하고 불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그러니 세상 개선되거나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늘 요란하고 시끄럽기만 한 것이다. 예술에서도 그런 현상이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예술가를 가로막는 장벽이 바로 관성 또는 습관, 익숙함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이야기다. 나는 지금 몸에 익은 관성에 기대어 늘 그렇고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심각하게 반성하는 요즈음이다. 반성한다고 바로 무슨 묘책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예술계의 어느 장르나 비슷한데, 열심히 해서 자기 작품세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고, 제법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이른바 자기 세계라는 틀이 만들어진다.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일단 그런 틀이 생기면 어지간해서는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피카소 정도 되면 모를까, 자기 울타리를 벗어나면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관성이 강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결국 과감한 변신이나 파격적 시도는 엄두를 못 내고, 늘 하던 대로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잘 되면 끈질기고 철저하게 자기 탐구하는 진지한 작가로 평가되는 것이고, 자칫 방심하면 매너리즘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자세는 무척 다양하다. 화가를 예로 들자면 김창열 화백처럼 지치지도 않고 줄기차게 물방울만 그린 구도자적 작가도 있고, 지루한 걸 견디지 못해 몇 년마다 새로운 주제에 도전하는 화가도 있고, 수시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오락가락 정신없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로 말할 일은 물론 아니다. 핵심은 창조력과 긴장감 같은 것이다. 농축된 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드느냐, 익숙한 솜씨로 제품이나 상품을 제작하느냐의 문제… 그래서 너무 익숙해지면 둔감해지기 쉽고, 만만하게 여기기도 쉬움을 경계하는 말씀이 많은 것이겠지.   대배우 채플린이 연기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린 영원한 아마추어야. 거기서 벗어나기엔 인생은 너무 짧아.” 내게는 이 말씀이 큰 자극이 된다. 새기고 또 새겨들을 말씀이다. 달리 말하자면, 연기를 처음 시작한 아마추어의 설렘, 떨림, 긴장감, 겸허함 같은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만만하게 여기는 교만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   말년의 루빈스타인이 “나는 아직도 무대에 나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너무나 떨린다”고 한 말씀을 음미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시론 안주 초심 말씀 초심 자기 작품세계 지구온난화 기후

2022-07-11

[시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초심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관성(慣性)’이라고 한다. 사람 누구나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익숙한 습관으로 사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 같은 문제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막상 실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관성 때문이다. 지금보다 가난하고 불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그러니 세상 개선되거나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늘 요란하고 시끄럽기만 한 것이다. 예술에서도 그런 현상이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예술가를 가로막는 장벽이 바로 관성 또는 습관, 익숙함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이야기다. 나는 지금 몸에 익은 관성에 기대어 늘 그렇고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심각하게 반성하는 요즈음이다. 반성한다고 바로 무슨 묘책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예술계의 어느 장르나 비슷한데, 열심히 해서 자기 작품세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고, 제법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이른바 자기 세계라는 틀이 만들어진다.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일단 그런 틀이 생기면 어지간해서는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피카소 정도 되면 모를까, 자기 울타리를 벗어나면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관성이 강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결국 과감한 변신이나 파격적 시도는 엄두를 못 내고, 늘 하던 대로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잘 되면 끈질기고 철저하게 자기 탐구하는 진지한 작가로 평가되는 것이고, 자칫 방심하면 매너리즘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작가는 ‘개성’이라고 끝까지 우기겠지만….   작가의 자세는 무척 다양하다. 화가를 예로 들자면 김창열 화백처럼 지치지도 않고 줄기차게 물방울만 그린 구도자적 작가도 있고, 지루한 걸 견디지 못해 몇 년마다 새로운 주제에 도전하는 화가도 있고, 수시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오락가락 정신없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로 말할 일은 물론 아니다. 핵심은 창조력과 긴장감 같은 것이다. 농축된 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드느냐, 익숙한 솜씨로 제품이나 상품을 제작하느냐의 문제… 그래서 너무 익숙해지면 둔감해지기 쉽고, 만만하게 여기기도 쉬움을 경계하는 말씀이 많은 것이겠지.   몸에 익은 관성에 기대 안주하는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려면, 허구한 날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따분한 글을 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배우 채플린이 연기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린 영원한 아마추어야. 거기서 벗어나기엔 인생은 너무 짧아.” 내게는 이 말씀이 큰 자극이 된다. 새기고 또 새겨들을 말씀이다. 달리 말하자면, 연기를 처음 시작한 아마추어의 설렘, 떨림, 긴장감, 겸허함 같은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만만하게 여기는 교만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   말년의 루빈스타인이 “나는 아직도 무대에 나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너무나 떨린다”고 한 말씀을 음미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시론 안주 초심 말씀 초심 자기 작품세계 지구온난화 기후

2022-07-08

[시론] 학교 총격과 청소년 정신건강

최근 두 달간 미국 내 총격사건이 줄을 이었다. 지난 5월에는 뉴욕주 버펄로와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등 참사가 잇따랐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만계 교회 총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 당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앨라배마주의 한 성공회 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이들 총격 사건 장소의 공통점은 학교나 교회, 쇼핑몰 등 가족과 청소년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학부모로서 최근 상황이 걱정되고 자연히 자녀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다. 바로 학교와 교회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잭슨 보건병원의 정신과 간호사 에디 몰린은 최근 2개월간 신경증 및 난폭한 행동으로 입원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고립감을 겪었던 청소년들이 최근 교내 총격사건으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몰린 간호사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 엄격하게 교육하는 사례가 많지만 정작 자녀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경증을 겪는 청소년들은 개인 세면을 거부하거나, 침대에서 나오지 않거나, 일상생활 참여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며 “자녀가 좋아하는 비디오게임조차 하지 않는 거부반응을 보인다면 자녀와 한 번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신질환은 약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이라며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자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는 인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의 한인 교사 조슈아 호씨의 사례가 좋은 예이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아시아계 미국인 자문그룹에 속하면서 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그는 이민자 학생 상담을 해왔다. 그러나 남의 집 자녀 상담은 해주면서 정작 자신의 장남이 신경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는 “장남이 복통, 두통을 겪으면서 기운이 없고 잠만 계속 잤다”며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아시아계 학부모로서 아들에 대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장남을 교회 목사와 한의사에게 보여줬지만 효과가 없었고, 마침내 장남은 정신과에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 현재 20살이 된 그의 장남은 정신질환에서 조금씩 회복 중이다. 그는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없다”며 “자녀에게 소리를 질러봤자 소용없다.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방지를 위한 전국연합(NAMI)’ 마이애미 데이드 지구의 수잔 래처 위원장은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희박하다”며 “특히 최근 20년간 백인과 아시안 학생들의 자살률이 흑인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인사회에도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어문제 때문에 정신상담을 받지 못한 한인 부모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신체건강 못지않게 정신이 건강해야 자녀들이 바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정신건강 총격과 정신건강 문제 아시아계 학부모 초등학교 총기난사

2022-07-0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