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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멱살 잡자 이강인 주먹질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다가 4강전서 완패한 한국 축구 클린스만호에는 전술만 없는 게 아니었다.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향한 선수들의 '로열티'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6일 2023 아시안컵에서 이전까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던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대회 내내 졸전을 거듭한 데다 요르단과 경기에서는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만 보인 클린스만호를 향한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다. 특히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선수들을 데리고 최악의 경기 내용을 보여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서는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와중에 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 한국 대표팀 내 심각한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보도를 했다.   사건은 요르단전 바로 전날인 현지시간 5일 저녁 식사시간에 일어났다.   대표팀에서 경기 전날 모두가 함께하는 만찬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결전을 앞두고 화합하며 '원팀'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쳤다.   그러고는 탁구를 치러 갔다. 이후 살짝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한 선수들이 밥을 먹는데 이강인 등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화가 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는데 이는 손흥민이 피했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고 말았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다.     요르단전은 이런 심각한 갈등 속에 킥오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토너먼트 2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르단전에서도 90분 내내 각자 따로 놀았다.   다만, 대표팀 내 갈등이 이강인과 손흥민 사이에만 있었던 건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대회 내내 선수들은 나이 별로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 훈련장에서 그룹을 지어 훈련할 때 선수들은 같은 무리끼리 어울렸다.   이강인•설영우•정우영•오현규(셀틱)•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어린 선수들, 손흥민•김진수(전북)•김영권(울산)•이재성(마인츠) 등 고참급 선수들, 그리고 황희찬(울버햄프턴)•황인범(즈베즈다)•김민재(뮌헨) 등 1996년생들이 주축이 된 그룹이 각자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았다. 조별리그 1차전을 대비한 훈련 때부터 마지막 요르단전 훈련 때까지, 각 그룹의 면면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나이로만 분열된 게 아니다. 해외파, 국내파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토너먼트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 한 해외파 공격수가 자신에게 강하게 몸싸움을 걸어오는 국내파 수비수에게 불만을 품고 공을 강하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등 유럽파 선수들이 한국에 일찍 돌아가기 위해 사비로 전세기를 임대해 귀국하기도 했다. 원정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개인행동'을 한 셈이다. 대표팀, 대한축구협회가 '허락'한 일이었다지만, 국내파 선수들로써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대표팀은 '원팀'으로 뭉치기는커녕, '사분오열'된 채로 아시안컵에 임했다. 64년 만의 우승 목표는 애초 달성이 불가능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클리스만 감독은 '전술 부재'로 비판 받는 와중에 선수단 관리도 제대로 못 한 실책이 명백하게 드러나 버렸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보니 선수들 심리 장악에 능하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이 그나마 받던 긍정적인 평가였는데, 이 또한 무색해졌다. 사퇴든 경질이든, 한국 축구와 클린스만 감독의 결별은 피할 수 없어진 분위기다.     연합뉴스손흥민 주먹질 클린스만 감독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국내파 선수들

2024-02-14

뉴욕한국문화원 개원기념 영화상영회 개최

이달 새 청사의 문을 연 뉴욕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이 이를 기념하며 영화상영회를 연다.   13일 문화원은 이달 29일부터 내달 9일까지 신청사(122 E 32스트리트) 극장에서 개원기념 한국영화 상영회 ‘K-CineFest: Globally Acclaimed Korean Films’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상영작은 최근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조명받은 한국영화 6편이다.     개막작은 지난달 제96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각본상·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다. 개막일 오후 7시에 상영된다.   이어 ▶내달 1일 오후 7시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엄태화 감독)  ▶2일 오후 3시 30분 ‘헤어질 결심’(2022, 박찬욱 감독) ▶7일 오후 7시 ‘모가디슈’(2021, 류승완 감독) ▶8일 오후 7시 ‘기생충’(2019, 봉준호 감독) ▶8일 오후 3시 30분 ‘미나리’(2020, 정이삭 감독)가 상영된다.   김천수 문화원장은 “국제무대서 활약하는 한국영화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우수 작품들을 짚어볼 수 있는 특별 상영회”라며 “새 문화원 극장이 우수한 한국 영화를 계속 제공하는 뉴욕의 ‘K-Cinema’ 허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상영회는 문화원 홈페이지(www.koreanculture.org)를 통해 사전예약할 경우 누구나 볼 수 있으며, 미처 예약하지 못하더라도 당일 입장 가능한 티켓도 선착순 준비됐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212-759-9550, Ext.#209)로 문의하면 된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뉴욕한국문화원 영화상영회 뉴욕한국문화원 개원기념 개원기념 한국영화 정이삭 감독

