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침묵의 눈물
유난히도 파랗고 밝던 그때의 하늘의 눈과 땅의 눈은 보았을까 흐르는 곳을 숨긴 채 피어오르는 흰 구름은 알고 있었을까 안경 밑으로 눈물 젖은 손수건도 말이 없었다 애써 외면하시던 딸과의 이별 귀여운 외손녀 딸을 앞세운 작별에 당신은 아드님들에 둘러싸여 내게 한마디 말씀도 없었다 그것이 외동딸과의 마지막 시간이 되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계신 듯 아버지가 가신지 강산이 변해도 여러 번 아버지의 사진은 책꽂이에 앉아 날마다 나를 굽어보신다 돌아가시기 직전 편찮으셨던 어머니는 나에게 “나는 딸을 보고 왔지요” 저승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첫마디로 하신다는 말씀 이제사 원망도 그리움으로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시간이 지녀야 할 참된 가치를 깨닫기 시작 함인가 세계가 침묵으로 나를 대한다면 나 또한 침묵을 지킬 것이다 백발 아버지의 눈물을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글마당 침묵 눈물 백발 아버지 한마디 말씀 마지막 시간