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인 5명 한인 교회, 교단<미국장로교PCUSA> 잘못 바로잡다
고령의 한인 교인들이 2년 넘게 거대 교단과 지난한 싸움을 벌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박기섭(87), 박경희(79)씨가 미국장로교(이하 PCUSA)에 그동안 줄기차게 읍소했던 건 “교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교단이 교회를 해산하고, 건물을 매각하려면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바위가 깨졌다. 이번 사건은 46년 역사의 알레타 지역 한양장로교회(1978년 설립) 해산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 2022년 1월 9일이었다. 한인 1세대가 세운 이 교회에 당시 남아있던 교인은 단 5명뿐이었다. 담임목사도 은퇴했다. 영어로 소통이 어려운 70~80대 고령의 한인들만 남았다. 이 교회는 PCUSA 산하 샌퍼낸도 노회 소속이었다. 이날 노회는 교회 폐쇄를 위한 공동의회(교인 회의)를 개최했다. 교인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진행이었다. 그동안 통번역을 통해 교인들을 도운 구승철씨는 “공동의회는 당회 결정하에 정식으로 열어야 했는데 노회는 남은 교인들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적법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진행했다”며 “아마 우리가 미국 교회였다면 노회가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이민자에게 교회는 피땀이 스민 곳이다. 월급의 일부를 떼서 힘겹게 헌금을 냈고, 이민 생활의 말 못할 고충을 신앙을 통해 위로받았던 안식처였다. 그러한 교회를 노회는 당회(장로들의 의결 기관)가 없고 소수의 교인만 남았다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나 대안도 없이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몇 안 되는 교인들은 절차의 부당성을 언급하며 노회에 이 문제를 정식으로 항소(2022년 1월18일)했다. 미국 교단이기 때문에 영어 소통이 중요했다. 교인들은 과거 한양장로교회에 출석했던 구승철씨에게 통번역 등의 도움을 부탁했다. 노회는 항소를 일언지하에 기각했다. 항소 내용이 자세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심지어 구씨에게는 “한양장로교회 회원이 아니므로 항소인을 대리할 수 없다”며 통번역 역할의 자격까지 문제 삼았다. 구씨와 교인들은 노회의 상급 기관인 남가주하와이대회에 다시 한번 항소장을 제출(2022년 2월17일)했다. 대회 측 역시 “노회의 해산 결정을 동의한다”며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교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에는 PCUSA 최상위 기관인 총회 사법전권위원회에 항소장(2022년 8월4일)을 제출했다. PCUSA의 경우 건물을 포함, 교회 재산권이 교단에 있다. 지난 2014년 동성결혼 허용 정책에 반발, 교단 탈퇴를 결정했던 PCUSA 소속 교회들이 재산권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한양장로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일방적으로 교회를 해산한 노회는 교인들이 총회에 항소한 상황임에도 건물을 매각(380만 달러)해버렸다. 그러자 총회 사법위원회는 이 문제를 달리 봤다. 항소장에 제기된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총회는 ▶노회, 대회 측 주장과 달리 항소 내용이 모호하지 않고 ▶항소인들이 수차례 서면으로 구제 요청을 했으며 ▶과정을 보면 항소인의 주장을 무시했고 ▶노회와 대회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총회 사법전권위원회 브라이언 엘리슨 의장은 “노회나 대회는 청문회 기록도 없었다”며 “우리는 이 사건이 명백한 편견과 부정이 넘쳐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결국 총회는 지난 7일 판결문을 통해 노회 및 대회의 결정을 철회하고 향후 재판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또한 한양장로교회 건물 매각 수익금을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동결하고 교회 해산 조치를 유보키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특히 소외되기 쉬운 소형 이민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44년간 한양장로교회를 다닌 박기섭 씨는 “워낙 소형 교회인 데다 남은 교인들이 나이도 많고 힘도 없지만, 우리의 작은 목소리도 전달이 됐다”며 “교단 내 잘못된 관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보호받지 못하는 교회가 있다면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PCUSA 미국장로교 한양장로교회 LA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공동의회 교회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