2024-02-13

매드맥스·조커·글레디에이터…거대 속편이 온다

◆미키17(Mickey 17·3월 29일 개봉)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 ‘괴물’, ‘설국열차’, ‘옥자’에 이은 4번째 SF 영화이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영화.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SF 소설을 봉준호 감독에게 선물했고 봉 감독은 소설이 출판이 되기 전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로버트 패틴슨이 죽을 때마다 이전의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몸이 재생되는 일회용 인간으로 출연해 미지의 세계를 식민지화하려는 임무를 수행한다. 봉 감독 영화 중 최고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출연.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Beyond the Spider-Verse·3월 29일 개봉)   멀티버스의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이 모여 있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와 대립하는 마일스 모랄레스의 이야기. 지난 해 오스카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 버스(Across the Spider-Vers)’에 이은 두 번째 속편. 전편에서 보지 못한 마일즈의 성장통이 결론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수퍼히어로 애니 ‘스파이더맨’이 흥행을 보장한 속편을 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챌린저스(Challengers·4월 26일 개봉)   경쟁이 치열한 프로 테니스 세계가 배경. 주인공 타시(젠데이아))는 전 선수이자 코치이며 남편인 아트를 완벽한 선수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아트가 슬럼프에 빠지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하위 리그 챌린저 토너먼트에 참가하게 된다. 그러던 중, 타시의 예전 남자친구 패트릭과 경쟁하게 되면서 복잡한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으로 주목받았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컴백작. 전작과 마찬가지로 퀴어의 뉘앙스가 묻어 있는 작품일 듯.   ◆매드 맥스: 퓨리오사(Mad Max: Furiosa·5월 24일 개봉)   금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시리즈의 스핀 오프. 2015년작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이후 9년만이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했던 임페라토르 퓨리오사의 젊은 시절을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다. 영화는 어떻게 퓨리오사가 납치되며 그녀가 임모탄 조의 사령관 지위로 올라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공동 주연을 맡는다.   ◆발레리나(Ballerina·6월 7일 개봉)   존 윅과 본드걸의 만남! 존 윅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첫 번째 스핀오프. 007의 본드걸로 출연했던 최고의 핫한 여배우 애나 데 아르마스가 범죄 조직 루스카 로마에서 특수 훈련된 암살자로 출연한다. ‘존 윅3: 파라벨룸’에서 암살자 발레리나들을 양성하는 디렉터로 출연한 전설적 배우 안젤리카 휴스턴, 키아누 리브스, ‘워킹 데드’의 노만 리더스가 출연을 확정했다. 아직까지 알려진 세부 사항이 많지 않다. 그러나 챕터3과 챕터4 사이에서 벌어진 또 다른 복수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위스터(Twister·7월 19일 개봉)     인디영화 ‘미나리’의 아이작 정 감독이 여름철 블록버스터에 도전한다. 오클라호마에서 토네이도를 마주친 연구자들의 이야기로 1996년 대히트를 기록한 재난 영화 ‘트위스터’의 리메이크이다. '스피드'의 얀 드봉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제작을 맡았던 원작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데이지 에드가 존스, 글렌 파월, 앤서니 라모스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아칸소 농장에서 살던 시절 토네이도를 직접 경험한 바 있는 정 감독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틀쥬스2(Beetlejuice2·9월 6일 개봉)   무명의 팀 버튼을 일약 스타 감독 대열에 올려준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비틀쥬스'가 36년만에 돌아온다.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와 캐서린 오하라가 자신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다시 연기하며 리디아의 딸로 제나 오르테가가 출연진에 합류했다. 이들 외에 모니카 벨루치와 윌렘 데포가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는데 그들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가 가을철 영화가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 7370만 달러의 흥행을 거둬들인 원작을 능가할지 기대해본다.   ◆조커: 폴리 아 듀(Joker: Folie.Deux·10월 4일 개봉)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며 호아킨 피닉스에게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2019년작 '조커'의 속편. DC필름스 제작이나 DC유니버스 계열에 속하지 않는 최초의 단독 빌런 영화. 조커의 연인 할리 퀸 역에 레이디 가가가 합류한다. 느와르 풍을 유지하되 전편과 분위기가 전혀 다른 느낌의 뮤지컬로 선보인다. 주변인이 망상을 가진 환자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증상을 뜻하는 부제만 봐도 피닉스의 또 다른 광기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래디에이터2(Gladiator2·11월 22일 개봉)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자신의 역사적 서사시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을 들고 24년만에 다시 콜리세움으로 돌아온다. 전편의 주인공 맥시무스(러셀 크로우)를 연모했던 루실라(코니 닐슨)의 아들이며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의 조카 루시우스(폴 메스칼)가 황무지를 떠돌다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다. 닐슨이 루실라 역으로 다시 돌아오고 덴젤 워싱톤이 로마에 원한을 품은 노예상으로 등장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덴젤 워싱턴의 협업은 2007년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두 번째다.   ◆무파사: 라이온 킹(Mufasa: The Lion King·12월 20일 개봉)   100% 컴퓨터로 제작된 실사 아닌 실사.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이야기로 무파사와 스카의 어린 시절을 다룬다. 무파사를 연기하던 제임스 얼 존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아론 피에르가 새로운 무파사를 연기한다. 켈빈 해리슨 주니어는 타카의 이름을 딴 스카 역을 맡는다. 디즈니 실사 영화들 중 비교적 평가가 안 좋았던 전작의 부정적 평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문라이트'의 감독 배리 젠킨스가 연출을 맡았다. 김정 영화평론가글레디에이터 속편 감독 영화 봉준호 감독 장편 영화

