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의 퍼스펙티브] 코로나 방역 성공했다고? 경제·과학 무시한 결정 아쉬워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정책 최선이었나 2023년 5월, 정부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 자찬하며 코로나19팬데믹 종료를 선언했다. 많은 사람이 희생하고 헌신했지만,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정책에 칭찬만 하기엔 찜찜하다. 자기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염병 위기관리 정책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나? 감염자·사망자 수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등교를 제한하고, 민간시설 운영을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엔 미래세대의 교육 기회 박탈과 경제 손실이 뒤따른다. 이 또한 코로나19 감염처럼 사람을 아프게 하고 죽게 한다. 감염병 관리 정책의 목표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실과 방역 정책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손실의 합을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등교제한 조치 방역 효과 전무해 고교 학습 불평등 증가로 이어져 단발성 현금 지원과 대출 지원은 자영업 피해 제대로 보상 못 해 시민 자율성 무시한 일방적 방역 보건·경제 종합적 고려했어야 독일·캐나다·일본이 성공적인 이유 우리는 코로나 사망을 잘 막았는가? 〈그림 1〉에서 보듯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중국은 불과 100명 이하인 반면, 대한민국은 약 700명, 미국은 3400명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지표가 아니다. 코로나에 걸려서 기저 질환이 악화돼 사망한 경우, 어떻게 보고할 것인지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다. 가령, 중국의 경우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을 최소한으로 보고하고자 코로나 감염 진단 이후 폐렴·호흡부전이 발생한 경우만을 코로나 사망자로 집계했다. 보다 정확한 통계는 ‘초과 사망’이다. 초과 사망은 2020년 1월 1일 이전까지 각국의 인적구성 등을 고려해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을 경우를 가정한 2020~2023년의 사망자 수를 추정하고, 이를 실제 사망자 수와의 차이로 계산한다.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사망 자체는 통계적 오류가 적으므로 초과 사망이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림 2〉는 2023년 5월 기준 국가별 누적 초과사망률이다. 초과사망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보다 독일·캐나다·일본·덴마크 등이 더 성공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초기 코로나 대응 전략은 빠른 검사, 추적, 치료로 구성된 소위 3T 정책이었다. 이 전략은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 극단적인 봉쇄 조치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염자 수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지나친 침해라는 비판이 있다. 개인의 이동 경로가 공개돼 감염자들이 신상털이 및 사회의 비난에 시달렸다. 공공 보건을 이유로 인권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국제인권법은 그 조치가 법적이고, 필요하며, 적절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미래에 또 다른 전염병이 생겨도 우리가 같은 방식을 사용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과학적 증거 나왔는데 등교제한 지속 코로나 방역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었다. 등교 제한은 코로나 감염을 줄일 것이라 추측했지만, 놀랍게도 감염 예방 효과가 전혀 없었다. 가령, 독일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가을, 주별로 개학일이 최대 한 달 정도 차이가 났다. 이 점을 이용해 등교가 코로나 유행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니, 등교가 코로나 감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학교 대신 가는 장소에서 감염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친구 집, 학원, 놀이터에서 놀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는다. 학교나 다른 곳이나 감염 확률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방역의 실효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교문은 오랫동안 닫혀 있었다. 필자는 2020년 겨울부터 이를 여러 차례 지속해서 언론에 알렸으나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등교제한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등교제한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과학적 증거가 나온 다음에도 이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은 부적절했다. 실제로 〈그림 3〉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등교제한 조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길었다. 필자는 등교 제한이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 및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다. 한국 고등학교의 2020년 평균 등교 일수는 2019년 법정 등교 일수 190일에 크게 못 미친 104일이다. 실제 등교 일수는 학교에 따라서 50일에서 150일까지 학교별 차이가 컸다. 이렇게 등교 일수가 코로나 유행의 정도에 따라서 지역별로, 또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교별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등교 제한 조치가 고등학생의 학력 결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학습 불평등을 증가시켰다. 등교제한의 부정적 영향이 공부를 못하던 학생들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행정편의주의적 자영업자 지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 손실은 코로나 발생 자체 때문인지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 때문인지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실업, 소득 감소 등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제적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카드 데이터를 확인해본 결과 2020년의 카드 매출은 영유아 교육시설 50%, 숙박시설 38%, 요식업 및 미용업은 20%가 줄었다. 자영업자 중 가장 큰 비중인 요식업의 중위값 매출액은 2019년 7600만원, 이윤이 2400만원 정도다. 고정비용의 비율이 높아 매출이 25% 줄어들면, 이윤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요식업자의 소득이 월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우리나라의 지원 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운 단발성 현금 지원과 과도한 부채 우려가 큰 대출에 주로 의존했다. 