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2022년 미주 한인문학계의 활동
2022년 올 한해도 우리 미주한인 문화계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팬데믹으로 긴 시간 잔뜩 움츠려 지내다가, 그 위세가 꺾이면서 사방에서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봇물 터지듯 전에 없던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하반기에는 그동안 열지 못했던 출판기념회, 미술전시회, 음악회, 무대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활발하게 개최되었다. 최근 세계무대로 힘차게 뻗어가는 K-문화의 열기가 이러한 활기에 큰 자극을 주었다. 문화의 변방으로 푸대접받던 처지에서 벗어나, 한국문화 세계화의 첨단기지이며 선봉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서 자세하게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행사 몇 가지를 기록해둔다. ▶사이구 30주년의 의미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 활동은 아무래도 4·29 LA 폭동 30주년의 의미를 오늘에 되새기는 행사들이었다. 잘 아는 대로, 사이구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이고, 거기서 얻는 교훈은 다인종·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지침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를 살리기 위해, 문학계는 무게 있는 작품집을 발간했고, 미술계에서는 한인과 흑인 작가들의 합동 전시회를 개최하여, 그 의미를 되새겼다. 공모전 수상작, LA 폭동 30주년 작가 작품, 미국 작가 초대작, LA 폭동 1주년 작품 등 사이구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학작품을 수록한 '흉터 위에 핀 꽃'은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 LA 한국문화원 후원으로 발간되었다. 사이구를 체험한 이들의 생생한 기록, 오늘날의 의미, 2세들과 다른 인종의 시각 등을 폭넓게 담은 이 책은 후세에 남을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미주문협 창립 40주년 미주 문단을 대표하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주한국문인협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아울러 회원작품집인 계간 '미주문학'이 지령 100호를 맞아 경사가 겹쳤다. 이를 기념하여 미주문협은 큰 문학축제를 열었다. 문학 전 장르를 망라하는 450여명의 등단작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 규모의 문인단체가 40년의 전통을 꾸준히 이어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미주 한인문학의 지평이 넓고 탄탄해졌다는 뜻이다. ▶문학 한류의 선두주자들 1.5세, 2세 작가들이 영어로 쓴 작품들이 주류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것도 K-문학의 앞날을 밝혀주는 청신호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한국의 만해문예대상을 수상했고, 최돈미 시인은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차별을 심도 있게 파헤친 에세이집 '마이너 필링스'의 저자 캐시 홍 박은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사이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의 저자 스테프 차, 가주 계관시인으로 선정된 헤릭 이 시인 등 많은 작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가들이야말로 문학 한류를 이끌어갈 선두주자들인데. 동시에 영어로 쓴 작품도 한국문학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문학과 디아스포라문학의 정의 등은 한국문학계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이며, 작가들의 고령화에 직면한 미주 한인문단이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고원 시인의 시비(詩碑)가 고향인 충북 영동군에 건립된 일에도 주목하고 싶다. 미국의 고원 기념사업회와 한국의 충북 영동군이 협력하여 건립한 이 시비는 한국 문단이 미주의 한인 작가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하는 청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한인문학계 미주 미주 한인문학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 우리 미주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