2024-01-31

[기고] 점점 커지는 여성의 ‘경제 파워’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미국 경제도 어려움에 빠졌다. 수많은 소매업소가 문을 닫았고, 공급망이 붕괴했고, 인플레이션으로 가계 경제가 휘청거렸다. 엔데믹과 함께 다행히 경제 상황은 좋아지고 있는데 경제 회복에 기여한 특별한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여성 팬들의 자긍심을 고취했고 팬들은 엄청난 소비로 응답했다.   영화 ‘바비’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비욘세의 ‘르네상스 투어’ 콘서트 덕분에 여성의 경제적 파워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여성의 경제적 파워 성장은 진행 중이다. 1990년대 이후 여성의 학사 학위 취득률이 남성보다 높고 창업도 더 많이 한다. 싱글 여성의 주택 소유율이 싱글 남성을 앞지르고, 결혼 가정의 45%가 여성의 수입이 더 많다.     지난해 영화 ‘바비’가 개봉하면서 많은 여성 팬들이 극장에 몰렸다.  ‘바비’ 관련 상품의 판매도 급증했다.  ‘바비’는 개봉 첫 주에만 3억 3700만 달러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렸고, 그레타 거윅 감독은 ‘10억 달러 이상 흥행’ 첫 여성 감독이 됐다. 영화 덕에 파산 직전이던 장난감 회사 마텔도 회생했다. ‘여성의 돈(female dollar)’이라고 할 만큼 경제적 영향이 상당했다.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는 미국 역사상 최고 수익을 기록한 콘서트다. 공연이 열린 지역의 경제 활성화 기여도가 커 연방준비제도의 경제전망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기재될 정도다. 스위프트는 60억 달러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고 본인은 억만장자가 됐다. 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를 바꿨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이든 정부의 ‘수수료 투명법’이다. 이는 스위프트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 티켓매스터의 행태에 분노한 팬들의 요구가 발단이었기 때문이다.     비욘세는 ‘르네상스 투어’로 45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콘서트를 통해 일과 모성애 등 교훈적 이야기를 나누는 비욘세는 특히 흑인과 여성 소유 비즈니스의 매출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흑인과 여성 소유 업소를 찾을 정도다.     스위프트와 비욘세는 콘서트 장면을  영화로도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여성들이 재정 관리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60년 전만 해도 여성은 단독으로 크레딧카드 발급이나 주택 융자가 불가능했다. 남성의 공동 서명(cosign)이 필요했다.  2021년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여성의 중위 수입은 남성의 83%이며, 임금은 남성 1달러당 79센트다. 남녀 임금 격차는 여전하지만, 여성들의 꾸준한 노동 참여, 교육 등을 통해 임금 격차는 역대 최저치로 줄었다.     2021년 매켄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여성이 미국 가계 총자산의 1/3인 약 10조 달러를 총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 모두가 65세가 되는 2030년에는 이 규모가 30조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5년 긴데다 아내의 나이가 남편보다 평균 6년 젊기 때문이다.     미래의 소비는 여성, 노년층, 그리고 유색 인종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성장을 위해 여성 고객 유치가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특히 패션, 뷰티, 부동산, 헬스케어, 브랜드 제품, 그리고 금융 서비스업 분야 여성 고객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또 포천(Fortune)지에 의하면 여성들은 환경, 사회, 기업의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 경영 기업 투자를 선호한다.     ‘바비’, 스위프트, 비욘세를 찾은 여성들은 인종, 연령, 성 정체성 등이 다양하다.  다시 말해, 미래는 다양한 여성들이 경제적 파워와 영향력을 다양한 형태로 확보한 세상이 될 것이다. 지난해 여성 경제학자 최초로 단독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 주제가 ‘미국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참여 역사와 성별 임금 격차의 진화’에 관한 것이란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정 레지나기고 여성 경제 경제적 파워 경제전망 보고서인 여성 감독

2024-01-29

셀린 송 감독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36)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받았다.       9일 NSFC 홈페이지에 따르면, 평론가 61명으로 구성된 단체는 지난 6일 온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 NSFC가 공개한 영화의 점수는 51점으로 2위작인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49점)보다 높았다. 뒤이어 ‘오펜하이머’는 44점을 기록했다.   송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0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인 것으로, 1988년 한국에서 태어난 송 감독은 주인공의 이야기처럼 12세 때 가족과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석규·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넘버 3’(1997)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이다.   두 주인공은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 유태오가 맡았다.   그레타 리는 한국계 이주민인 부모 밑에서 1983년 태어나 LA에서 자랐다. 2006년 드라마 ‘로 앤 오더’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데뷔한 그는 이후 영화, TV 시리즈에서 단역·조연을 맡았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인공지능(AI) ‘라일라’ 목소리를 연기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에 출연했다.   유태오는 유창한 독일어·영어 실력을 갖췄다. 그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으며 미주에서도 거주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됐고, 독립영화드라마 시상식인 고섬어워즈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향후 오스카상(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송 감독은 지난해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던 시기도 일종의 전생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디에 무엇을 두고 오면 그것을 지나가는 삶(전생)이라고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전생의 다층적인 의미를 영화에서 표현했다”고 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전미비평가협회 라이브즈 감독 영화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패스트 라이브즈

2024-01-10

미시간대, 27년만에 대학 풋볼 챔피언

앤아버 미시간 대학이 27년 만에 대학 풋볼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미시간 대학은 8일 텍사스 휴스턴서 열린 워싱턴대 허스키스와의 대학 풋볼 플레이오프(College Football Playoff•CFP) 결승전에서 34대13으로 승리,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시즌 랭킹 1, 2위인 미시간대와 워싱턴대는 각각 4강전에서 4위 앨라바마 대(연장전 27대20)와 3위 텍사스대(37대31)를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올 시즌 14승 무패의 두 팀은 전반전을 팽팽하게 맞섰으나 후반전서 미시간대의 기세가 돋보였다.     미시간대 쿼터백 JJ 맥카시는 이날 18번의 패스 시도서 10번 성공, 140패싱야드를 기록했다. 특히 미시간대 공격은 러싱에서 돋보였는데 런닝백 블레이크 코럼과 도노번 에드워즈가 각각 134러싱야드와 104러싱야드를 기록하면서 나란히 2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워싱턴 쿼터백 마이클 페닉스 주니어는 51번의 패스 시도 중 27번 성공, 255패싱야드, 1개의 터치다운과 2개의 가로채기(interception)를 기록했다.     워싱턴대는 이날 총 46러싱야드 밖에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미시간대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했다.     감독 취임 후 9년만에 CFP 우승을 일궈낸 짐 하보 미시간대 감독은 “이번 시즌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흘러갔다”며 “팀원 모두 우승을 일궈내는데 이바지한 것을 큰 자부심으로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즌 도중 다른 팀에 대한 사인 훔치기 스캔들로 6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던 하보 감독은 “우리는 무고하고, 무고함을 확신했기에 결승전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997년 이후 처음 전국 타이틀을 차지한 미시간대학에는 맥카시를 비롯 총 12명의 시카고 지역 고교 출신 선수들이 결승전에 출전했다   Kevin Rho 기자미시간대 챔피언 미시간대 감독 미시간대 쿼터백 미시간대 공격

