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생존 암환자 100만명 육박…전립선∙폐암은 적은 이유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최성균(83) 사단법인 미래복지경영 이사장은 대장암·전립샘암 생존자이다. 2011년 대장암(3기c) 진단을 받아 45㎝ 잘라내고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암세포를 잠재웠다. 발병 10년이 되던 날에 친구들이 '암 극복 고기 파티'를 열어줬다. 그런데 2022년 7월 전립샘암이 찾아왔다. 허리·견갑골 등 뼈 3곳, 림프샘 등에 퍼진 말기(4기 후반)였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곽철 교수에게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고 관련 지표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그는 40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고, 심장 스텐트를 두 개 시술했다. 최 이사장은 "'움직이는 종합병원'이지만 토론회 축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끊임없이 활동한다"며 "암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고 말한다. 35%가 10년 넘게 생존 중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에 걸린 후 10년 넘게 생존한 환자가 91만 5755명(2023년 1월 1일 기준)이다. 20년 넘은 사람도 10만 7864명이다. 이들은 전체 암 유병자(암을 앓고 있는 사람, 258만 8079명)의 35.4%이다. 암 발병 평균연령 첫 분석 전체 63세,전립샘·폐 70대 암 원인의 30~35%가 음식 "전문적 식단 관리 나서야" 암센터는 위·대장·폐·유방·전립샘 등 한국인의 대표 암 유병자를 5년 초과~10년 이하, 10년 초과~20년 이하, 20년 초과로 나눠 분석했다. 위·대장·유방암은 5~10년보다 10~15년 유병자가 많다. 위는 5~10년이 9만 6718명, 10~15년이 12만 4243명이다. 다만 셋 다 20년 넘은 사람은 적어진다. 전립샘·폐는 양상이 다르다. 세월이 갈수록 뚝뚝 떨어진다. 전립샘은 5~10년 3만 8762명, 10~15년 2만 7509명, 20년 초과는 851명이다. 폐암은 5~10년 유병자에서 10~15년으로 가면서 36% 줄고, 20년 초과로 가면서 88% 줄었다. 전립샘 71.6세, 폐 70.2세 암센터는 이런 차이의 원인을 발병 연령에서 찾는다. 2022년 발생한 암 환자(28만여명)의 평균 연령은 63세이다. 은퇴하고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즈음에 암에 맞닥뜨린다. 유방암 환자의 평균 연령은 55.1세로 가장 젊다. 50대 발병률이 높은 현상과 일치한다. 위(66.5세), 대장(64.6세)은 60대 중반에 찾아온다. 문제는 '70대 암'인 전립샘암(71.6세), 폐암(70.2세)이다. 늦게 발병하니 10년 넘는 유병자가 뚝 떨어진다. 암 발병 연령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은혜 국립암센터 암등록감시부 선임연구원(예방의학 전문의)은 "고령에 암이 발병하면 치료 합병증이 생기기 쉽고, 심장·뇌혈관 질환 같은 다른 병이 빈번하게 생겨서 장기 유병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위·대장·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높아 장기 생존자가 많다. 전립샘암(96.4%)은 더 높지만, 연령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폐암은 5년 생존율(40.6%)마저 낮다. 장기 생존 시대에 암 환자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경기도 성남시 조성제(61)씨는 2017년 11월 위암 진단을 받고 위를 통째로 잘라냈다. 이후 암은 별문제 없다. 먹는 게 문제다. 좀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설렁탕 같은 국물을 많이 마셔도 화장실로 향한다. 달고 맵고 짠 음식은 아주 조금 먹는다. 발병 전보다 몸무게 10㎏ 줄었다. 병원에서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8년째 그대로다. 게다가 체지방이 너무 적다. 조씨는 "닭가슴살 같은 걸 먹어도 체중이 늘지 않는다. 뭘 어떻게 먹어야 할지 궁금한데 병원에 가도 물어볼 데가 없다"고 말한다. "햄·소시지 섭취 제한해야" 암 생존자의 가장 흔한 궁금증은 먹거리이다. '커피 마셔도 되나, 빵은, 국수는, 생선회는, 상추쌈은 먹어도 되나? 고춧가루 써도 되나. 대한암예방학회·국립암센터는 지난달 28일 '암 예방을 위한 건강한 식생활 실천 전략' 심포지엄에서 암 생존자의 먹거리 궁금증을 소개했다. 김병미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은 "국제암연구소는 암의 30%가, 미국 국립암협회지는 35%가 음식에서 온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보건복지부가 2006년 제정한 암 예방 10대 수칙에 먹거리 권고가 들어있다. '채소·과일 충분히 먹고, 균형 잡힌 식사하기' '짜지 않게 먹고, 탄 것 먹지 않기' 이다. 일본 수칙에는 '위·식도를 위해 뜨거운 것을 식혀서 먹기'가 있다. 김 부장은 "암 예방·역학 전문가 15명을 조사했더니 식습관 변화를 반영해 가공육(소시지·햄 등), 패스트푸드·가공식품, 적색육 섭취 제한을 새로 넣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교육상담 1회만 수가 인정 김소영 암센터 임상영양실장은 "세계 공통의 영양 지침은 과일·채소·전곡(whole grain,현미·통밀·귀리 등) 섭취"라면서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고민할 게 있다"고 말한다. 김 실장은 "대장 절제술을 받은 78세 환자에게 과일·채소·전곡을 권장했는데, 고섬유 음식이 소화가 안 되고 배설에 장애가 생겼다"며 "환자의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기 힘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지원은 빈약하다. 암 환자 교육 상담료 수가가 약 2만4000원이다. 치료 부작용, 일상생활 관리법, 음식 등을 교육하는데, 단 1회만 지원된다. 암 장기 생존 시대에 이래저래 고민할 게 많다. 신성식(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