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현수, 월드시리즈서도 MVP 됐으면
LA다저스의 3회 말 공격 상황, 4번 타자 토미 현수 에드먼의 2점 홈런이 터졌다. 순간, 오늘 게임은 다저스가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일의 다저스와 메츠 간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 6차전 경기 장면이다. 예상대로 다저스는 이날 승리했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NLCS의 MVP는 쇼헤이 오타니도 무키 베츠도 아닌 에드먼이었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6만 명 가까운 팬들은 이미 8회 말 에드먼이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을 때 “MVP!”를 연호했다. 다저스가 시즌 중 에드먼을 데려온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영입으로 불안했던 유격수 문제가 해결됐고,타선에도 활기가 돌았다. 그 덕에 다저스는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사실 다저스의 에드먼 트레이드는 위험 부담이 있었다. 에드먼이 부상으로 시즌 초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상중 트레이드’로 7월 말 다저스에 합류한 에드먼은 8월 중순이 돼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에드먼의 경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야구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감독이 계속 선발로 기용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에드먼은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에드먼은 한인들에게는 ‘현수’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의 멤버로 활약한 이후다. 그는 어머니가 한인이라 한국 대표팀 합류가 가능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현수 외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몇몇 한국계 선수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상 등을 이유로 대부분 고사했고 현수만 합류 의사를 밝혔다. 물론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현수의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대회가 스프링캠프 시즌 기간에 열렸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는 치열한 주전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다. 자리가 보장된 스타 선수가 아니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잠시지만 팀을 떠난다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하다. 더구나 부상의 위험도 따른다. 현수가 시즌 초 부상으로 결장한 것도 혹시 WBC의 후유증은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렇게 ‘한국계, 아니 한인 한국 대표선수’가 탄생했다. 다른 종목은 종종 있었지만 야구는 처음이었다. 당시 대표팀 합류를 위해 한국에 도착한 현수가 인터뷰 중 비록 서툴지만 한국말로 인사를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팀은 예선에서 탈락했고, 에드먼의 짧은 ‘한국 대표선수’ 생활도 끝이 났다. 그래도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로 LA가 들썩이고 있다. 다저스는 4년 전인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도 우승한 바 있지만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라 팬들은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 상대는 뉴욕 양키스다. 두 팀은 과거 라이벌이었고, 지금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팀들이다. 대형 스타 선수들도 즐비하다. 경기장 입장권 가격이 폭등할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인 팬들에게는 월드시리즈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현수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혹시 아직 그를 모르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응원하면 된다. 주변에 “요즘 힘들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월드시리즈를 보며 현수를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다. 한인 사회에는 현수가 박찬호나 류현진보다 더 가까운 존재다. 우리의 차세대인 한인 2세이기 때문이다. 그가 월드시리즈에서도 MVP가 되길 기대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월드시리즈 현수 월드시리즈 진출 한국 대표팀 한국계 선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