2024-01-09

개척시대 백인의 탐욕·죄악 탐구, 2023년 최대 걸작…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 있는 인디언 오세이지 부족 소유지에서 석유가 발견된 후 60명이 넘는 오세이지족들이 연이어 살해된다. FBI는 이 지역에 수사관을 파견한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초연됐고 2024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남우조연상(로버트 드니로), 여우조연상(릴리 글래드스톤) 등 다수 부문에 후보를 낼 것이 확실시되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잃어버린 도시 Z(Lost City, 2016)'의 원작자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 논픽션이 원작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또 하나의 매스터피스이며 2023년도 최대 걸작이다.     미국의 건국 이야기는 유럽의 후손들인 백인들이 대서양을 건너와 대륙을 가로질러 가는 곳마다 인디언들을 죽이고 추방하는 일로 시작된다. 백인들을 문명의 선봉자로 묘사한 할리우드 카우보이 영화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카우보이들은 적대적이고 조악한 인디언들에 맞서 거침없이 전진하며 그들의 영토를 빼앗는다.     인디언 커뮤니티는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부정적 이미지에 항의해 왔지만 아직도 미국 대중의 의식 속에는 백인은 선하고 인디언은 악하다는 고정 관념이 뿌리 박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잘못된 고정 관념은, 오세이지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의 서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원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던 스코세이지 감독의 지난 작품들의 완결판이라 해도 좋을 만큼 완성도의 경지가 압도적이다.   ‘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은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건을 면밀하게 극화한, 미국 흑역사의 치부를 해부하는 영화이며 백인들의 팽창주의와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화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자신의 관객들이 오세이지족이 겪었던 비극적 사건을 인디언이 등장하는 이전 서부 영화의 한 형대로 소비하게 될 것을 예상한다. 그리고 감히 관객들을 고정 관념의 주체로 대상화하면서 드라마로서의 카타르시스를 애초에 제거해 버린다. 대신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들을 탐욕에 찬 극도의 악인들로 표현한다.     1920년대 기회의 땅 오클라호마로 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다른 주의 비옥한 땅에 거주하다 쫓겨난 오세이지 부족도 오클라호마의 황량한 지역에 정착한다. 얼마 후 오세이지 부족이 연방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땅에서 미국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지가 발견된다. 그들에게 엄청난 부가 배당된다.     오세이지 부족은 목장주이며 석유상의 위치에서 백인 하인과 운전사를 고용하고 귀족처럼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다. 이제까지 영화를 통해 접했던 미국의 개척사에서 보지 못한 장면들이다. 영화 속 인디언들의 기이한 일상은 오늘의 미국인들에게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텍사스 주 출신의 백인 윌리엄 킹 해일(로버트 드니로)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오세이지 부족의 석유를 탈취하기 위해 청부 살인을 자행한다. 60명 이상의 오세이지 부족 인디언들이 총기난사, 약물중독, 폭탄 테러 등의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1대 페르소나 로버트 드니로와 2대 페르소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감독의 과거 영화들에서처럼 영웅도, 의인도 아니다. 그들은 감독이 원하는 만큼의 혐오와 증오의 대상들이며 분노 유발자들이다. 이 위대한 두 배우가 왜 스코세이지의 페르소나 배우로 수십 년을 함께 해왔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디카프리오는 하찮고 품위 없는 인간 어니스트를 연기한다. 역대 최고의 연기라는 평가와 함께 2016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오스카상 수상을 점쳐본다. 드니로는 겉으로는 주변의 존경을 받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체는 탐욕의 화신이며 이중적이고 사악한 노인 윌리엄 킹 해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스코세이지 감독과의 10번째 협업.     삼촌 해일이 나무판자로 어니스트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는 장면이 있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다 걸린 조카에게 벌을 주는 이 코믹한 장면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어니스트에게도 모욕적인 순간이지만 해일 자신은 보다 더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자다.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자신의 탐욕에 대한 자각의 표현일까.     영화는 오세이지족이 백인들에게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백인들의 욕망, 살인과 약탈, 배신에도 불구하고 오세이지 부족은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다.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자본주의는 이 땅에 패악을 불러왔지만 오세이지 부족의 선조들은 독립과 저항 정신을 물려주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 미국 소시민들의 자본주의(petite bourgeoisie)는 과연 탐욕과 배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고통스럽게 지루하다. 3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 때문이 아니다. 우리의 오늘이 저들의 고통 위에 있음이 내내 우리의 양심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정 영화평론가개척시대 플라워 오세이지족 연쇄살인사건 인디언 오세이지 스코세이지 감독

2024-01-05

지미 리 감독,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인모스트' 배우 캐스팅 콜

'지미 리(Jimmy Lee·사진)' 감독이 영화 '인모스트(INMOST)'로 돌아온다.     전작인 '클로즈 콜(Close Call, 2004)' '행잉 하트(Hanging Heart, 1989)'에 이어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 장르의 영화 인모스트 제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지미 리 감독은 "두 친구 사이의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과 어둠의 영역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영화다. 위기의 중년부부와 아내의 친구,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증오와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을 영화 인모스트는 2024년 봄 촬영을 시작해 2024~2025년 전 세계 필름 마켓을 통해 배급될 예정이다.     지미 리 감독은 현재 주연 역할을 맡을 30-40대 2세 한인 여배우를 찾고 있다. 또한 14세 혹은 18세 이상 아시안 혼혈과 주술사 역할의 40~60대 조연 남녀도 캐스팅한다. 연기에 열정이 있고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가 유창해야 한다. 상반신 사진과 지원서를 이메일(casting.primemediapictures@gmail.com)로 보내 지원할 수 있다.       한편, 지미 리 감독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거쳐 KBS 공채 9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공부를 위해 도미해 UCLA와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연극과 영화를 수학했다. 지난 2003년부터 영화 제작사인 'Prime Media Pictures'의 프로듀서 겸 CEO를 역임하고 있다. 영화 투자 상담도 환영한다.     ▶문의: (323)933-9532   ▶이메일: info@primemediapictures.com                       (영화 투자 상담)알뜰탑 지미 감독

