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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흑인 배우가 연기하는 맥베스 왕

주연이든 조연이든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관한 한 메릴 스트리프는 난공불락이다. 수상 횟수는 3번(여우주연 2번, 여우조연 1번)이지만, 후보에 오른 횟수는 무려 21번(여우주연 17번, 여우조연 4번)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후보에 오른 배우가 캐서린 햅번(1907~2003)과 잭 니컬슨인데, 각각 12번으로 메릴 스트리프의 절반 정도다. 이어 베티 데이비스(1908~1989)와 로렌스 올리비에(1907~1989)가 10번, 그리고 스펜서 트레이시(1900~1967), 폴 뉴먼(1925~2008), 알 파치노, 덴절 워싱턴 등이 9번이다.   이중 덴절 워싱턴은 ‘맥베스의 비극’으로 다음달 시상식이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개인 통산 7번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애플TV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이 바탕이다.     실제 영화 역시 연극적 분위기가 강하다. 배우들의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문체이고, 배경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하다. 특히 영화 속 실내 공간은 현대의 미니멀리즘 건축을 연상시킬 만큼 간결하고 단순하다.   동시에 할리우드 고전 흑백영화의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난다. 영화 자체를 흑백으로 촬영한 데다, 단순화한 공간에 강한 조명을 더해 흑과 백을, 빛과 그림자를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이 강렬한 명암은 자신이 왕이 될 것이란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던컨 왕을 죽여 스스로 예언을 실현하지만, 광기와 죄책감에 스스로 파멸해가는 맥베스 부부의 비극에 더없이 어울린다.     감독은 조엘 코엔.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늘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였던 그가 처음으로 혼자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와 거리가 있던 그를 ‘맥베스’로 안내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자, 극 중 맥베스 부인 프란시스 맥도먼드다. 지난해 ‘노매드랜드’를 포함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받은 그의 출발도 연극무대였다.   셰익스피어에 친숙한 관객이라면 ‘오셀로’의 무어인 장군이라면 몰라도, ‘맥베스’의 스코틀랜드 왕을 덴절 워싱턴이 연기하는 것이 색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 배우가 맥베스를 연기한 건 처음이란다.     한데 따지고 들면 맥도먼드도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미국 일리노이 출신이다. 이 영화에선 맥베스의 몰락에 결정적인 인물 맥더프와 그 가족들 역시 흑인 배우들이 연기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고전영화의 분위기로 새롭게 구현한 이 영화에는 새로운 발견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닐까 의심할 만큼 기괴한 몸의 움직임과 함께 세 마녀를 연기한 배우 캐슬린 헌터다. 아카데미 후보 명단에는 없다. 물론 아카데미상이 언제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J네트워크 맥베스 배우 맥베스 부인 아카데미 연기상 맥베스 부부

2022-02-15

셰익스피어를 심리 스릴러로…연출·연기의 이중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역사의 비극적 한장을 소재로 한다. 외형상 가장 짧고 단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대사의 시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죄를 더해 가는 주인공 맥베스의 내적 갈등과 고독을 그린 이 작품은 여러 차례 무대를 떠나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그 중 로만 폴란스키, 아키라 구로사와, 오선 웰스의 작품들은 연출 역량이 탁월했던 영화로 꼽힌다.     영화 ‘맥베스의 비극’은 1984년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이래 ‘파고’(1996), ‘위대한 레보스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등 유수의 작품들을 발표하며 예술영화, 독립영화의 기수로 떠오른 코엔 형제 중 형 조엘 코엔의 단독 연출 데뷔작이다. 형제가 함께 작업하지 않은 최초의 작품인 셈이다. 덴젤 워싱턴과 조엘의 아내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출연한다.     코엔의 ‘맥베스’는 다른 버전들과 달리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됐다. 간단하고 모던하게 디자인된 세트장에서 흑백 필름으로 촬영되었고 심리 스릴러 풍으로 진행된다.     워싱턴은 광기, 야망, 분노, 교활함을 지닌 맥베스를 연기한다. 살인에서 시작, 살인으로 끝나는 비극의 중심에는 맥베스 외에 그의 아내(맥도먼드)가 또 하나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녀는 왕비가 되고 싶은 욕망에 왕을 죽이라고 남편을 설득하는, 양심이라고 전혀 없는 인물이다.     맥베스는 애초에는 던컨 왕의 충신이었다. 야심을 품지만, 마음이 약하여 왕위 찬탈과 반역을 실행할 능력이 부족하다. 번민하던 맥베스는 광야에서 세 명의 마녀와 마주친다. 마녀들은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고 부추긴다.     맥베스는 결국 던컨 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고 위협이 될만한 인물들을 제거한다. 그러나 반역과 살인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은 맥베스를 광인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그의 아내 역시 환영에 시달리며 몽유병 환자가 되어간다. 그들 심리 안에 잠재해 있던 양심의 반격과 신하들의 반란은 이 두 주인공에게 비참한 종말을 안긴다.       코엔 감독은 피가 피를 부르는 비극의 전형에 스릴러의 격렬한 요소를 가미시켰다. 영화는 후반부로 들어서며 두 명 주역 배우들의 카리스마 연기를 통해 극의 핵심인 ‘광기’의 심리적 경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이한 세트와 장식들이 시선을 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맥도먼드(3회)와 워싱턴 모두 2022년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기존의 스타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은 배우는 마녀 역의 캐스린 헌터다. 2021년 최고의 신스틸러 중 하나로 평가되는 연기를 펼친 그녀는 이미 뉴욕비평가협회에 의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맥베스 영화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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