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K드라마 속 주인공 된 특별한 체험"
“K드라마에서만 보던 한복, 드디어 입으러 왔네요.” 금색 자수가 아름답게 놓인 남색 당의 한복을 입은 이리나 안드레예바(40)가 신기한 듯 저고리 소매를 매만지며 말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그는 설 전날인 31일 한복 체험을 위해 LA한인타운 6가와 웨스턴에 있는 ‘이화고전방(대표 로라 박)’을 찾았다. 피닉스에서 왔다는 이리나는 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는 “한국 사극 드라마에서 본 것만큼이나 아름답다”며 “지금 한국의 설 기간이라 이번 한복 체험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대 명절인 설 연휴와 맞물려 이화고전방에는 한복을 찾는 타인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화고전방은 지난해부터 한인·타인종들을 위한 한복 체험 프로그램(leehwawedding.com/pages/photo-zone-1)을 운영하고 있다. 로라 박 대표는 “경복궁 한복체험을 꿈꾸며 한국 여행을 계획했지만 팬데믹으로 가지 못한 이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고자 시작했다”며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타인종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복 상·하의 한 벌에 머리 장식용품까지 대여해주고 비용은 1인당 70달러. 한복을 입고 1시간여 동안 매장 안에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박 대표는 “매달 타인종들이 한 팀 이상씩 꾸준히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짧은 비녀로 머리 장식까지 마무리한 이리나는 자신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꽃 자수가 놓인 배경 앞에 서서는 사극에 나오는 여인들처럼 당의 안으로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단아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2년 전부터 항공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는 안드레예바는 한국인 고객들을 응대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에도 K팝 가수 공연을 관람한다고 전한 아드레예바는 “내가 사는 곳엔 한복을 입어볼 만한 곳이 없다”며 “사극에서 나오는 한복을 보고 꼭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LA에 와서 소원을 이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한국의 설은 좋지만, 한국식으로 나이로 계산하면 한 살이 더 많아져서 싫다(웃음)”고 농담까지 건넸다. 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 타인종의 한복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금 방문 고객의 45%는 타인종”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K팝 인기몰이에 따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복 입고 제대로 사진 찍으려면 의상 대여에 헤어·메이크업, 사진작가 고용까지 수천 달러가 드는 데 여기선 적은 비용에 원하는 한복을 입어보고 간단히 사진도 남길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거 같다”며 “K드라마 등 영향으로 한복과 같은 한국 문화 체험에 대한 관심은 커지는 데 한국을 갈 수 없는 상황에 생각보다 많은 타인종이 갈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한복체험 고객 1명을 받으려면 최소 3시간은 다른 손님도 받지 못하고, 또 촬영을 도와주거나 옷매무새를 다듬어줘야 해서 금전적·시간상으로 사실상 손해”라면서도 “타인종 한명이라도 한복과 한인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고 가서 한국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한복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