2023-12-27

다큐멘터리로 불렸던 격정의 유대인 구출작전

한 인간의 열등감과 증오심이 인류 역사에 가져온 끔찍한 참상,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 학살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도 인류는 아직도 증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나온 역사의 과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려서 일까.   30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발표한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는 나태하고 둔감해진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동일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류 평화는 사람을 사랑으로 섬기는 마음들이 모여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기회주의자 오스카 쉰들러가 1100명의 유대인의 생명을 건진, 자기희생의 위대함!     '쉰들러 리스트'는 단순히 유대인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영화 중 가장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쉰들러 리스트'에는 늘 '다큐멘터리'라는 꼬리가 따라다닌다. 다큐 기법으로 촬영, 제작된 사실 외에도 영화가 다루는 스토리가 실제로 사실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작가 토마스 캐닐리는 동네 가게 주인 레오폴드 페퍼버그로부터 그가 경험했던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듣고 그에 바탕을 둔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3년 소설 '쉰들러의 방주'를 발표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우연한 계기로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는다. 당시는 홀로코스트의 고통을 지닌 유대인들에게 또다시 인종혐오를 가하는 네오나치들이 다시 득세하던 시기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판권을 사들여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스필버그는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제작자로만 남기로 하고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연출을 의뢰했다. 그러나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는 유대인 감독이 연출해야 할 프로젝트라고 제안한다. 이때 물망에 떠오른 사람이 홀로코스트 피해자 유족인 로만 폴란스키였다. 나치의 학살에 어머니를 잃은 폴란스키 감독은 소설의 내용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개인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고심 끝에 거절했다. 그는 2002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피아니스트'로 폴란스키 버전의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발표했다.     스필버그가 세 번째로 찾아간 감독은 유대계 거장 빌리 와일더였다. 1933년까지 베를린에 거주하다가 나치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탈출한 와일더는 '쉰들러 리스트'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와일더는 스필버그에게 직접 연출을 맡을 것을 독려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를 발표한다.   1939년, 독일에 점령당한 폴란드의 한 도시를 찾은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는 유대인이 경영하는 도자기 그릇 공장을 인수한다. 나치 장교들을 매수해 수백 명의 유대인을 인건비 없이 고용한다. 냉정한 기회주의자이지만 유대인 회계사 스턴(벤 킹슬리)과 가까워지면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반감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참사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의 양심이 움직인다.     쉰들러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가 필요하다며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빼내 오기 위해 9개의 명단, 이른바 '쉰들러 리스트'가 작성된다. 그리고 유대인들의 탈출과 생존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모두 써버린다. 그가 구해낸 유대인 1100명은 종전 후 자유의 몸이 되지만, 쉰들러 자신은 나치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전범자가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된다. 쉰들러는 더 많은 유대인을 구해내지 못했음을 자책한다.     영화는 빨간 코트를 입고 등장하는 아이와 종결부 생존자들이 쉰들러의 묘비를 찾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흑백으로 편집됐다. 독일군 장교 괴트(랄프 파인즈)가 게토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유대인을 학살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빨간 코트 입은 소녀는 쉰들러를 의인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쉰들러는 빨간 코트 소녀가 사망한 것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유대인들을 구해내는 계획을 주도한다.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각인되며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악의 화신' 괴트 앞에서도 당당하고 의연했던 쉰들러였지만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유대인들 앞에서 그의 인간적 감정이 무너져 내린다. 유대인들은 감사의 표시로 탈무드의 글귀가 적힌 금반지를 만들어 쉰들러에게 건넨다. 유대인의 금니를 뽑아 녹여서 만든 반지였다. 생니를 뽑는 고통에도 쉰들러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어 기쁘다는 유대인의 미소는 평화 안에 안착하지 못하고 다툼을 이어가는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영화는 대부분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 홀로코스트 장면, 특히 나체 검열이나 가스실 촬영은 지나치게 사실적이라 배우들의 심리적 고통이 컸다고 한다. 쉰들러가 아내를 두고도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은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설정이다.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 '글루미 선데이'는 헝가리의 유대계 작곡가 레쪼 세레스가 죽음과 좌절을 소재로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의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분위기로 인해 전쟁 중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자 '헝가리의 자살 노래'로 불렸다. 세레스 자신도 결국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노래는 재즈 싱어 빌리 할러데이가 불러 더욱 유명해졌다.     '쉰들러 리스트'는 처참했던 유대인들의 상황과 기회주의자였던 쉰들러가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제66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수상했다.   김정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구출작전 유대인 감독 유대인 학살 소설 쉰들러

2023-12-22

한국 첫 흑인혼혈 야구선수 다큐 LA 상영

한국 최초 흑인혼혈 야구선수이자 체육 교사, 야구 감독이었던 김영도 씨의 인생 역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Baseball Harmony)가 화제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기독교 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 베스트 감독, 베스트 작가, 베스트 음악·편집상을 휩쓸었다.   140년 전통의 레인칼리지에서 주최한 ‘라네독 페스티벌 시상식’에서도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세계 최고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스스로 고아원에 걸어 들어간 사연, 어머니 산소 방문, 야구선수 시절 친구들, 교사로 재직했던 대신중학교, 35년 만에 다시 잡아 본 야구 감독용 노크배트, 이제는 인종차별 발언을 너털웃음으로 웃어넘길 수 있게 된 모습을 담았다.   1950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김영도 씨는 차별과 설움을 겪으며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다 9살 때 고아원에 자처해 들어갔다.   6학년 때부터 야구를 배우기 시작하며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발군의 실력이었던 그는 동대문중학교 야구부에 뽑혔고 동대문상고 1루수 4번 타자로 활약했다.   1968년엔 동아대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야구 선수’가 됐다. 당시 유일한 지방팀이었던 동아대를 지휘한 고 안영필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그는 3, 4번 타자와 1루수를 도맡으며 ‘그라운드의 와일드 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심타선에서 활약하고 신체 조건도 뛰어나며 승부욕도 뒤지지 않았지만 주류에 녹아들지 못했다.   후학을 가르치고 싶은 꿈이 있던 그는 동아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동아대를 졸업한 김영도 씨는 1980년 부산 대신중학교에서 체육 교사이자 야구 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 최초의 흑인혼혈 체육 교사이자 야구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인종차별은 김 씨 가족을 계속 힘들게 했다. 결국 본인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야구도 그만두고 37세가 되던 해 자녀들을 위해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미국 이민 후 야구를 기억에서 잊고 아버지로서 삶을 살았던 그는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에서 비로소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다큐멘터리는 오늘(7일) 오후 12시 컬버시티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상영시간 49분.미국 베스트 감독 베스트 베스트 음악 베스트 다큐