반면 다른 선진국은 매출 감소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했다. 가령, 독일은 매출이 70% 이상 감소할 경우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을 최대 90%까지 지원했다. 일본은 1년 중 한 달이라도 매출이 50% 이상 줄어들면 일정한도 내에서 12개월치 매출 감소분을 지원했다. 반면, 우리는 일회성 지원을 네 차례 시행했으며, 지원 방식과 기준, 액수(350만~650만원)는 매번 달라졌다. 외국들이 지원 대상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에 중점을 둔 반면, 한국은 행정 편의주의에 기반했다고 볼 수 있다. 마스크 의무 착용 과도하게 길어져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정부가 시민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시민의 삶의 규칙을 정부가 정하고 따를 것을 강제했다. 이런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2년 이상 지속하며 시민 자율성에 큰 흠집을 냈다. 우리는 방역 수칙을 지켰는지 서로 감시하며, 코로나 걸린 사람을 죄인 취급했다. 방역 수칙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국가의 개입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만 최소한의 것으로 강제하고, 나머지는 피해가 있을 수 있을지라도 시민 자율성의 공간으로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의 모든 행동을 법으로 규정할 수 없고, 빈자리를 윤리가 메워주는 것처럼. 악성 규제의 대표적 예로 2022년 9월까지 이어진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다. 실외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 그런데 국가가 이를 강제한 이유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실내에서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황당한 우려 때문이었다. 장기간에 걸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도 유감스럽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를 가장 늦게 폐지한 나라다. 이는 사실 보건복지부가 접종완료자의 치명률을 계절독감 이하 수준으로 판단한 2022년 초에 이뤄졌어야 했다. 계절독감이 유행하던 시절에 단 한 번도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지 않았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는 2023년 1월, 의료기관 및 장기요양시설에서는 2024년 5월이 돼서야 해제됐다. 반면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한 적이 없었다.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맡겼다. 자발적인 착용과 법적인 강제 착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국, 영국, 덴마크 등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가 있었던 대부분의 국가도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등극한 2022년 상반기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모두 폐기했다. 마스크 착용에도 사회적 비용이 있다. 영유아 언어 발달 지연이 대표적인 문제다. 아이들은 말소리를 듣는 것 외에 입 모양을 보면서 언어를 배운다. 얼굴의 표정, 눈빛, 인상 등을 통해 비인지 기능을 키운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은 이를 크게 저해했다. 2022년 3월 1일부터 시작된 방역 패스도 대표적인 과도한 조치였다. 백신 미접종자가 사실상 다중이용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혹한 조치였다. 당시 우리 성인 국민의 80~90%가 이미 백신을 맞았거나 맞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10~20%에는 단순 백신 거부자도 있지만 백신 부작용이 심했던 사람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소수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헌법에 명시된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가 우리에겐 없었다. 그리고 소수이지만 백신에 의한 죽음이 있다. 국가 책임의 차원에서 이는 코로나에 의한 죽음과 등가가 아니다.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은 국가의 적극적인 동원의 결과이고, 코로나 감염에 의한 것은 자연적인 것으로 국민은 인식한다. 즉 죽음에 대한 국가 책임 수준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렇기에 방역패스 도입에 세심하고 배려 있는 정책설계가 아쉬웠다. 경제학 전공자가 이끈 싱가포르 방역 싱가포르는 2021년 6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대규모 확진자 동선 파악, 검사, 격리, 집단검사 등의 기존 방역 방식을 포기하고 일상생활 회복으로 전환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감염자 수가 크게 늘었으나,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며, 이러한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등교도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먼저 실시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비결은 의사결정을 보건과 경제를 다루는 공무원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관련 부처 합동 대책기구에는 재무장관, 보건장관, 통상산업장관이 지도부가 됐는데, 세 명 모두 경제학 전공자였다. 그렇기에 싱가포르는 보건적 측면과 사회경제적 피해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팬데믹 대응은 국가 운영 체계에 따라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시민 자율성보다는 국가 주도, 과학에 근거하기보다는 책임 회피적인 결정이 많았다. 마냥 자화자찬하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다. 김현철 연세대 의대·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 원장 참고 논문 Isphording, Ingo E., Marc Lipfert, and Nico Pestel. "Does re-opening schools contribute to the spread of SARS-CoV-2? Evidence from staggered summer breaks in Germany." Journal of Public Economics 198 (2021): 104426 Hahn, Youjin, Hyuncheol Bryant Kim, and Hee-Seung Yang. "Impacts of In-Person School Days on Student Outcomes and Inequality: Evidence from Korean High Schools During the Pandemic." Deoni et al. (2022). The COVID-19 Pandemic and Early Child Cognitive Development: A Comparison of Development in Children Born During the Pandemic and Historical References. medRxiv : the preprint server for health sciences, 2021.08.10.2126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