2023-12-06

영화 거장 김수용 감독 별세…‘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 연출

1960년대 한국 영화를 이끈 거장 김수용(사진) 감독이 3일(한국시간) 별세했다. 향년 94세.   영화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날 오전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한 김 감독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갯마을(1965)’을 비롯해 ‘안개(1967)’ ‘산불(1967)’ 등의 작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1960년대 신상옥, 유현목 감독과 함께 196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데뷔 후주로 코미디물을 내놓다가 ‘굴비(1963)’ ‘혈맥(1963)’ ‘갯마을(1965)’ ‘안개(1967)’ ‘만선(1967)’ ‘토지(1974)’ ‘산불(1977)’ ‘화려한 외출(1977)’ ‘만추(1981)’ 등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 받았다.   1960년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고인의 작품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는 당시 대만 등으로 수출돼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렸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고인은 다작으로 유명하다. 1999년 ‘침향’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109편의 영화를 내놨다.   고인의 작품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조명한 리얼리즘으로 주목받았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외에도 ‘갯마을’ ‘만선’ ‘산불’ ‘사격장의 아이들(1967)’ ‘도시로 간 처녀(1981)’ 등이 대표적이다.   고인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고인의 문하생이라고 할 수 있는 정지영 감독과 이장호 감독, 배우 안성기, 장미희 등이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후 1시다.김수용 영화 감독 별세 영화 거장 거장 김수용

2023-12-03

[지미 리 감독] 지미 리 감독 신작, 영화 '인모스트' 배우 캐스팅 콜

'지미 리(Jimmy Lee)' 감독(사진)이 영화 '인모스트(INMOST)'로 돌아온다.     전작인 '클로즈 콜(Close Call, 2004)' '행잉 하트(Hanging Heart, 1989)'에 이어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 장르의 영화 인모스트 제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지미 리 감독은 "두 친구 사이의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중심으로 사랑과 어둠의 영역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영화다. 위기의 중년부부와 아내의 친구,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증오와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을 영화 인모스트는 2024년 봄 촬영을 시작해 2024~2025년 전 세계 필름 마켓을 통해 배급될 예정이다.     지미 리 감독은 현재 주연 역할을 맡을 30-40대 2세 한인 여배우를 찾고 있다. 또한 14세 혹은 18세 이상 아시안 혼혈과 주술사 역할의 40~60대 조연 남녀도 캐스팅한다. 연기에 열정이 있고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가 유창해야 한다. 상반신 사진과 지원서를 이메일(casting.primemediapictures@gmail.com)로 보내 지원할 수 있다.       한편, 지미 리 감독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거쳐 KBS 공채 9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공부를 위해 도미해 UCLA와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연극과 영화를 수학했다. 지난 2003년부터 영화 제작사인 'Prime Media Pictures'의 프로듀서 겸 CEO를 역임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작품인 만큼 기대가 크다. 영화 투자자 상담도 환영한다"라고 전했다.     ▶문의: (323)933-9532   ▶이메일: info@primemediapictures.com                          (영화 투자 상담)알뜰탑 지미 감독

2023-11-29

스코세이지·드 니로의 전설이 시작된 갱 영화 시조

“가장 개인적이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봉준호 감독이 2019년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가 존경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인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1973년 발표한 ‘비열한 거리(Mean Streets)’는 스코세이지 감독 자신이 어릴 적 경험한 뉴욕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스코세이지는 마피아 범죄가 우글거리는 게토의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로버트 드 니로 역시 이 동네 출신으로 ‘비열한 거리’는 스코세이지와 드 니로를 동시에 세상에 알린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찰리 역의 하비 카이텔은 ‘누가 내 문을 두드리나’, ‘앨리스는 여기 살지 않는다’ 등 스코세이지의 초기 영화들에 출연한 1대 페르소나였다. 카이텔이스코세이지 본인을 그대로 영화에 옮겨 놓은 페르소나라면 드 니로는 스코세이지가 구상하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2대 페르소나이다. 그는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카지노’ 등의 영화를 스코세이지와 함께 작업했다. 2000년부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의 영화들에 출연하며 스코세이지의 3대 페르소나로 대체됐다. 이들 외에 스코세이지와 깊은 인연이 있는 배우로 조 페시가 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도 데뷔 이후 80이 넘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50여 년 동안 개인적인 비전과 그만의 창의성을 작품에 담아왔다. 그는 할리우드의 자본주의적 성향을 이겨내고 그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뉴욕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그리고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감독으로서 봉준호, 왕자웨이, 마이클 치미노, 폴 토마스 앤더슨과 같은 후세대 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비열한 거리’는 스코세이지 감독이 추후 그의 영원한 동지가 될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최초로 작업한, 영화사의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그해 전국영화비평가협회와 뉴욕영화비평가협회는 드 니로를 최우수 남우조연으로 선정했다. ‘비열한 거리’는 1997년 연방의회 도서관에 의해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지닌 영화로 인정돼 보존 대상으로 등재됐다. 2011년 엠파이어 지는 ‘미국독립영화 50편’ 목록에서 1위로 선정했고 2022년 버라이어티는 ‘역대 최고의 영화 100편’에 포함시켰다.     뉴욕 리틀 이탈리아의 술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건달들의 이야기 ‘비열한 거리’는 거리에서 지은 죄는 거리에서 씻어버려야 한다는 찰리(하비 카이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늘 자신이 저질러 온 죄를 회개하려는 ‘양심’의 소유자 찰리는 삼촌이며 동네 마피아 두목인 지오바니의 후계자로 나름 성공적인 건달이다.     찰리의 절친인 자니 보이(로버트 드 니로)는 거친 성격에 소란만 일으키고 다니는 반항아며 문제아다. 그는 여기저기서 돈을 꾸어서 꽤 큰 빚을 지고 있다. 지오바니는 자니의 존재를 성가시게 여기며 찰리에게 자니와 자니의 사촌 여동생 테레사(에이미 로빈슨)를 멀리하라고 명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는 삼촌의 눈을 피해 자니를 조건 없이 돌봐준다. 자니를 도와줌으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구실로 삼는다. 선의와 이기심이 동시에 그의 심리에서 작용한다. 애인 테레사가 삼촌 몰래 게토를 떠나 다른 동네로 가자고 조르지만 동네를 떠나면 자신의 승계 자리가 위협될까 두려워 약속을 계속 미루고 있는 그다.   철없는 자니는 계속 사고를 치고 빚쟁이 마이클이 그를 죽이겠다고 벼른다. 찰리는 보복을 피하기 위해 테레사와 자니를 동네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온 마이클이 자니를 총으로 쏴 죽이고 찰리의 차가 전복되고 만다.   예정된 비극. 소화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찰리의 손에 묻은 피를 씻어 내린다. 거리에서 지은 죄는 거리에서 씻어야 한다는 그의 첫 대사를 구현하는 듯한 이 장면은 끊임없이 죄를 회개하려는 동시에 정작 이기심은 내려놓지 않는 찰리의 이중적 위선과 등치된다.     영화에 묘사된 리틀 이탈리아는갱 두목과 신부가 동시에 존경받는 동네다. 정당한 노동보다는 폭력을 휘두르는 갱들이 돈을 쉽게 벌고 동네 사람들의 존경까지 받는다. 찰리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허구 속에서 갱 두목과 신부라는 상반된 가치관을 놓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그의 선행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좇는 비열함의 다른 모습이다.   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명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와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사에 신고식을 올린 작품 ‘비열한 거리’는 향후 미국 영화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게 될 ‘갱 영화’의 시조가 된다. 김정 영화평론가스코세이지 전설 스코세이지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그해 전국영화비평가협회

2023-10-20

귀신 안믿는 가짜 퇴마사, 호러 코미디

영화는 2014년 출간된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한 초자연적 스릴러이며 판타지 드라마다. ‘빙의’란 타인의 영혼 또는 악령에게 들러붙어 깃드는 현상을 말한다.   천박사(강동원)는 악령을 무르게 하는 일을 퇴마사가 직업이다. 대대로 마을을 지켜 온 당주집 장손이지만 정작 자신은 귀신을 믿지 않으니 그는 가짜 퇴마사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퇴마를 한다고 믿으며 그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천박사는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함께 유튜브 퇴마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다루고 있다고 믿고 사람을 대상으로 가짜 굿을 행한다. 어느 날 유경(이솜)이 찾아와 그들이 업로드한 유투브 영상을 꾸준히 봐왔다며 거절하기 힘든 일을 의뢰한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발을 빼려던 천박사는 먼저 오천을 주고, 퇴마 성공시 오천을 더 주겠다는 유경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인배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귀신을 믿지 않는 퇴마사 천박사는 귀신을 보는 유경과 함께 하는 여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얽혀 있는 부적인 ‘설경’의 비밀을 알게 된다. 뜻하지 않은 ‘진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천박사의 내면의 아픔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는 결국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당의 영력을 발휘하는 악귀 범천(허준호)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한다.   ‘천박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의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주연과 조연들의 앙상블 연기, 참신한 소재,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를 높인다. 판타지에 액션과 코미디가 가미되어 여러 장르가 혼합을 이룬 엉뚱하고 재미있는 호러 코미디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는 강동원의 영화이다. 여전한 미소년의 느낌과 유머가 살아 있는 연기, 그러나 허준호와의 대결 장면에 이르러서는 그가 끌어내는 액션의 박진감이 절정에 달한다. 최근 흥행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종수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늘 새로운 가면을 쓰고 관객 앞에 나서는 그는 천박사와 어릴 적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온 든든한 지원군 황사장(골동품점)으로 출연한다.   현재 한국의 추석 극장가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콘스탄틴’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되어 줄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 본다. 김 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퇴마사 코미디 가짜 퇴마사 퇴마사 천박사 봉준호 감독

2023-10-06

애틀랜타 출신 한인 감독 할리우드 영화제서 수상

애틀랜타 출신 한인 여성 영화감독이 최근 할리우드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할리쇼츠(Hollyshorts) 필름 페스티벌'은 2005년부터 진행돼온 단편영화제로, 크리스티나 윤 감독은 단편영화 '마더랜드'로 최우수 감독상을 차지했다.     윤 감독은 스와니피치트리릿지 고등학교 출신으로, 뉴욕대학교(NYU) 티시예술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나리오 작성 및 디렉팅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한국 뮤직비디오 제작, 애플티비+ 시리즈 '파칭코'에 작가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다양한 단편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번에 입상한 '마더랜드'는 미국에서 자란 한인 입양인 주인공이 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가서 출생의 비밀을 알아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작품은 '프로빈스타운 국제영화제,' '카타리나 오토-번스타인 단편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윤 감독은 본인 홈페이지를 통해 "트라우마, 정체성 탐구 등의 장르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특히 이민자 이야기 그 이상을 담아내고 다양성을 표현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며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장편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더랜드' 외에 '거울,' '앨리스,' 등 그녀의 작품 및 예고편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홈페이지vimeo.com/ctinayoon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할리우드 단편영화제로 크리스티나 감독 할리우드 애틀랜타 출신

2023-10-04

한국영화의 미학·대중성 다진 기념비적 시대

1960년대는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진 절망의 시기였지만, 희망을 갈구하는 대중들의 욕망이 분출된 변혁의 시기이기도 했다. 영화는 1960년대 한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였다. 이 시기에 ‘작가주의 감독군’들에 의해 이른바 한국형 모더니즘의 틀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미학적으로 뛰어난 면모를 갖춘 기념비적인 영화들이 대거 발표됐다. 영화법이 제정·시행됐고 연간 100~200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관객수도 1961년 5800만명에서 1969년 1억7300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발탄(Aimless Bullet, 유현목 감독, 1961년)   전후 재건 한국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1961년 상영 금지를 받았지만 가장 위대한 한국 영화 중 하나로 널리 칭송받고 있는 유현목의 대표작. 전쟁이 지나간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해방촌에서 살아남은 가족의 암울한 생존기를 다룬다. 정신이상자 어머니,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 상이군인 동생 그리고 양공주가 된 여동생이 등장하는 스토리를 누아르 형식으로 그렸다. 두 형제의 비극적 관계, 증오와 공포로 산산이 부서진 한 가족과 국가의 초상화. 한국영화의 진정한 영상시대는 ‘오발탄’ 이후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진규, 최무룡, 문정숙, 윤일봉 출연.     ▶여판사(A Woman Judge, 홍은원 감독, 1962년)   한국의 두 번째 여성 감독 홍은원의 데뷔작. 사법고시에 성공, 최초의 여성 판사가 된 진숙(문정숙)은, 여판사라는 아내의 사회적 지위에 열등감을 느끼는 남편 규식(김석훈)과 이에 편승하여 며느리를 오해하는 계모 시어머니, 그리고 시누이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나 한 가정의 아내와 며느리로서, 그리고 판사의 임무에 충실하던 중, 살인사건에 연루된 시어머니의 변론을 맡아 무죄판결을 끌어낸다. 1961년 한국 최초의 여성 판사 황윤석의 의문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 분실되었다가 50년 만에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맨발의 청춘(The Barefooted Young, 김기덕 감독, 1964년)   음악다방과 댄스홀, 트위스트 등 이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확연히 구별되는 청년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영화 장르 ‘청춘영화’의 대표작. 부유한 대사의 딸 요안나(엄앵란)와 사랑에 빠진 사창가의 폭력배 청년(신성일)의 이야기를 실패한 사랑, 낭만적 사랑, 비극적 사랑의 신화로 그려냈다. 극심한 계급 분열, 불안한 세대 갈등으로 거칠어지는 청년문화를 강하게 비판한 작품. 검열에 의해 금지될 뻔했던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획기할 만한 25만 관객을 동원, 최고 흥행을 이루며 주연 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을 60년대의 대중 스타 커플로 떠오르게 한다. 최희준의 주제가도 크게 히트했다.     ▶갯마을(The Seashore Village, 김수용 감독, 1965년)     오영수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문예 영화 대표작. 문예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한 최초의 영화로 전후 한국의 분열된 정체성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해순(고은아)은 남편과 함께 갯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나 어느 날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간 남편이 폭풍을 만나 죽게 된다. 해순에게 관심을 보이던 떠돌이 상수(신영균)를 그녀는 끝내 거절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온 마을에 소문이 나고 상수는 해순을 데리고 갯마을을 떠난다. 해순의 아름다움을 탐하는 사내들을 피해 첩첩산중으로 숨어 들어가지만 그들의 삶은 점점 힘겨워지기만 한다.     ▶황혼의 검객(A Swordsman in the Twilight, 정창화 감독, 1967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 영향을 주었던 홍콩영화 ‘죽음의 다섯손가락’(King Boxer, 1972)을 연출한 정창화 감독의 독특한 한국식 검술 영화. 한국의 풍경과 궁궐 건축, 짧고도 치명적인 검의 만남을 다룬다. 조선시대 민비와 장희빈의 알력을 배경으로 무법 마을에 홀로 등장한 검객 김태원(남궁원)은 건달 오기룡(허장강)에 의해 아내(윤정희)와 딸이 처단되자 음모 세력에게 복수할 날만을 손꼽는다. 곡예적인 홍콩 무협과는 대조적으로 한복을 입은 검객들이 대결하는 우아하고 절제된 액션 시퀀스들과 치밀한 편집이 돋보인다.   ▶안개(Mist, 김수용 감독, 1967년)     김수용 감독의 공간과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짜임새 있고 세련미 넘치는 연출로 60년대 한국 영화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비극적 현대사에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영화적 풍경으로 그려낸 ‘안개’는 김승옥의 모더니스트 소설 ‘무진 기행’이 원작이다. 장인 회사에서 상무로 있는 회사원(신성일)이 어린 시절의 고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일상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음악 교사(윤정희)를 만나 욕정을 불사른다. 그러나 전무로 승진됐다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 실리를 좇아 서울로 떠난다. 윤정희의 대담한 베드신이 화제가 됐다. 이봉조의 색소폰 연주를 따라 안개 속에서 인간의 건조하고 암울한 내면세계와 조우한다.     ▶휴일(A Day Off, 이만희 감독, 1968년)     1968년에 제작되었으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37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겨울의 끝자락의 어느 일요일. 교회 종소리와 함께 빈털터리 허욱(신성일)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지연(전지연)의 낙태 수술을 위해 친구의 돈을 훔친다. 지연은 병에 들고 실의에 빠진 허욱은싸롱에서 만난 여자와 주점을 전전한다. 수술 도중 지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와의 행복한 한때를 회상하며 거리를 내달리는 허욱, 씁쓸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시적 표현에 담긴 사랑과 60년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청년의 시점에서 고발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내시(Eunuch, 신상옥 감독, 1968년)   감각적 에로티시즘과 폭력이 주를 이룬다. 여성에 대한 억압이 극에 달했던 당시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다. 궁궐 내에서 벌어지는 대립 상황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불러온다. 궁궐의 권력 다툼과 불운한 로맨스를 다룬 신상옥의 사극. 조선 시대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욕구를 억누르고 살아야 하는 왕비와 궁녀들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심한다. 노출 없이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한 신상옥의 연출 스타일이 60년대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신성일, 윤정희, 박노식, 남궁원, 도금봉 출연.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한국영화 기념비 한국 영화 여성 감독 한국 대중문화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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